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빨리 걷는 사람도 있고, 느리게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동년배 사람들 사이에도 걸음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어린아이와 함께 걸을 때는 어린아이의 걸음에 맞추어 걸어야 하고, 늙으신 부모님과 함께 걸을 때는 힘없이 걸어가시는 그 걸음에 맞추어야 합니다.
내 걸음이 기준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걸음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내 걸음속도만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가능할 줄 알았기에, 모두에게 내 걸음에 맞추어 걸어오기를 기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길이 지름길이고, 어떤 길은 위험하고, 어떤 길은 햇빛이 가려지는 그늘이 있고, 어떤 길은 밤에 가도 환한 가로등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의 걸음에 맞추어 같이 간다면 목표로 했던 그곳에 다 같이 쉽게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무리가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보채고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제 걸음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 걸음이 빨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제 걸음에 맞추어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그렇게 먼 길을 제 걸음에 맞춰서 따라올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오지 못하거나 앞서가는 이들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오직 제 걸음에 맞추라고만 했을 뿐 그들의 걸음이 저와 다르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몰랐으니까요.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알고 있었지만 무시했던 것 같습니다. 오직 목표로 하는 곳에 빨리 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목표를 이루고 나면 할 일도 없을 텐데 왜 그리 그 목표에 집착을 했는지 참으로 어리석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걸음에 맞추다 보면 자신의 걸음을 걸을 수가 없고 언젠간 동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하거늘, 빨리 가기만을 원했기에 그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속도를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야 했습니다. 힘들면 조금 쉬어가고, 비가 오면 비를 피해 가며, 속도에 연연하지 않은 채 걸어가야 했습니다. 시간이야 얼마가 걸리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조금 늦게 가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힘들어 지친 사람을 제가 업고 가야 했습니다. 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고 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다잡아 나의 속도는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어 걸어가려 합니다. 지나온 시간들은 돌이킬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음에 마음 아플 뿐입니다.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 걸었어야 했는데, 이제야 깨닫고 보니 후회가 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