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혼자 사세요?”

by minmin


컵에 가득 담겨있던 차가움이 반쯤 남았을 때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혼자 사세요?"

"네?"


그가 이상하게 쳐다본다.


"혼자 사시냐고요."

"왜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그런 게 왜 궁금해요?"

"아, 아니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정말 그냥 궁금했어요."


한동안 말이 끊어졌다.


"그게, 그냥 궁금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남자는 혼자 살면 심심하거든요. 집안일을 모두 끝냈지만, 혼자 가만히 앉아서 또 집을 둘러봐요. 더 할 일이 있는지. 자꾸 물건을 옮기고 정리하고 닦고를 반복해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면 허전해요. 그게 남녀의 차이인지 사람의 차이인지 모르겠어서 물어본 거예요."


못 들은 척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참 뜸을 들이다고 나 또한 그 남자처럼 불쑥,


"똑같아요. 남자도, 여자도, 다른 사람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허전해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일부러 바쁘게 움직여요. 덕분에 집은 깨끗한 상태지만 집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고 내가 정리된 건 아니더라고요. 주변이 정리될수록 나는 더욱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질문이 불쾌해서 놀란 건 아니에요. 불쾌함에 '왜냐'고 되물은 것도 아니고요. 너무 적절해서 놀랐을 뿐이에요. 어쩌면 공통점이 있는 분이라 안심이 되었어요. 소개팅의 목적이 그렇잖아요. 잘 맞을 것 같다는 주선자의 말은 어쩌면 너희 둘이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지만, 실은 괜찮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죠."


말해놓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주선자는 같이 자는 관계를 기대했겠지만, 우린 정작 대화 상대가 필요했을 뿐이었는지 모르겠다. 내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게 아니라 그 말에 생각을 덧붙여 나에게 되돌려줄 상대만이 내 존재를 확인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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