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을 잃어버리거나 잃어버릴 위기에 처할 때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인식하곤 한다.
영화 <6 Below>는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말해주는 영화이다. 어쩌면 평범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주인공은 극한의 상황에 이르러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프랑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이자 미국 프로 하키팀인 보스턴 브루인스 선수였던 에릭 르마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비록 등장인물이 몇 명에 불과하고 스토리는 추운 눈 덮인 산속에서 길을 잃고 8일 동안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는 단순한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삶의 깊은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데 있어서는 충분하다.
주인공 에릭은 동계 올림픽 프랑스 대표로 출전을 하였고 프로 하키팀의 주전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팀과의 불화를 극복하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스스로 그만두고 만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현재의 삶을 어쩌면 스스로 포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하키팀을 나온 후 삶에 대한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을 하게 되고 이어 힘든 시기를 겪게 된다. 그러던 중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 산속에서 스노보드를 타다가 호기심에 의해 산속의 금지구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조난을 당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에서, 불어닥친 폭설과 폭풍우로 인해 길을 잃게 되고 8일 동안 극한의 혹한 속에서 사투를 벌이게 된다.
낮에는 영하 10도, 밤에는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서 아무것도 없이 버티던 중 그는 삶의 끝까지 이르게 되고, 거의 죽음의 순간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강한 정신력과 의지로 간신히 버티지만 결국 육체적인 한계를 넘지 못한 채 두 다리는 동상에 걸려 걸을 수 없게 되고 8일간의 굶주림으로 체력의 끝까지 이르게 되고 저체온증으로 위독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동상으로 인해 걸을 수 없는 다리 대신 온몸으로 눈 속을 기어 산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라디오 전파로 산꼭대기에서 구조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로 인해 거의 죽음의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그는 극적으로 구조대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동상으로 인한 두 다리는 절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 다리를 잃은 그였지만, 죽음을 맛본 그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기에 마약을 끊고 재활에 열중하여 비록 두 다리 대신 두 개의 의족이지만 다시 걷을 수 있게 되고 스노보드도 타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다시 태어난 모습으로 예전에는 몰랐던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주위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하루하루를 더욱 의미 있는 삶으로 살아가게 된다.
에릭이 혹한 속에서 겪었던 시련과 고통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주었고,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그는 살아야 한다는 생존본능을 느끼면서 동상에 걸린 자신의 썩어가는 종아리의 살을 떼어 씹어 먹었다. 평상시에는 상상을 못 할 일을 경험하며 그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살아간다는 것은 의지이고 이를 포기하는 것이 죽음일지 모른다.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살을 씹어먹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죽을지 모른다는 본능이 그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상식과 관념의 틀을 깨뜨려 버린 것이다.
지나온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기를 바라면서 그는 그렇게 버틸 수 있었다. 그는 극한의 체험을 하는 동안 다시 살아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에릭은 말한다. “나는 거듭나기 위해 그 끝을 봤나 보다.” 그는 자기 삶의 끝을 직접 경험하였고, 자신의 주어진 인생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극적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게 되었으며,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그는 진정으로 거듭 태어났던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무엇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그러한 소중한 것들을 진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언제든지 삶의 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은 결코 당연한 것들이 아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이 항상 우리와 함께 오래도록 옆에 있지도 않는다. 모든 것을 잃기 전에, 다시는 돌이키지 못하기 전에, 모든 것들이 나를 떠나기 전에,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은 후회되지 않는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과거의 잘못과 스스로 화해를 하고 현재 주어진 것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마음 깊이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