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커다란 일을 경험하게 되면서 우리의 인생은 크게 꺾여질 수도 있다. 위기의 순간,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을 잃기도 하며, 감당하지 못할 삶의 무게가 짓누르기도 한다. 좌절과 고통이라는 어둠 속에 갇히기도 하고, 지나온 길에 대한 회의로 인해 가던 길을 잃어버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시간이 꽤나 흘렀지만, 운이 나빴다면 나는 아마 교통사고로 인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눈앞에서 경험한 죽음이라는 체험은 삶의 유한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살았고 내가 타고 가던 자동차는 죽었다. 고칠 수가 없을 정도로 부서져서 폐차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 사고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은 평생 쓸 운을 다 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상시 가던 지름길이었지만, 그 이후로 그 길을 지나갈 수가 없었다. 사고 난 지점에 가까워지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벌렁거려 운전대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우회하여 다른 길로 가야만 했다. 사고 후 트라우마는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결국 이제까지 그 사고지점을 가보지 못했다. 삶과 죽음이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살아가는 그 어떤 순간에도 죽음이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알 수는 없다.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잃을 위기에 처하는 경우에도 커다란 절망에 빠지게 된다.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삶의 허무가 덮치게 된다. 살아온 시간의 무의미함과 살아가야 할 이유마저 잃게 되면서 삶은 크게 꺾여질 수밖에 없다. 언제든지 옆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인생은 우리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나에게 다가온 것이 언젠가는 떠나게 되며,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함께해 주기를 바라는 소원마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삶의 의욕마저 잃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홀로 삶의 길목에 선 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인생이 꺾여지는 순간, 삶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인생에 대해 겸손하게 되고, 삶의 진정한 의미에 깨닫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전에 그러한 것들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회한에 빠지기도 한다.
지나간 것들은 돌이킬 수가 없기에 삶은 더욱 아픈 것인지도 모른다.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이기에 주어지는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몇 번 꺾여지건 그 운명을 어찌할 수가 없다. 꺾여지는 삶의 과정에서 그나마 내 옆에 남아있는 것들을 위해 살아갈 뿐이다. 그것이 어쩌면 살아가야 할 이유의 전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