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나라』에서 배우는 ‘어린 화자’의 힘

― 순수와 진실의 글쓰기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어린 화자’의 시선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동심을 잃어버리고, 체면과 관습에 익숙한 '속세'의 논리에 적응하는 인간으로 변해간간다. 문학 속 어린 화자를 통해 우리는 다시 오래전의 순수로 돌아가고, 잊고 지냈던 감정과 진실에 접속하게 된다.


어린 화자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투명성이다. 아이들은 사회적 관습이나 위선의 필터 없이 사물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포착한다. 어른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장면 속에서도 아이들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의미를 찾아낸다. 『어린 왕자』가 어른들의 숫자 집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무의미함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그 예다.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어른 독자들은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나아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기회를 얻게 된다.


아이들의 세계는 논리보다 감정과 상상력이 지배한다. 불가능이 없는 상상의 공간에서 어린 화자는 현실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 보편적인 감정과 철학적 주제를 더 명징하게 드러낸다. 그들의 단순하고 투명한 감정은 복잡한 어른들의 감정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독자의 마음에 닿는다. 독자는 그 순수함 속에서 잊고 지냈던 감정의 원형을 재발견하게 된다.


브룬디 내전을 다룬 가엘 파유의 『나의 작은 나라』는 소년 가브리엘의 시선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어린 화자를 통해 글쓰기가 지향해야 할 순수와 진실의 태도를 보여준다. 어른들은 후투족과 투치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분하고 증오하지만, 가브리엘에게 이 구분은 키의 차이, 코의 생김새처럼 단순한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게 이웃은 그저 이웃이고, 친구는 그냥 친구일 뿐이다. 이 순수한 시선은 ‘우리 모두는 먼저 인간’이라는 연대감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며, 정치적 구호나 판단을 넘어서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어린 화자의 시선에는 사회적 필터나 정치적 올바름의 부담이 없다. 그래서 사건의 이념적 배경보다 인간의 감정, 사랑과 상실, 공포와 슬픔 같은 본질에 집중한다. 어른들이 외면하거나 합리화해버리는 지점을 아이들의 순수한 기록은 정확히 드러낸다. “엄마가 떠났다”, “총소리가 났다” 같은 단순한 문장이 오히려 강력한 감정적 파동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또한 아이들의 세계는 감각의 세계다. 뜨거운 햇살, 흙먼지 냄새, 망고의 단맛 등 가브리엘의 기록은 오감을 자극하는 구체적 묘사로 가득하다. 어른이 중요하지 않다며 놓치는 사소한 순간들을 아이는 집요하게 붙잡는다.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가브리엘이 ‘작은 나라’의 풍경과 냄새를 기록하려는 태도는,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을 기억하려는 윤리적 저항에 가깝다.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의미부여는 역설적으로 시대의 비극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끝끝내 사라지지 않는 삶의 가치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전달한다.


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에 ‘왜’를 붙인다. 가브리엘 역시 후투족과 투치족이 왜 싸워야 하는지, 어른들은 왜 슬픔을 숨기는지, 엄마는 왜 떠나야 하는지 묻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질문들은 “왜 살아야 하는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같은 근본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어린 화자를 내세운 작품들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오래 읽히는 이유다. 질문은 글쓰기의 출발점이며, 가브리엘의 질문은 독자에게도 새로운 질문을 건네기 때문이다.


모든 여정 속에서 어린 화자는 성장하고, 독자 역시 그 성장의 기쁨을 함께 경험한다. 혼란 속에서도 자신만의 윤리와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 『나의 작은 나라』의 어린 화자 가브리엘은 우리에게 말한다. 화려한 수사보다 정직함이, 복잡한 논리보다 섬세한 감각과 근원적 질문이 글쓰기의 힘이라고. 그의 투명한 시선은 모순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순수와 진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