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디언 보호 구역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미국과 캐나다 접경지역이었습니다. 토산물을 파는 가게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천 년 전부터 그들이 살아오면서 사용하던 수많은 인디언 전통 물건, 그들만의 의류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보면서 인디언들에게는 그들만의 정신세계가 뚜렷이 형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화롭게 살던 인디언들은 미국에 온 초기 유럽인들에 의한 집단 학살로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죽어 나갔고, 그들은 원래 인디언들이 살던 땅을 거의 다 빼앗은 후 인디언들을 그들이 살던 고향에서 내쫓아 인디언 보호 구역을 만들어 그곳에 그들을 가두어 두고 그곳에서만 살라고 하였습니다. 인디언 보호 구역이라는 단어는 사실 인디언 감금 구역이라는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럽인들은 인디언을 보호할 추호의 마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 자신들의 것으로 삼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의 나머지 모든 땅을 차지하고 자신들은 평화롭게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살아왔습니다.
나바호 인디언족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전해져 옵니다.
“나는 땅끝까지 가보았네
물이 있는 곳 끝까지도 가보았네
나는 하늘 끝까지 가보았네
산 끝까지도 가보았네
나와 연결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네”
사랑하는 부모와 아내 자식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인디언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수백 년 동안 그들의 조상들부터 대대로 이어져 살아오던 정신적, 육체적 고향을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 했던 그들의 마음과 영혼을 생각해 봅니다.
평생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것을 하루아침에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다 빼앗긴 후 먹을 것 하나 없이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목숨을 구하기 위해 힘없이 걸어가던 그들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든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들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 저항을 하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이 어느 한순간 꽃잎처럼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가진 것 하나 없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갈 바를 모른 채 멀리멀리 한없이 힘들게 가야 했던 그들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곳으로 한없이 추락해 갔던 그들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홀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야 했던 그들의 무거운 어깨를 상상해봅니다.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섣부른 판단은 나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닙니다. 살아가야 할 이유도, 삶에 대한 희망을 모두 잃어버리기 전에는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바호 인디언처럼 끝까지 다 가본 후 모든 것이 하나로 보일 때가 되기 전까지 최후의 노래도 부를 필요가 없습니다. 끝까지 가보고 나면 삶은 정말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나바호 인디언처럼 삶을 달관하는 노래를 부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곳에서는 어떠한 분별도, 판단도, 감정도 남아 있지 않고 오히려 마음의 평안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