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의 천동설이 근대 시대의 지동설로, 근대 사회의 절대주의 세계관이 현대 사회의 상대주의 세계관으로 이러한 인간의 인식 체계인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어서 과학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프리초프 카프라의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은 과학의 발전이 어떻게 인류에게 있어서 새로운 문명의 문을 열어주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패러데이의 전자기 법칙은 어떻게 보면 과학적 발견의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나 이로 인해 인류는 전기 문명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새로운 과학은 그렇게 새로운 문명으로 우리 인류를 인도하여 왔다.
“20세기의 마지막 20년이 시작될 즈음, 우리는 심각한 세계적 위기 상황에 있음을 발견한다. 이 위기는 복합적이며 다차원적인 것으로 건강과 생계, 환경의 질과 사회관계, 경제, 기술 및 정치에 이르는 우리 생활의 모든 면에 미치고 있다. 또한 이 위기는 유례없는 규모와 긴박성을 지닌 위기이기도 한다. 우리는 최초로 인류와 지구 상의 전 생명의 절멸의 절실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우리 문화의 기초가 되어 있고, 주의 깊게 재검토되어야 할 세계관과 가치 체계는 16세기 및 17세기에 본질적 형태가 형성되었다. 1500년부터 1700년 사이에 인간의 세계관과 사고방식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이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개념은 우리 서구 문명의 현대적 특질을 형성하게 하였다. 이것이 과거 300년이 우리 문화를 지배한 기초적 모형이 된 것인데, 그것이 이제 막 변화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에게 있어서 시대의 변환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그리고 인류가 지구 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운명이다. 시대가 어떻게 바뀌어 갈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사실을 철저히 인식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한 과거에서 인류는 어떠한 선택을 해왔고 어떤 잘못을 하였는지 깊이 있게 알게 된다면 앞으로의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있어서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현대 물리학의 벽두에는 아인슈타인이라는 한 사람의 특출한 지적 업적이 우뚝 서 있다. 1905년에 출판된 두 개의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두 혁명적인 과학 사조를 일으켰다. 하나는 특수상대성이론이요, 다른 하나는 후에 원자 현상의 이론인 양자론의 특성이 될 전자기 복사에 대한 새로운 고찰 방법이었다. 양자론은 20년 후 전 물리학자 집단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 자신에 의해 거의 완성되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논문들은 20세기 사상의 초기에 세워진 지적 기념비들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새로운 물리학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카르트적 세계관과 뉴턴적 물리학의 원칙은 이것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아직 기계론적 모형에 집착하고 있다.”
중세 이후 300년을 지배해 왔던 뉴턴의 절대주의 세계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론과 막스 플랑크를 선두로 한 양자역학의 과학자들에 의해 철저히 붕괴되었다. 이는 20세기 새로운 인류의 인식 체계인 상대주의 세계관을 탄생시키는 일로 이어졌다. 단순한 과학적 발견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서 인류의 패러다임마저 바꾸게 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새로운 문명의 문을 열게 만들 수밖에 없다.
“20세기에도 생의학의 환원주의적 경향은 계속되었다. 뛰어난 성공도 있었으나 그중 몇 가지의 성공은 자체의 방법에 담겨 있는 문제점들을 나타냈으며, 그 문제들은 세기가 바뀔 때부터 보였던 것으로서 이제는 의학 분야 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이것은 의학의 실천과 보건 관리의 조직에 대한 공개적 논쟁의 중심이 되어 그 문제들이 우리 문화 위기의 다른 현상들과 철저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명백하게 되었다. 20세기 의학은 분자 수준으로 생물학이 진보하여 여러 가지 생물학적 현상을 이 수준에서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이 진보는 우리가 본 것처럼 분자생물학을 생명과학의 일반적 사고방식으로 확립하였고, 결과적으로 의학의 과학적 기초로 만들었다. 우리 세기의 위대한 의학의 성공은 모두 세포와 분자 메커니즘의 세부 지식 위에서 이루어졌다.”
독립된 과학 분과의 발전은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도 지대한 파급효과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로 인해 인류의 과학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러한 혜택을 인류 전체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경제학은 대부분의 사회학이 그러하듯이 단편화와 환원주의적 접근으로 특색을 이룬다. 경제학자는 경제가 생태적, 사회적 전체 조직의 일면에 불과하며, 그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인간은 상호 간에 그리고 대부분이 또한 살아 있는 유기체인 자연 자원과 계속적으로 상호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과도한 기술 성장이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냈다. 오염된 대기, 자극적 소음, 교통 혼잡, 화학적 오염, 방사선 재해 및 수많은 육체적, 심리적 스트레스의 원인들이 우리 대부분의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이 다양한 건강 재해들은 기술 진보의 우연한 부산물이 아니라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고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는 성장과 확대에 사로잡힌 경제 조직의 본연의 양태이다.”
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의 발전이 항상 인류에게 좋은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 바로 그 시대의 인류가 해야 하는 일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가 없었던 시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시대건 발전에 따른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문제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그 문제로 인해 심각한 일들이 나타나기 전에 속히 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형은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쇠퇴하는 문화는 낡은 사상에 더욱 집착하여 변화를 거부하고, 지배적 사회 기관은 새로운 문화적 세력에 그들의 지도력을 양도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불가피하게 계속 쇠퇴하여 분해될 것이며, 반면 신흥하는 문화는 계속 일어나서 마침내는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전환점이 임박함에 따라 이러한 차원의 진화는 단기적 정치활동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 미래를 향한 우리의 강력한 희망인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순간 우리는 그 문제에 휩싸이게 된다. 낡은 사상과 관습에 사로잡히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나아갈 수가 없게 된다. 어느 패러다임에 안주하는 순간 우리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가치관은 없다. 새로운 문명은 그러한 고리타분한 과거에 얽매이는 한 도래하지 못한다. 언제든지 새로운 시대가 올 것임을 준비하고 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현존하는 문제와 다가올 문제마저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름길임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보다 더 나은 우리 자신을 위한 문명은 우리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