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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긍정 Oct 05. 2016

'컴퓨터 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알파고 쇼크'와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 발 변화가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대두되면서 최근 '컴퓨터 교육'과 관련된 각종 정책과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교육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이나 언론이 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이번에도 역시 '생색내기'식, '따라하기'식, '수박 겉핥기'식 대책과 전망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순수한 백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철학 없는 전문가'요 '전문가 백치'라는 말이 있듯이 순수한 백치는 자기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지만, 전문가 백치는 온 사회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요즘 들어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대학원까지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컴퓨터 교육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지금 정부와 언론이 초래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체 실제 컴퓨터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나 한 것인지, 그들의 걱정과 우려, 상황은 제대로 살피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다룬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란 기사가 있었습니다. (하단 링크 참조)


글의 골자는 코딩이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코딩 교육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의 취지는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해당 기사는 우리나라의 SW 위기 상황을 마치 '초··고 공교육의 SW 교육 부족' 문제로 인한 것으로 바라보고, 그러니 지금은 '사교육'이 답인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당장 SW 교육을 위한 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공교육에 코딩을 도입하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의 안이한 대처 방식을 제시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입니다. 그렇게 믿고 싶으시겠죠.
 
진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는 일부러 감추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참 의아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SW 위기를 초래한 것은
공교육 과정에 SW 교육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사회, 기업, 대학의 입체적 합작품입니다.


SW를 비롯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경시하는 사회적 인식, 야근은 일상이며 대우는 형편없는 4D(Dirty, Difficult, Dangerous, Dreamless)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SW 기업 문화와 여건, 구시대적 이론에만 머무르며(물론, 이론 역시 정말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대학 교육(컴퓨터 전공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프로그래밍은 사실상 독학으로 익혀야 한다는 것을. 하단 링크 참조). 이 모든 것이 3박자를 이루어 오늘날의 SW 위기를 만든 것입니다.



결국 우리 사회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은 '컴퓨터 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SW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선진적인 근무 환경과 여건을 갖춘 SW 기업 문화, 최신 트렌드에 맞는 실질적인 SW 교육이 이루어지는 대학 교육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컴퓨터 교육'이 내실 있게 이루어진다면 우리 학생들이 키울 수 있는 역량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여러 가지 오해를 가지기도 하는데, 구체적으로 우리는 '컴퓨터 교육'에 대한 어떠한 오해를 가지고 있으며 진실은 어떠할까요?


| '컴퓨터 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학원 만능주의'. 프로그래밍을 배우려면 학원에 가야 한다?


 이미 숱하게 인공지능과 SW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음에도 꼼짝도 안 하고 조금씩 움찔거리기만 했던 우리 사회가 '알파고 쇼크' 이후 SW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느끼게 되면서 정부 및 언론에서도 많은 정책과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 덕분.

정부의 SW 진흥 정책 및 2018년 SW 교육 의무화까지 맞물림에 따라 SW의 중요성과 함께 코딩 및 프로그래밍 교육의 중요성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절호의 기회를 사교육 시장이 놓칠 리 없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속도로 암암리에 컴퓨터 관련 각종 사교육 시장이 우후죽순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검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미 '불안심리'로 가득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이끌고 속성 코딩 학원 등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월척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학원을 보내면 아이가 프로그래밍을 당연히 잘 배워올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돈을 많이 투자한 만큼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보상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와 같은 '학원 만능주의'를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 '코딩'과 같은 역량은 단기 속성으로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프로그래밍 같은 역량은 프로그램의 코드를 짜는 '코딩'을 넘어,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알고리즘 설계 능력,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 등 '나름의 철학과 지켜야 할 원칙'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칫 우리 아이가 뒤처질까 봐, 어떻게든 빨리 결과물을 내기 위해 단기 속성 학원 같은 곳을 보냈다가는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해 초기에 잡힌 잘못된 습관이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만큼 주입식 교육의 악영향을 받는 것도 없습니다.      

아직 공교육 내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기에 진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전문적인 학원을 다녀도 무리가 없지만,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 어설프게 학원에 휩쓸리다간 컴퓨터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진정한 역량은커녕, 잘못된 코딩 습관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두려움까지 되려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애초에 학교에서 의무화된 SW 교육 내용은 '코딩'을 잘하는 사람을 키우기 위함이 아니라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증진함에 있습니다. 여기서 컴퓨팅 사고력이란, 컴퓨팅 시스템의 역량을 활용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적 사고능력'입니다.

즉, SW 교육이 의무화된 이유는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몇몇 영재를 키우기 위함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컴퓨팅 사고력을 익혀 이를 토대로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비단 컴퓨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죠. 따라서 교육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비교적 모두가 쉽게 배울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의무화된 교육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그저 학원의 속삭임과 옆집 아줌마, 각종 언론 등에 휩쓸려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이리저리 휩쓸리는 모양새입니다.    

프로그래머가 꿈인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학원까지 다니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할 이유가 없으며, 제 의견으로는 오히려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 역량은 '독학'을 통해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상에 독학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좋은 사이트들이 많기 때문에 이것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SW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참고 : 프로그래밍 관련 무료 교육 사이트>  
 - 네이버 소프트웨어야 놀자 : http://www.playsw.or.kr/main 
 - 주니어소프트웨어 : http://junior.slic.kr/Main.cmd?cmd=academyUser
 - 소프트웨어중심사회 : http://www.software.kr/um/main.do
 - 생활코딩 : https://opentutorials.org/
 - Codeacademy : https://www.codecademy.com/
 -멋쟁이사자처럼 : http://www.likelion.net/

2. 2018년부터 의무화되는 SW 교육의 핵심은 '코딩 교육'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8년부터 의무화되는 SW 교육의 핵심은 '프로그래밍', '코딩'을 잘 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닙니다. 컴퓨팅 시스템의 역량을 활용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적 사고능력'인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증진함에 있습니다.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 분야'에만 국한된 역량이 아닙니다. 어떠한 문제든 마치 컴퓨터과학자 및 개발자처럼 생각하거나 컴퓨팅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인간의 사고 능력과 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인지 구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다른 교과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교육 내용 역시 몇몇 SW 영재들을 키우기 위한 수준 높은 형태의 내용이 아니라 '언플러그드' 교육(컴퓨터가 없는 환경에서 컴퓨터 과학 원리를 학습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한 교수 학습 방법으로 놀이를 통해 컴퓨터 원리를 학습하여 문제 해결에 있어서 컴퓨터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 아두이노 등을 활용한 '피지컬 컴퓨팅'(디지털 기술 및 장치를 이용하여 사용자로부터 물리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입력받아 처리한 결과를 물리적인 방식으로 출력하는 컴퓨팅) 등 학생들이 충분히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지레 겁먹어 컴퓨터 학원에 보내 억지로 선행학습을 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3. 선진국처럼 SW 교육을 의무화하면 이제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말 의무화된 SW 교육을 통해 이제 우리 사회는 'SW 중심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2018년부터 SW 교육 의무화가 확정되었으나 이를 위한 내실 있는 준비는 아직 미흡한 실정입니다. 크게 3가지 문제점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첫째, SW 교육 역량을 갖춘 전문성 있는 교사 부족입니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SW를 제대로 가르칠만한 역량 있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기존 교사들을 대상으로 SW 교육 관련 연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몇 시간 되지도 않는 연수만을 가지고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전문적인 컴퓨터 교사 확충을 위해 정보·컴퓨터 임용 TO가 늘어난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물론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지만요.   

둘째, 학교 내 SW 교육이 가능한 환경 구축 문제입니다. 현재 시범적으로 몇몇 학교가 'SW 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운영 중인데, 학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으며 잘 운영 중인 곳이 있는 반면, '선도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열악한 컴퓨터 시설을 운영 중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마당에 앞으로 컴퓨터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어떻게 모든 학교에 구축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셋째, 수업 시수 부족 및 교육 가이드라인 부재입니다. 현장 교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현재 의무화된 SW 교육의 수업 시수로는 원 목표인 '컴퓨팅 사고력' 역량을 기르기는커녕, 기초 코딩 프로그램을 체험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라고 합니다. 수박 겉핥기식 수업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죠.

또한 현장 교사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 가이드라인이나 교과 내용 확립도 아직 제대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며 교과과정 개편이 졸속으로 이루어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할 것입니다.
 
이처럼 몇 가지 문제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SW 교육을 의무화시켜 좋은 인재를 만들면 우리나라의 SW 역량이 발전할 것이라는 지나친 장밋빛 기대인 것 같습니다.  SW 관련 종사자가 충분히 존중받고 대우받는 '선진국'이면 모를까, SW 관련 종사자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SW 교육을 잘 받는다고 우리가 SW 강국이 될 수 있을까요.

사실 사회가, 기업들이 SW 관련 종사자를 제대로 대우만 해줬다면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좋은 인재들이 몰려들어왔을 겁니다.

이처럼 SW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SW 교육이 의무화되는 상황과 맞물려 '컴퓨터 교육'과 관련된 여러 오해와 잘못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철학 있는 전문가'들이 현재 SW 위기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을 내려서 학자들만의 탁상공론으로 진단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종사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여 SW를 바라보는 '사회, 기업, 대학'의 태도를 함께 잘 변화시키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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