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은 블랙홀 열역학에서 가장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두 분야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에서 수소 원자에 관한 연구는 양자역학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기반을 마련하여 주었다. 블랙홀은 현대 우주론에 있어 양자역학의 수소 원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블랙홀을 알면 알수록 우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해를 할 수 있다. 호킹의 업적이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소설 같았던 블랙홀의 존재를 우리 곁으로 오게 만들었다.
1942년에 태어난 호킹은 그가 대학원 시절이던 1962년 루게릭 병으로 진단을 받는다. 의사는 그에게 남은 삶이 1~2년 정도라는 시한부 선고를 한다. 이후로 그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꾸어 나갔다.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다하려 마음을 먹고 현대 우주론의 집중적인 연구에 몰입하게 된다. 그의 근육은 점점 마비되어 나중에는 신체의 모든 근육의 기능을 잃었다. 하지만 의사의 말과는 달리 그는 55년을 더 살 수 있었고 현대 우주론에 있어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와 함께 연구했던 로저 펜로즈는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호킹은 2018년에 사망했는데, 살아 있었다면 펜로즈와 함께 노벨상의 영예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운명은 정말 너무나 기구했지만, 자신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으로 그는 충분히 만족했던 것 같다.
그가 쓴 “시간의 역사(The brief history of time)”는 전 세계적으로 천만 권 이상이나 팔린 과학 분야 초베스트셀러이다. 두껍지 않지만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휘어진 시공간, 양자장 이론, 블랙홀 열역학 등 현대 물리학의 가장 첨단지식으로 우주와 시공간에 대한 깊은 탐험을 시도한다. 시간의 역사는 우주의 역사이며 우주에 대한 이해는 시공간과 물질에 대한 이해라 할 수 있다.
“허블의 관측은 우주가 대폭발로 불리는 무한히 작고 조밀했던 시기가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과학의 모든 법칙, 따라서 미래를 예측하는 모든 능력이 없어져 버린다. 만약에 이 시기 이전에 사건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사건의 존재는 관측될 수 있는 결과를 낳지 않으므로 무시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이 대폭발에서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보다 이전의 시간이란 정의할 수 없다는 뜻으로 말이다.”
상상 속에 있던 우주를 엄밀한 과학의 분야로 이끌어낸 것은 1915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1929년 캘리포니아의 윌슨 산 천문대에서 외부 은하의 적색 편이 관측을 통해 알아낸 허블의 법칙은 현대 우주론의 가장 위대한 승리였다. 이로 인해 인류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허블의 법칙이 말하는 핵심은 우주는 정적인 것이 아닌 동적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지구 상에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수만 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정적 우주론의 세계관은 이 법칙으로 말미암아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우주는 시간의 역사에 따라 그와 함께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인류는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우주의 시작이 바로 시간의 역사의 시작이었다.
“과학의 궁극적 목적은 우주 전체를 기술하는 하나의 이론을 마련하는 데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과학자가 실제로 따르는 방법은 문제를 두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첫째로 우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둘째로는 우주의 시초 상태의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과학이 첫째 문제만을 다루어야 하며, 우주의 시초에 관한 문제는 형이상학이나 종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신은 전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우주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좋다. 그렇다면 신은 우주의 발전과정도 아주 마음대로 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측된 우주는 어떤 법칙에 따라 극히 규칙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의 시초를 지배하는 법칙도 있음 직한 것이다.”
시간의 시작과 함께 우주의 역사는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변화해 왔다. 우리는 그것을 우주의 진화라 표현한다. 그 진화를 지배하는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현재 우주론의 과제였다. 뿐만 아니라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우주의 기원에 대한 문제도 이제는 과학의 영역으로 편입시켜 인류는 신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학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도전이다. 인간의 우주에 대한 앎의 영역이 커질수록 인류 존재의 영역도 함께 커지는 것이다. 우주의 진화의 법칙, 우주의 기원에 대한 법칙을 찾고자 인류는 계속해서 위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이성 정리가 실제로 가리키는 것은 중력장이 너무 강해서 양자적인 중력 효과가 중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고전 이론은 이제 우주를 표현하는 좋은 기술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중력의 양자론을 써서 우주의 극히 초기 단계를 논해야 한다. 양자론에 의하면 보통의 과학 법칙이 어디서나 즉, 시간의 시초를 포함해서 성립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특이성 때문에 새로운 법칙을 가정할 필요가 없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과거에 밀도가 무한히 큰 상태가 필연적으로 있었으며, 이는 사실상 시간의 시초에 해당한다. 이와 유사하게 만약 우주 전체가 다시 수축을 한다면, 미래에 또 하나의 밀도 무한대의 상태가 있고 시간의 종말을 이루게 된다. 우주 전체가 수축하지 않더라도 구역적으로 수축하여 블랙홀을 만드는 곳에는 특이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특이성은 그 블랙홀로 빠져드는 사람에게 시간의 종말이 될 것이다.”
블랙홀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특이점 때문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던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통일하려는 것과 맞물려 있다. 아직 그것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아인슈타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특이점이 존재하는 블랙홀에서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시간의 역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시간의 역사는 우주와 함께 시작되었으니, 우주와 함께 끝날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일 수밖에 없다.
호킹은 지구 상에 존재했던 그 누구보다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삶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충분히 살았다. 현대 우주론에 대한 그의 업적은 실로 뛰어나고 놀랍지만, 그의 삶은 그의 업적보다 훨씬 더 빛나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저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그는 인류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항상 우리에게 밝은 빛을 비춰 주고 있을 것이다. 그가 남은 많은 말 가운데 두 가지만 아래에 적어본다.
“However difficult life may seem, there is always something you can do and succeed at. (인생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지라도,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 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It would not be much of a universe if it wasn’t home to the people you love.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면, 우주는 그리 대단한 곳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