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꿈꾸며

by 지나온 시간들

할리우드 스타인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콘택트(Contact)”에서 그녀가 웜홀을 통과해 다른 차원에 있었던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은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할 만큼 인상 깊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는데 이 소설을 쓴 사람은 바로 칼 세이건이다.


칼 세이건은 일반인들에게는 어렵다고만 인식되어온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수식하나 쓰지 않고 오로지 글로만 표현하여 천문학 및 과학을 대중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의 책 <코스모스>는 지난 세기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교양 과학 서적이다. 이 책은 미국 방송사 중의 하나인 PBS에서 제작되었던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했다. 물론 칼 세이건이 다큐멘터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직접 해설하였고, 방송이 끝나고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책으로도 만들어졌던 것이다.


칼 세이건은 1934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우크라이나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천문학 분야로 유명한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를 한다.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았던 과학자였지만, 그도 인생에서 많은 아픔과 부침을 겪는다. 박사를 마치고 하버드대학에서 강사로 일을 하고 있을 때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첫 번째 이혼을 한다. 5년 후인 1968년 두 번째 결혼을 했지만 10여 년 후 다시 이혼을 하고 작가인 앤 드루얀과 세 번째 결혼을 한다. 하지만 그녀와도 10여 년 정도밖에 같이 지내지 못하고 62세라는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다. 또한,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미국 국립과학 아카데미 회원에 탈락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의 탈락에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번복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많은 인생의 굴곡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갔다. 과학의 대중화가 그의 소명이었다. 그의 책 <코스모스>는 과학 분야의 그 어떤 책 보다 가장 많이 읽혔고 앞으로도 계속 읽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우주라는 것을 선물로 주었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공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코스모스의 크기와 나이를 헤아리고자 한다는 것은 인류의 이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하기는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인류는 아직 젊고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충만하며 용기 또한 대단해서 ‘될 성싶은 떡잎’ 임에 틀림이 없는 특별한 종이다. 인류가 최근 수천 년 동안 코스모스에서의 자신의 위상과, 코스모스에 관하여 이룩한 발견의 폭과 인식의 깊이는 예상 밖의 놀라움을 인류 자신에게 가져다주었다.”


우주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신의 영역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완전히 이해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바라볼 수는 있다. 그것으로도 커다란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우주라는 무한대에 가까운 크기의 공간에서 어쩌면 먼지보다도 작은 정도의 지구에서 우주를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엄청난 것일 수밖에 없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으로 진화되어 가는지 그리고 우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치는 위대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강력하고 정교한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준 바에 따르면 우주는 시간적으로 아주 오래됐으며 공간적으로 광막하게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우주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황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었던 대사건들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근대 이전의 천문학은 사실 점성술 정도의 수준이었다. 별을 보고 점을 치는 것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근대 과학이 시작되면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필두로 과학의 영역으로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케플러의 법칙과 갈릴레이의 망원경 그리고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우주 공간의 모든 물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어 근대 과학의 정점을 찍으며 천문학은 과학의 영역으로 전환되었다. 이로 인해 인류는 지구 너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고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뛰쳐나와 그 한계의 끝을 한없이 깰 수 있는 차원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현대 우주론은 우주의 물질 밀도가 충분히 커서 멀리 있는 은하들의 후퇴 운동을 종국에 가서는 멈추게 할 수 있을 건지, 우주는 그 나이가 무한대인 존재이고 따라서 우주의 창조를 부정할 수 있을지 같은 형이상학적이고 신비주의적 문제들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논의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무엇보다는 인류가 우주에 대한 이해에 있어 한 차원 더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191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에 비롯된다. 단순한 행성운동의 원리 이해의 수준에 불과했던 것에서 우주 전체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하는 데 있어 상대성이론은 결정적이었다. 만유인력은 우주 공간에 있는 물질과 물질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물질과 시공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이해는 인류의 절대주의 세계관을 상대주의 세계관으로 바꾼 패러다임의 완벽한 전환이었다. 이와 더불어 천문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인 허블의 법칙은 정적의 우주를 동적인 우주로의 이해로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인류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과학의 영역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되었다.


“우주에는 은하가 수천억 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또한 수천억 개의 별이 있다. 게다가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의 행성들이 있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수의 별들 중에서 생명이 사는 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이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에 숨은 듯이 박혀 있는 우리에게만 어찌 그런 행운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 현재까지 생명이 서식한다고 알고 있는 행성은 지구밖에 없다.”


칼 세이건이 PBS에서 다큐멘터리를 해설하던 중 가장 유명해진 말이 바로 “Billions of billions”이다. 우리가 사는 우주 공간에 별이 수천억 개가 있고 그런 별이 모인 은하가 수천억 개가 있다는 이 말은 인류에게 무한한 우주를 대변하게 만들었다. 상상하기도 힘든 그 어마어마한 우주 공간의 수천억 개의 별이 있는 가운데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은 아직 우리 태양계에서도 지구밖에는 없다. 우주 전체에서 볼 때 우리가 이 지구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운 확률이다. 살아있을 때 로또 1등을 열 번 걸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 것일까? 미스터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는 광막한 우주의 미아이며 무수히 많은 세계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구가 우리에게만 의미심장한 곳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랴 우리의 보금자리요 우리를 길러 준 부모가 지구인 것을. 이곳에서 생명이 발생하여 진화했으며, 인류도 이곳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지내고 성년으로 자라는 중이다. 바로 여기에서 인류는 코스모스 탐험의 열정을 키웠으며 아무런 보장 없이 고통스러운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지구는 생명이 약동하는 활력의 세계이다. 지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귀한 세상이다. 지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유일한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우리의 존재 그 자체는 어쩌면 무엇보다도 소중한 선물일지 모른다. 비록 한번밖에 주어지지는 않지만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다. 생명체로써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생각을 할 수 있고,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음을 안다는 것, 거대한 우주 공간에서 이것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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