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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Dec 31. 2021

신에게 따져보고 싶다

 세월은 흘러서 나는 나이를 먹어가지만, 아버지는 점점 어려지시는 것 같다. 어제 말씀하신 것도 잊어버리고 무엇을 어디에다 두셨는지 잘 기억도 못 하신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말씀도 많이 하시고 그러한 말씀을 했는지도 모르신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냥 웃기만 하시고, 엉뚱한 행동도 가끔 하신다. 이제 아버지 혼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일거리가 되어 버렸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가 나를 돌보아 주시듯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많은 것을 돌보아 드린다. 


  신은 인간에게 왜 노화라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놓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왔다면 말년이라도 평안하게 했어야 했다. 신은 완벽한 존재라고 믿고 싶지가 않다. 더 나은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슬픈 노화의 길을 인간은 걸어가야만 하는 것인지 따져 물어보고 싶다. 나라면 그런 것 없이 인생을 마칠 수 있도록 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신에게 대든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속상해서 신에게 넋두리라도 해야겠어서 하는 말이다. 이러한 말을 한다고 해서 신이 나에게 벌을 내리기야 하겠는가?


  하지만 분명히 그러한 노화 과정의 메커니즘을 왜 만들었는지 따져보고 싶다. 다른 방법은 도저히 없었느냐고? 그 이유가 뭐냐고 강력하게 물어보고 싶다. 만약 그러한 신의 답을 아는 이가 있다면 나에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도저히 이해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게 자연의 원리고 순리니까 그냥 받아들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단순히 받아들임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유라도 알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말이다. 


  아무리 고민해도 알 수가 없으니 답이 없는 문제라고 판단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철저히 인식했다.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이니 내가 짊어지고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머니가 불쌍하고 마음 쓰릴뿐이다. 내가 어머니에게 아무리 잘 설명해 드려도 어머니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신다. 


  난 따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냥 웬만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성격이지만 이번에는 과감하게 따졌다. 하지만 따져도 소용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나의 지식으로는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제 내가 아버지를 업고 가기로 했다. 어디를 가시든지 무슨 일을 하시든지 내가 다 업고 가다 지치면 안고라도 갈 것이다. 아버지가 내가 아이였을 때 나를 안아 주셨듯이 그렇게 내가 안고 갈 것이다. 힘들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신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하겠다. 신이 나에게 준 것이니까. 어머니에게 마음만 단단히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나머지는 내가 다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새해엔 나에게 더 무거운 짐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무거워 봤자 얼마나 무겁겠는가. 이력이 나서 무거운지 가벼운지도 모르니 무딘 내 성격이 이러한 것에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그래도 그 많은 고비를 넘겼으니 또 다른 고비가 두렵지는 않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진짜 별것이 아니었다. 삶은 그렇게 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나마 함께 할 수 있음이 행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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