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를 낚는 사냥꾼, 서사를 엮는 직공

- 순간을 영원으로 : 글과 사진의 대화

by 최영인 마음여행자

우리는 모두 망각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발버둥 치는 존재들이다. 찰나의 희열도, 뼈아픈 좌절도, 결국 시간이라는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녹화하며 삶의 순간 순간을 붙잡으려 애쓴다. 거창한 무언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잊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



논리적인 글: 시간의 실을 엮는 직공


어떤 순간들은 활자라는 감옥에 갇혀 비로소 영생을 얻는다. 한 문장 한 문장에 그날의 공기, 마음의 온도, 스쳐 간 생각의 잔상을 담아낸다.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하며, 어쩌면 나조차 몰랐던 감정의 겹들을 끄집어내는 심연의 작업이다. 논리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며 사건의 인과를 엮고, 내면의 풍경을 세밀하게 해부한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이어지고, 기억의 서사를 완결시키는 유일한 도구다. 때로는 비틀거리며, 때로는 유려하게, 그때의 '나'를 고스란히 옮겨 적으며 망각과 싸운다. 글은 우리에게 '왜'와 '어떻게'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의미의 층위를 쌓아 올리는 지적인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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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사진: 순간을 낚아채는 사냥꾼


하지만 어떤 기억은 글로는 도저히 포획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 눈빛, 표정, 스쳐 지나가는 빛의 각도, 혹은 그 순간의 막연한 분위기. 이런 것들은 사진이라는 찰나의 올가미를 통해야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사진은 언어의 개입 없이 곧장 시각을 통해 감각을 자극한다.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수많은 이야기를 압축해서 들려준다. 완벽하게 편집된 서사 대신, 날것 그대로의 순간을 박제하며 직접적인 파동을 던진다. 사진은 직관의 언어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분위기를 즉각적으로 전달한다. 그것은 '무엇'이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날카로운 증거이자, 설명할 수 없는 '그때 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이다.



기록이라는 몸부림: 두 개의 날개


글이든 사진이든, 기록한다는 것은 삶의 잔여물을 그러모으는 행위이다. 글이 기억의 흐름을 엮어 의미를 부여한다면, 사진은 그 순간의 존재감을 날카롭게 도려내어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이 두 가지 방식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잊지 않기 위함' 이다. 하나는 시간의 심층을 파고들고, 다른 하나는 순간의 표면을 움켜쥔다. 마치 새의 두 날개처럼 서로를 보완하며 더 높이, 더 오래 날아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기록하는 것은 단지 과거의 흔적만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미래의 나에게 건넬 암호 같은 메시지다. 사라질 순간들에 대한 나의 가장 치열한 사랑 고백이다. 결국, 우리가 이토록 집요하게 기록하는 이유는 단 하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모하는 자신과, 세상의 아름다운 잔상들을, 단 한 순간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펜을 들고 셔터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