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배를 타고 울릉도에 간 적이 있다. 여름방학이라 7월 말이었다. 청주에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포항까지 갔는데 점심때가 지나 도착했던 것 같다. 항구에 도착해 보니 눈 앞에 펼쳐진 동해가 끝도 없어 보였다. 바다 구경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던 나는 왠지 무섭고 두려웠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당히 거세게 느껴졌다.
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발 시간이 돼도 배를 탈 수가 없었다. 바람이 세서 조금 기다렸다가 타야 되는 것이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다. 당시 나는 시계도 없고 시간관념도 없었기에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잘은 모른다. 꽤나 기다린 것 같다. 저녁이 다 되어가자 이제 배를 타도 된다고 해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배에 올랐다. 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엄청나게 컸다. 수백 명의 사람이 양손에 짐을 들고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배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어린 마음에 너무 무서웠다. 평소 겁도 많고 마음도 약했기에 배가 바다에 빠지면 어쩌나 싶어 마음이 졸아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배가 출발해서 어느 정도 지났는데 바람은 폭풍우로 돌변하면서 거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커다란 배가 아래위로 엄청나게 출렁거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거친 바람으로 인해 내가 앉아 있던 2층 선실 위 3층까지 파도가 들이치는 것이었다.
난 그때 어떤 공포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너무 무서워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냥 멍했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 손만 꼭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어머니가 옆에 계시니 어떻게 되더라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버티고 있었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더니 구역질이 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바로 나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는데 속에 있던 것이 다 토해져 나오는 것이었다. 뱃멀미하였다. 속이 얼마나 메스꺼운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토악질을 다 하고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뱃멀미는 나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화장실과 그 주위에 있는 수십 명이 다 뱃멀미 때문에 토해내는데 진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어머니께서 내 손을 잡고 배 지하 1층으로 데려가셨다. 거기는 커다란 장판 깔린 방이 있어 누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하 1층은 더 난리였다. 아예 화장실에 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뱃멀미를 하느라 여기저기 사람들이 토해낸 것이 널려 있어 눕기는커녕 앉을 자리도 없고 냄새가 너무 심해 오히려 더 토할 것만 같았다. 어머니도 나를 눕힐 생각으로 지하 1층을 갔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다시 내 손을 붙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폭풍우가 가라앉기는커녕 훨씬 더 심해지는 것이었다. 언제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일까? 빨리 바다를 건너 울릉도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시 속이 울렁거리며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속에서 위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화장실 갈 여유도 없이 그 자리에서 토하고 말았다. 머리가 노래지는 느낌을 받았다. 속이 너무 쓰리고 아팠다. 한밤중이 되었고 잠을 잘래야 잘 수도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머니는 뱃멀미는커녕 눈 하나 꿈쩍 안 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안고만 계셨다. 나를 끌어당겨 품에 안아 조금이라도 자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나는 비몽사몽이었다. 자다 눈 떠보면 창밖엔 아직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고, 다시 잠이 드는가 싶으면 흔들리는 배 때문에 눈이 떠지고, 그러다 다시 잠이 드는가 싶으면 사람들이 뱃멀미 때문에 지르는 소리로 다시 눈이 떠지고 그랬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지만 깜깜했던 창밖이 어스름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그렇게 난리를 치며 흔들리던 배도 그 정도가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창밖의 폭풍우도 서서히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어슴푸레 눈을 뜬 나를 보신 어머니는 나에게 거의 다 왔다고 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내 맘이 갑자기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창밖은 완전히 밝아왔고 배가 울릉도에 도착하고 있다는 방송이 나오는 것 같았다.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서서히 일어나 짐들을 챙기고 배의 출입구로 나가면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나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 줄에 섰다. 배가 울릉도에 거의 도착할 무렵 줄을 서고 있던 나는 다시 속이 울렁거렸다. 화장실에 갈 수도 없어서 그 자리에서 옆에 있는 양동이에 그냥 토해버렸다. 세 번째 뱃멀미하였다. 그런데 내 입에서 나오는 구토물은 아예 물 같은 액체밖에 없었다. 더 토할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토했으면 물 밖에 안 나오냐며 안쓰러워들 하셨다.
그리고 잠시 후 배는 울릉도에 도착했고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울릉도에 내렸다. 울릉도의 땅을 두 발로 밟는 순간 내 맘이 얼마나 편해졌는지 4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 순간이 기억에 생생하다.
삶은 폭풍우로 가득하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어 토악질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언젠간 편안해질 수 있다.
폭풍우에 맞서려 하지 말자. 토하고 싶으면 토하자. 다 토해내면 나중엔 아예 토할 것도 없기에 토할 필요도 없다. 맞서려 하다 보면 더 힘들 수 있다. 그냥 흘러가게 내 버려두자. 그러다 보면 우리 삶 속의 폭풍우는 언젠가 가라앉기 마련이다. 영원히 계속되는 폭풍우는 우리의 인생에서 절대로 하나도 없다. 뱃멀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뱃멀미도 하다 보면 나중엔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고통도 단지 그럴 뿐이다.
인생이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우리는 어쩌면 배 하나에 의지해 거친 폭풍우를 맞서며 항해해 가야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커다란 배라 할지라도 바다 위 커다란 폭풍우에서 흔들리는 것에 버티기는 힘들지 모른다.
파도면 파도대로 폭풍우는 폭풍우대로 그냥 다 겪어나갈 마음을 갖는 편이 낫다. 겪을 만큼 겪다 보면 어차피 다 지나간다. 나에게 아무것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숲속의 짐승들도 물속의 물고기들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 살아가고 있다. 생각하고 판단해 봐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냥 다 겪으려는 마음이 오히려 나에게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인내는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어나는 것들을 그냥 바라보며 버티게 해줄 수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버티고 인내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인생의 폭풍우도 언젠간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그것이 바로 폭풍우 치는 바다를 항해해 가는 우리의 인생을 편안하게 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편안해지는 연습이 그래서 필요하고 그것이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알 수 없는 힘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커다란 폭풍우가 나에게 다가오더라도 이제는 충분히 편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