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by 모아이

유튜브에서 선배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후배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쇼츠를 보았다. 선배 가수는 후배가 인사하지 않으면 기선을 제압한다고 말하며 썰을 풀었고, 주변 사람들은 통쾌하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가요계에 종사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다소 이상해 보였다. 가요계에 왜 ‘선후배’ 관계가 있는걸까? ‘선후배’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먼저 내키는 사람이 먼저 인사하면 되는 것이지 않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다녔던 영화과에서도 ‘선후배’라는 호칭이 일반적이었다. 내가 가요계에서 사용하는 ‘선후배’라는 표현을 어색하게 여겼던 것처럼, 다른 사람이 우리 학과의 문화를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 나는 20살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선후배’라는 호칭을 쓰다 보니 입에 자연스레 붙었고, 이제 와서 ‘형’, ‘누나’, ‘오빠’, ‘언니’라고 호칭을 바꿔 부르기도 어색하다.

허나 ‘선배’라는 단어에는 계급적인 뉘앙스가 섞여 있다. 마치 군대와 같이 고기수 선배는 병장과 같고 신입생은 이등병과 같다. 이등병과 같은 신입생은 그야말로 까라면 까야됐다. 얼굴만 아는 선배를 만나도 “안녕하십니까, 00기 영화전공 000입니다”라고 정중히 인사해야 했으며,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기합을 받기도 했다. 단편 영화 현장에서는 후배라는 이유로 막 부려지는 경우도 흔했다. 이러한 서열 문화는 졸업 후에도 이어졌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종종 “한국 영화는 대단하다. 할리우드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비슷한 퀄리티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 독립영화의 제작비는 우리나라 상업영화의 견적과 맞먹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예산 차이가 나는 이유에는 기본적인 인건비 차이도 있겠지만, 서열 문화 아래에서 이뤄지는 공동 작업 방식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등병처럼 지시에 따라야 하는 후배들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영화계나 가요계나 왜 이토록 선후배 문화가 짙은 걸까 생각해보면, 군대에서 이어진 서열 문화의 영향일 수도 있고, 좁은 네트워크 중심의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서열 문화 덕분에 한국 영화와 가요계가 발전해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가 앞으로의 발전에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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