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짧은 악수, 긴 여운

by 최영인 마음여행자


모래 위에 서면 발밑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파도에 지워진 자리 위로 새 발자국이 찍히고, 바닷바람은 이마를 식혀준다. 그때 내 시야에 들어온 장면. 모래 위에 서 있던 두 사람이 서로의 손끝을 스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등이 켜진 듯 주변이 환해졌다. 승패도, 결과도 중요하지 않았다. 공을 쫓아 몸을 던지는 움직임, 눈빛으로 나누는 확신만이 있었다. 마치 손끝이 말하는 듯했다.


“괜찮아, 함께 했으니까.”


경쟁은 잊히더라도 손을 내밀었던 순간은 오래 남는다. 모래 위 발자국은 파도에 금세 사라지지만, 사람 사이의 손길은 마음속에서 오래 빛난다. 작은 접촉이 믿음과 지지가 되어, 혼자 버티기 힘든 순간에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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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완벽한 서브나 스파이크보다 공을 주고받는 순간 자체를 즐겼다. 실수가 나도 웃음이 터졌고, 오히려 활기가 더해졌다. 중요한 건 점수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며 격려를 나누는 일이었다. 우리가 바다를 기억하는 이유도 결국 파도의 높이가 아니라 그 앞에서 함께 웃던 얼굴들 덕분일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더 높이, 더 빨리를 외치며 달리다 보면 정작 본래의 즐거움을 놓치기 쉽다. 하지만 우리를 지탱하는 건 성취보다 작은 위로의 순간들이다. 실패 속에서도 웃게 하는 건 성과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이다.


바다는 오늘도 출렁이지만, 내 마음에 오래 남는 건 두 사람의 짧은 악수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손길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이어주는 가장 단단한 약속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