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직원들도 상사 당신을 평가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MZ가 상사를 평가하겠다.
시대의 이단아로 묘사되는 ‘90년대생’, ‘MZ세대’. 혼밥을 좋아하고 회식을 싫어하며, 조직을 지향하기보다 개인적인 것을 선호하며, 일터에서의 만족보다 여가시간에 더 몰두하는, 고로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고 사생활을 존중받길 원하는 세대…. 이런 세대론 대부분은 MZ세대를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성세대의 시각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어지는 아티클이 대부분 ‘MZ세대와 회사에서 잘 소통하는 법’, ‘MZ세대를 이해하려면?’ 같은 것들이고…. MZ세대, 즉 직장 내의 저연차 직원들과 어떻게든 일 좀 잘해보고 싶은 많은 이들의 의도는 알겠다. 그런데 상사 여러분은 MZ세대를 살펴보기 이전에 자신 스스로를 평가하고 분석해본 적 있는가?
필자는 ‘무슨 세대 무슨 세대’하며 세대를 가지고 개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싫어하지만, 태어난 연도를 뭉텅이로 잘라놓고 대충 지칭하는 ‘MZ세대’에 속하는 1인으로서, 우리의 시각으로 상사들을 평가해보고자 세대론을 호명했다. 사실 세대론도 아니고 뭣도 아닌 개인의 경험을 좔좔 늘어놓을 글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저연차 직원이 왜 나랑 안 맞을까?’ 생각해본 직장 내 고연차 분들, 팀장, 실장, 본부장,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회장, 그외 각종 직책들, 어디 위원장, 어디 대표 등등이 있다면 힌트를 얻어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심기를 거스른 후배 직원이 있다면 돌아오는 전체 회의에서 담당 업무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만약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대답이 나오거나, 후배 직원이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거나, 심지어는 제대로 대답했다 하더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제가 보충 설명하자면요'라며 일장연설을 줄줄 늘어놓는다. 물론 더 자세한 업무 보고, 상황 보고이긴 한데, 이게 전체 회의에서 모두가 알아야 하는 내용인가 싶다.
상사의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보충 설명’의 결과, 마치 후배 직원은 '멋도 모르고 회의 준비도 제대로 안 해왔으면서 자기 업무에 전문적이지도 못해서 결국 일을 하나도 못하는 사람'이 된다. 여기서 더욱 힘든 포인트는, 옆에 있는 다른 후배 직원이 비슷하게 행동하더라도 심기를 거스른 후배 직원과는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심기를 거스른 후배 직원 A에게는 '(그 프로그램에) 몇 명이 신청했죠?', '(구체적으로) 금액은 얼마를 쓴 거죠?'와 같은 매우 구체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해 말문이 막히게 만들거나, 위에서 말한 대로 '아니, 그건 아니고요. 보충 설명할게요' 라며 뻘쭘함을 선물한다. 만약 비슷한 일이 심기를 거스르지 않은 후배 직원 B에게 일어난다면... 그냥 넘어간다.
이런 공포 분위기 조성은, 비단 필자가 B 직원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반갑지 않다. 내가 언제든 A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상사의 말에 언제나 ‘예스맨’ 일 수는 없고, 또 그것이 회사에 좋다고도 MZ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 이런 상사는… 그냥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기분파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후배 직원 업무 처리에 불만이 있거나 뭔가 가르쳐 줘야겠다 생각이 들면 1대1로 말하시길 권합니다. 전체 회의 전에 후배 직원 A를 불러서 따로 얘기해도 됩니다. ‘회의 때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 사안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느냐?’와 같이 물어보고 회의를 준비할 수 있게요. 근본적으로 후배 직원에 불만이 있는 것을 좀 더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다. (업무로 조지지 마시고요…) 다만 1대1 대화를 할 때도 구구절절 마음에도 없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말을 일장 연설하지 말고, 딱 요점만 정리해서 말씀하십시오.
근데 이게 안 통하는 후배 직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전체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공포 경영’을 보여주진 마세요. 그게 전체 조직 문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상사의 평판을 깎아먹기도 하고요. 중요한 건 ‘능력 있는 상사, 멋진 상사’로 보이는 것이에요. 그러니 아예 집중마크를 해서 해당 후배 직원의 업무 능력이 개선되도록, 그것이 드러나도록 해야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됩니다.
사업을 홍보하는 포스터나, 행사에서 쓰일 현수막을 만들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일시vs기간vs때’ 중 어느 것을 쓰느냐? 였다. 자매품으로 ‘곳vs장소’도 있다. 예를 들면....
-일시: 10월 16일(일) 오후 3시
-장소: 서울시청 앞
위와 같이 써놓은 걸
-때: 10월 16일(일) 오후 3시
-곳: 서울시청 앞
이라고 수정해오라고 시킨다. 그런 피드백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후배 직원이 왜 일시, 장소라고 썼을까? 이전에 상사의 컨펌을 받고 제작한 홍보물에서 그런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홍보물에선 일시, 장소라고 쓰라, 와 같은 피드백. 그런데 이번엔 일시, 장소라고 썼더니 때, 곳으로 바꾸라고 한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어쩔 땐 일시라고 쓰라고 했다가 다른 때엔 때라고 쓰라고 했다가. 한번은 ‘기간’이라고 썼더니(그 행사가 며칠 내에 걸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일시’라고 써야 한다고 한다. 왜…? 왜일까?(질문을 하면 일장연설이 돌아오기 때문에 - 예를 들면 apple 스펠링을 물었는데 라틴어 a의 기원부터 말하는 - 질문을 굳이 하지 않았다.)
물론 일시, 기간, 때 모두 조금씩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후배 직원이 아예 틀렸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어떤 때엔 어떤 단어를 쓰라는 그런 가이드라인을 먼저 말해준 적도 없다. 그때그때 듣는 피드백을 가지고 후배 직원은 심기에 맞게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그 피드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도, ‘너희가 만들어 온 초안은 무조건 틀렸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상사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만들어가도 수정 지시를 내리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렇다고 그게 엄청 크리티컬 한 피드백도 아니다. 포스터나 현수막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해당 사업, 행사, 프로그램을 잘 홍보할 수 있는 콘텐츠, 이미지, 디자인 등인가?’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건 피드백하지 않고 웬 ‘일시를 때로 바꾸세요’ 이런 피드백만 받으니 답답하다. 내 상사가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내가 이 회사에서 이런 걸 배워서 성장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다양한 이유로 이런 피드백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사 당신은 ‘이런 작고 소소한 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포스터나 현수막의 전체적인 게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오타나 비문이 눈에 들어와서 그럴 수도 있고, 또는 그냥 후배 직원이 맘에 안 들어서 조져보려고… 는 아니겠죠.
만약 당신이 작고 소소한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걸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세요. 일시는 이런 의미니까 이런 곳에서 쓰고, 때는 저런 의미니까 저런 곳에서 쓰는데, 일시냐 때냐에 따라서 보는 사람이 이렇게 느끼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쓰라고 하는 것이다, 처럼요. 하.. 근데 사실 이렇게 쓰고 봐도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한데요. 작고 소소한 것보다 더 큰 결정에 목을 매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게 상사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전혀 안 되는 비문이라면 당신이 지적하는 게 당연하지만, 너무나 작은 부분이라면 제발 좀 그냥 넘어가세요. 마이크로 매니징 하지 마시고…
만약 전체적인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피드백해주기엔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이니, 배우고 학습하세요. 홍보 커뮤니케이션, 홍보물 제작, 디자인, 유행하는 폰트, 무엇이든 좋습니다. 적어도 회사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MZ세대, 저연차 직원은 당신보다 훨씬 더 많이 배우고 학습합니다. 유튜브나 심지어 이 글이 올라오는 브런치에도 배울 것이 널렸어요. 제발 당신의 그 귀한 시간을 술 먹거나 신세 한탄하는 데 쓰지 마시고 후배 직원들 나눠줄 인사이트 갈고닦는 데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날, 관행으로 진행해오던 업무임에도 ‘보고 없이 진행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아마 후배 직원 A가 상사의 심기를 거슬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후배 직원은 뭘하든지 간에 보고하고, 컨펌받고 일해야 했다. 가끔 그 보고가 어리숙하고, 일 머리 없이 진행되고, 실수가 나오기도 하였지만 어떨 때는 그냥 일반 업무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 단계만 가면 늘 상사에게 깨지기 일쑤였고,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의 동료들은 A씨를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상사를 ‘일을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심기를 거스른 직원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마이크로 매니징이 이뤄지고 이는 일이 진행되는 속도를 더디게 만든다. 회의에 필요한 회의 자료도 컨펌을 받으라고 하고, 회의에서 할 말도 자신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회의록도 컨펌을 받으라고 한다. 도대체 이 모든 것을 다 컨펌하면 자신의 일은 언제 하는 거지? 상사는 상사답게 결정하고 책임질 일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 후배 직원 개인의 일도 제대로 안 되지만 조직 전체의 일도 제대로 안 된다.
그런 와중에 실수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후배 직원 초안에서 상사 수정을 거치면 가끔 사실관계가 틀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2022년을 2002년으로 쓰는 경우나, 2021년 12월에 있었던 일이 2020년 12월에 있었던 일이 되거나… (왜 이 숫자가 수정되었을까 하는 궁금함이 든다)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더라도 초안이 훨씬 읽기에 매끄러운 경우도 있다. 결국 마이크로 매니징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일이 진척되지 않게 만드는, 일을 못하게 만드는, 일을 못 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이 문제다.
상사 여러분은 왜 후배 직원들을 마이크로 매니징하고 있나요? 저 직원이 일을 제대로 못할까 봐 불안해서? 저 직원이 해오는 일을 믿을 수가 없어서? 또는… 상사 여러분의 상사에게 지적을 당할까 봐?
왜 불안하고, 왜 믿을 수가 없고, 왜 지적당할까 두려우세요? 저는 당신의 그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절대 그 모든 감정들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국 후배 직원이 일을 잘해와야 하고, 후배 직원과 신뢰 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사에게 제대로 자신의 팀의 성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결코 마이크로 매니징이 해법은 아닙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통해서 후배 직원을 옥죄면 후배 직원이 열심히 일을 해서 결국 내 여러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후배 직원을 옥죄면 후배 직원은 처음엔 ‘내가 좀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할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잘하는데 왜 상사 반응은 엉망이지?’, ‘상사는 왜 저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할 일이 없나?’, ‘왜 일을 진행시키지 못하게 하지?’, ‘일이 진행이 안 되니 내가 이 단체에서 성장하는 줄도 모르겠다’, ‘결국 상사도 실수를 하는군. 근데 왜 나한테만 뭐라 그래?’ 등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당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들은 바 없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고로 자신의 마음부터 들여다보세요. 근본 문제를 해결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해야겠으면, 그 이유와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 뒤에 그걸 후배 직원에게 말하고 설득해보세요. 물론 그때도 일목요연하게 말해야 합니다. 구구절절 자기자랑과 남 뒷담화, 신세한탄 등을 버무려서 말하면 후배 직원이 싫어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하다지만, ‘내로남불’이란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듯,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후배 직원 근태 관리를 하고 싶으면 상사 자신의 근태 성적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상사 자신의 근태가 그다지 좋지 않으면서 후배 직원 근태를 지적하게 된다면? 이는 무조건 반발을 부르게 된다.
또 다른 사례로 사내 정기 회의. 사내 정기 회의는 상사의 스케줄 때문에 자주 미뤄지고 시간대가 바뀐다. 물론 업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기 회의 일정을 못 바꾸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상사가 자주 회의 일정을 바꾸는 걸 보면서 후배 직원들은 이를 학습하게 됐다. 후배 직원 A가 개인 사정으로 정기 회의 날 휴가를 썼다. 그러나 그게 맘에 안 들었는지 전체 메신저에 이런 공지가 올라왔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정에 차질 없도록 유의하라.” 즉, 상사 자신의 경우는 ‘불가피한 경우’이고 후배 직원의 병원 일정은 ‘불가피한 경우에서 제외’라는 의미인 것이다.
자신의 실수엔 관대해서 ‘ㅎㅎ’하고 넘어가거나 ‘내가 그걸 못 봤지 뭐야~’하고 너스레를 떨지만, 후배의 실수엔 엄격해서 꼭 전체 회의 자리에서 짚고 넘어가거나 경위서를 쓰게 시킨다. 물론 후배의 실수가 더 크고 중하다고 해명할 수 있지만 꼭 실수의 경중을 따져서 관대함과 엄격함이 정해지는 것 같진 않다. 사람 바이 사람, 기분 바이 기분. 공금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 상사 자신의 저녁 식사 비용엔 관대하고 후배 직원의 저녁 식사 비용엔 엄격하다. 교통비 지원 또한 상사 자신은 가능하지만 후배 직원은 어렵다. 사용한 공금을 증빙하는 것도 후배 직원에겐 여러 가지 정보를 요구하지만 상사 자신은 정작 적어내는 게 없다. 후배 직원들은 어디서 뭘했는지, 왜 그 돈을 썼는지, 누구랑 썼는지 등을 다 써낸다. (이건 사실 하는 게 당연한 거라, 한다고 해서 반발감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사 자신은 시간이 없다며 그 증빙을 미룬다.
인간은 ‘호모 내로남불’이라지만 후배 직원은 상사 직원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상사 직원은 내가 로맨스면 남도 로맨스, 내가 불륜이면 남도 불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회사 생활에 임해야 합니다. 큰 이유는 없습니다. 후배 직원들은 상사 직원을 보고 ‘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하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상사 여러분이 지각을 자주 한다면 ‘아, 여기는 지각을 해도 되는 곳이구나!’하게 됩니다. 또 스케줄 변동이 잦다면 ‘아, 여기는 스케줄이 자주 바뀌는 곳이구나!’, 실수를 했는데 상사가 문책 당하지 않으면 ‘아, 실수를 해도 괜찮구나!’ 등을 후배 직원들은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죠.
그러니 드릴 말씀은 이것뿐입니다. 잘 행동하거나, 자신이 느슨한 사람이라면 후배 직원들에게도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세요. 느슨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해서 후배 직원들이 업무를 할 때 칠렐레 팔렐레 할 것 같나요? MZ세대들은 또 그렇지 않습니다. 업무는 나의 성장과 관련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잘 하고 싶어 합니다. 저녁 식대나 지각은 느슨한 기준에 따를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것이 업무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겁니다. 오히려 상사 본인에 관대하고 후배 직원에 엄격한 사람을 보며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공정, 여기에 얼마나 이 세대들이 분노하는지 다 아시죠?
위 네 가지 말고도 못 쓴 ‘싫은 점’이 많이 남았다. 업무 분담/분배/지시할 때 자신이 책임지고 하면 될 일을 꼭 미루면서 책임 회피하기(예를 들어 A라는 업무를 A씨에게 시키고 싶으면 그냥 시키면 될 것을, 꼭 전체에 물어본다. ‘A를 누가 잘 할까요~?’ 누군가 ‘A씨’라고 대답하면, A씨가 추천을 받았으니 A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식으로 지시한다, 저연차 직원들은 왠지 모르게 이런 지시가 불편하다), 업무를 진행시키기 위한 회의 연장이 아닌 후배 직원을 길들이거나 자신의 지식을 뽐내거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답을 후배 직원들이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는 식의 회의 연장, 자신이 결재하거나 결정하거나 실제로 해야 할 일의 기한을 계속 미루기, 자신의 숙적 뒷담화에 업무 시간 쓰기, 근거 없이 후배 직원 아이디어나 요구 거절하기, ‘의견을 구합니다’라고 해놓고 후배 직원이 의견 내면 무시하기, 협의/합의/논의/조정/대화라는 말로 결정과 책임 미루기, 코로나19 시국에 후배 직원들 건강 걱정은 하나도 안 하는 건지 재택근무 여부를 늦게 알려주거나 아예 안 된다며 허락하지 않기(후배 직원들이 일 안 할까 봐 걱정하는 듯하다) 등등.
원인은 많지만 해결책의 시작은 하나다. 상사 여러분이 자기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는 것. 후배 직원의 부족함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 감정, 기분, 능력, 그리고 심지어는 부족한 부분까지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행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족함의 책임을 전가하려 하지 말고, 기분을 내키는 대로 다 쏟아내지 마라. 그 모든 것을 후배 직원들에게 투척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는 데에 시간을 오래 들여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그때 후배 직원들에게 말하되, 아주 솔직하게 접근하는 게 낫다. 사실 후배 직원들은 다 그렇게 한다. 상사에게 쏟아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며, 자신 먼저 돌아본다. 왜냐하면 상사는 갑이고 후배는 을인, 권력 관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근데 왜 상사만 후배 직원들에게 마구 대할 수 있나? 후배 직원들도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