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위한 생각

내 머릿속 생각이 위험하다

by 모은

취업 후 나의 20대 중반은 치열했다.
취업 전까지의 나의 삶은 일정한 루틴이 있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수첩을 꺼낸다.
그 수첩에는 그날 하루의 나의 생각들이 기록되어 있다.

불현듯 떠오른 장면을 잡아 두기엔 메모만 한 것이 없다.

오늘 꾼 꿈 이야기,
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나 문장,
수업 중 생각난 궁금증,
오늘 기억에 남았던 장면 등

일기라기에는 기승전결이 없어 메모에 가깝다.
나는 그 메모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 후 글을 쓴다.
이러한 루틴은 내 머릿속에 모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또 새로운 생각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아주 중요한 일과였다.

하지만 취업 후 치열한 직장인의 삶에서 그 루틴을 이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였다.
물리적 시간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럴 때면 머릿속에서는 빨간색과 파란색 불빛이 교차하며 사이렌이 바쁘게 돌아간다.
‘코드 블루’
머릿속 생각이 위험하다!
이건 정말 응급 상황이다.
오늘 하루 동안 모아 놓은 재료가 없다면 지금 만들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본다.

그 시기에는 사물 하나를 바라보다 보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단어들이 떠올랐고, 나는 그 단어들을 엮어 짧은 글을 썼다.

파란 커튼,
방 한쪽에 세워진 기타,
놀이터의 모래,
한낮의 햇볕,
한겨울에 작은 꽃이 핀 화분,
교실에서 키우는 애완용 거북이 등

그것들을 글감 삼아 떠오르는 이야기를 끄적거려 보는 것이다.
글 하나를 적고 나면(그게 아주 짧은 문장이라 할지라도 상관없다) 마음이 한결 평온해진다.

글쓰기에도 민감기가 있다면, 나의 민감기는 아마도 그때였을 거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머릿속 생각들보다 내가 낳은 아이들을 돌보는 게 우선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문장 하나를 쓰려고 해도 온몸이 뒤틀린다. 그때처럼 반짝이는 생각도 없다. 머릿속 생각들의 응급 상황을 만성적으로 무시한 결과다.

진즉에 멈춰 버린 머릿속에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다시 신나게 머릿속을 휘저을 생각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