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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매캐니즈

매캐니즈 Macanese

by 라나뜨

홍콩과 마카오를 정확하게 중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식민지배 이후 중국령으로 반환되었다고는 하나 당시 경제격차가 너무 심해 중국과 한 번에 연결되면 사회혼란이 일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홍콩과 마카오는 천천히 개방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이드님의 말을 따면 마카오의 경우 중국의 사회주의와 포르투갈의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나라에 두 가지의 제도가 존재함)의 운영체제를 보인다. 그래서 마카오는 중국의 사회주의를 포함하여 투표권이 존재한다.


원래 중국에 입국할 때는 비자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올해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마침 딱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찾아보니까 외교 목적이라고 하던데, 정확한 이유는 아마 중국만 알겠지.


그래서 중국에 입국심사할 때 영수증 같이 작은 종이를 하나 준다. 마치 버려도 된다는 것처럼 여권을 줄 때 같이 주는 것이 아니라 영수증 마냥 던지듯 줘서 처음에는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고 공항 로비에서 가이드를 만났을 때 말하시길 그 종이는 영수증이 아니라 체류 여행비자 종이니까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패키지여행팀원들 모두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생긴 건 아래처럼 생겼다. 진짜 얇고, 진짜 영수증처럼 생겼다.

중국어도 있고, 영어도 있고, 포르투갈어로도 적혀 있어서 당최 무슨 소린지는 몰랐으나 지금 번역해 보니 꽤 무서운 글이 적혀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아주 중요한 종이였다.

그래서 마카오나 홍콩이 면적도 크지 않아서 도시보다는 하나의 로 분류된다고 한다. 인구는 68만 7천 명이라 중국에서 도시로 보기에는 인구가 적어 특별행정구로 존재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마카오가 세계최대규모의 카지노 도시이기도 하고, 관광도시이다 보니 불법체류자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 체류허가 비자 종이를 통해 이 사람이 관광 등의 체류 중인지, 아니면 기한이 지난 신고되지 않은 불법체류자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복경찰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이 불법체류자를 가려내기 위한 불시검문을 한다. 그때 이 종이를 보여주면서 여행 목적으로 체류 중이라는 것을 알리면 된다.


또 한 가지 의문점이었던 것은 마카오가 세계최대규모의 카지노 도시라는 것이다. 가이드님이 여행 오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계최대규모의 카지노 도시가 라스베이거스(Las Vegas)라는 잘못된 정보를 알고 오신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의 시초라는 의의가 있으나 지금 현재는 마카오가 규모로 보나 매출로 보나 라스베이거스를 월등히 넘는다고 한다. 규모로 볼 때엔 라스베이거스의 2배에서 3배 정도로 크고, 매출로 볼 때엔 한화로 라스베이거스가 10조 7천억(연매출)이고 마카오는 45조 7천억(연매출)이라고 한다. 전 세계 카지노 전체 연매출액이 한화로 450조 원인데, 그중 10%가량이 마카오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또 가이드님은 도박장과 카지노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장은 불법이다. 그러나 카지노는 사교클럽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마카오도 원래는 도박장으로 운영되던 곳이 사교클럽으로 바뀌면서 합법되었다고 한다. (내가 들은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마카오가 돈을 벌기 위해 도박장을 사교클럽으로 바꾸어 카지노가 합법화되었다는 문맥이었던 것 같다.) 이 카지노 역사 중 가장 유명했던 사람이 바로 스탠리 호라는 사람인데, 과거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권을 갖고 있었던 사람으로 사망했으나 그의 자산의 규모가 워낙 거대했던 터라 그의 자손이 이어받아 일정 부분 남아있다고 한다.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 대부분과 호텔 대부분, 건물 대부분이 그의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카지노로 돈을 벌었던 사람이라 욕을 많이 먹었던, 그리고 현재도 그 일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마카오의 경제를 담당했던 인물로 이름이 높기는 하다.



늦은 저녁, 가이드를 따라 차에 타서 PHANTOM 호텔로 이동했다. 기내식으로 점심 겸 저녁을 먹긴 했지만, 나는 배고팠기에 좋았다. 패키지 팀원들은 배부른 듯했지만, 별로 먹지 못한 나로는 아주 오케이였다. 메뉴는 포르투갈 매캐니즈(Macanese)라고 한다.


매키니즈의 다른 말은 마카오니즈다. 그러니까 재패니즈, 차이니즈처럼 마카오인들을 부르는 말이다. 포르투갈 식민지배 당시 포르투갈과 마카오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뜻하기도 하고, 동시에 그들이 먹었던 마카오 음식을 뜻하기도 한다. 양식 베이스(포르투갈)에 향신료(중식) 소스가 첨가된 형태의 음식이다. 여행 온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입에 별로 맞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면 양식에 향신료라서. 아예 파스타나 햄버거 같은 양식이나, 딤섬이나 향신료 면요리의 중식이라면 모를까 이 둘을 합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특별히 한국인이 강하다고 한다. 더 기름지고, 더 향신료 맛이 강하기에 나도 그렇게 많이 먹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의 찰기 있는 쌀밥이 아니라서 손이 가지 않았고, 고기도 향신료 향이 강해서 더욱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숙소 들어가기 전에 간식거리 사가자고 생각했다.


이후 여기서 나의 첫 번째 파타카인 진주조개가 등장한다.

파타카 Pataca는 마카오의 통화를 뜻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정식 화폐로 등록된 것이 아니라 환전도 오직 마카오에서만 가능하며 사용도 마카오에서만 가능하다. 홍콩에서도 사용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마카오에서는 마카오 파타카와 홍콩 달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파타카는 화폐이지만, 이번 브런치북에서는 마카오 여행에서 하나의 추억으로 다뤄볼까 한다. 방문했던 장소,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의 진주조개로 여기며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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