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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12. 2022

빈 자리

모두 가버린 자리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혼자서 주위를 맴돌며

물끄러미 바라만 봅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흙먼지만 날리게 합니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짙은 어두움이 찾아옵니다     

 

홀로 그 자리를 지키며 

고개 들어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구름마저 가득한지

별 하나 빛나지 않습니다     


  모두가 떠나버린 빈자리는 얼마나 헛헛할까? 나의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말없이 바라보며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비어 있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뇌리에 생생할 텐데 나는 그러한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그들과 나누었던 대화, 함께 했던 시간, 떠나지 않을 거라 믿었던 믿음, 많은 것을 같이 할 수 있으리란 기대, 그러한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할 때 나는 그 허전함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알 수 없는 곳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그 바람은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에도 어김없이 불어와 흙먼지를 날린다. 불어온 그 흙먼지가 나의 내면에 쌓이는 듯하다. 


  서쪽 하늘 저 너머로 붉은 태양은 사라져 버리려 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석양은 온 하늘에 펼쳐져 있다. 붉은 태양이 노을을 남기듯 존재는 떠나간 빈자리에 흔적을 남기는가 보다. 그 흔적이 나의 마음속에 온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것 또한 나의 십자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고개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 남아 있는 시간이 있기에, 지금보다 더 나은 시간을 만들기 위해, 힘들지만 고개를 들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태양은 자취를 완전히 감추고 노을마저 이제는 사라져버렸다. 어두워진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라도 보면 좋을 듯한데, 오늘따라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지 별조차 보이지 않는다. 별마저 나를 위로해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나에게는 무엇이 남아 있게 될까? 그동안 살아온 시간의 결과로 얻어진 것은 무엇인 걸까? 삶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이 비어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왔으니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가야 하고, 나의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왠지 그것이 전부가 아니길 바라는 것이 나의 조그만 욕심인 걸까?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이 나의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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