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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오늘을 살아가려는 사람들

우중충한 검은 하늘

by 라나뜨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상쾌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우울했고, 개운 하다기엔 불쾌했다.

그런 아침이었다.


똑같이 아침을 먹고,

똑같이 양치를 하고,

똑같이 옷을 입었다.


토독토독 토도독

창을 두들기는 빗소리는 마음을 어지럽혔다.


우중충한 날씨, 비가 내리는 날씨,

이미 알고 있었지만

괜히 창문을 열어보게 만들었다.


덜컥,

5초 정도 먹구름을 바라보고는 결심이 선 듯

신발을 신고 우산을 챙겨

잘 다녀오라는 저마다의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였다.


촤악 팡!

버튼 한 번에 활짝 열리는 천 마대가 비를 피할 수 있게 해 줬다.

첨벙첨벙!

한 발 한 발마다 둥글게 일렁이는 하늘이 내 발을 감쌌다.

토독토독!

손끝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새삼 오늘을 다시 일깨웠다.


파란 불이 되었지만 멈춰 선 자동차와 옥신각신 전쟁하는 노란 조끼의 사람들,

최선을 다해 모두를 품어주려는 버스,

빈 차를 찾는 시민들,

어쩌면 길냥이도.

악착같이 오늘을 살아가려는 그들이었다.


아마 다른 정류장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전 정류장, 전전 정류장, 전전전 정류장에서도 버스는 모두를 품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를 품지 못한 버스가 수 차례 지나가고,

드디어 따스히 나를 맞아주는 버스가 다가왔다.


띡- 감사합니다.

미끄러운 바닥을 천천히 걸어 뒤로 갔다.

높은 곳에서 거울에 비치는 기사님의 이마를 보자니 껄끄러웠고,

낮은 곳에서 좁은 세계를 탐험하자니 답답했다.

적당히 적당한 높이에서 적당하게

창 기대어 앉았다.


가방을 풀고, 등을 기대어 편안히 눈을 감았다.


왠지 우울해지는 느낌,

우중충한 구름도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았다.


살짝 눈을 뜨니 마침 새롭게 품은 승객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기를, 아니기를 빌었지만 그는 내 앞에 섰다.

망설임 없이 내 옆을 차지했다.


어색한 이 느낌, 절대 벗어나고 싶은 이 분위기.

젖은 그의 외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그가 불쾌해하지 않도록

아주 조금, 아주 조금씩 내 옷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뛰이-- 뛰이--

멈춤 버튼의 빛이 달아오른다.


기어가는지,

뛰어가는지,

정녕 이것이 차를 탄 것인지,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불편한 의자라도 나는 좋았다.


꽉 찬 버스,

기사님은 뒤에도 눈이 달려있다.

분명 모든 사람이 내린 후에 문을 닫으실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빨리 내리지 않으면 절대 못 내릴 것 같았다.


물에

튀기든

젖든

상관없었다.


그냥 빨리 내리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살아가려 한다.

정말 악착같이 살아가려 한다.




이 글은 소설, 즉 만들어진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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