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모난 돌의 성장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이 말이 늘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회사 생활에서 내면의 평안과 직업적 성취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날 좋게 봐주신 대표님의 도움으로 새로운 직장에서의 일상은 순탄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내면의 평안과는 달리, 회사의 상황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회사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었다. 다행히 퇴직금과 월급은 모두 받았지만, 결국 정신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폐업(정확히는 파산)이 되었고, 나도 곧바로 또 다른 직장을 구하게 되었다.
나는 체계가 없고, 한 번 정해진 규칙이 변해야 한다면 반드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동의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세 번째 회사에서는 일들이 체계 없이 진행되기 일쑤였고, 대표나 시장 상황 때문에, 또는 급한 자금 사정 때문에 미리 정해놓은 프로그램의 규칙이 손바닥 뒤집듯이 변경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몇 차례 겪고 나니, 잠잠해졌던 내 안의 어두운 성격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시의 나는 Top down으로 내려오는 지시사항에 대해 매번 이유를 물었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했었다. 이 때문에 윗사람들이나 주변에서는 나를 '반골'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얘기하거나, 소수의 사람들끼리 얘기할 때에는 다들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서도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는 일언반구의 말없이 따르는 그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과 '반골'상태에서의 나는 매번 충돌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이내 나를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사람'으로까지 바라보게 되었다.
반골기질과 예민함이 점점 더 깊어지면서, 나조차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이 문제 성격들이 강해졌다. 그리고 그 끝에서,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우리 팀에 새로운 사람이 입사하게 되며, 이 사람의 수습기간을 사수로써 내가 맡게 되었던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신입 직원과 잘 소통하며 공감대도 형성했지만, 이 사람이 내가 가르쳐준 방법을 따르지 않거나,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히 궁금해서 했을 법한 엉뚱한 질문을 할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르곤 했다.
애꿎은 신입직원에게 어쭙잖은 통제력을 들이밀며 매번 숨 막히는 상황을 만들어 갔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이 사람은 어떻게 나를 견뎠나 싶다. 그때의 나는 미친년이 따로 없었다.
회사에 다닌 지 2년째, 연봉협상을 앞두고 본부장과 면담 시 나 스스로 쌓아 올린 나의 평판은 나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렵다고 하네요.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말투가 강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다 생각하는데, 그래도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의 자세나 말투는 한 번쯤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ㅇㅇ님이랑 무슨 일 있나요? ㅇㅇ님이 힘든 것 같아요.'
면담이 끝난 뒤, 나는 보름동안 내가 어떻게 회사 생활을 했었고 신입 직원분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밥을 먹던, 샤워를 하던 계속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아, 내 잘못이 죄책감과 창피함으로 변해 쓰나미처럼 나를 덮쳤다.
모든 것이 부끄러웠고, 아니. 수치 스러 울정도로 나의 행실이 올바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2주간, 나는 그분에게 사죄와 나의 진심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둘이 있는 자리에서 머리에서 한번 정제된 말을 바로 하기보다는 편지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또다시 일주일간 나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사죄의 마음을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 시간이 찾아왔고, 이미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진 분위기 속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제가 지금 바로 말씀을 드리기보다는, 차분하게 저의 생각과 마음을 말씀드리는 편이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 생각하여 편지를 좀 적어왔어요. 이걸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영겁의 시간이 지났고, 말을 하는 와중에도 어찌나 창피하고 미안했던지 땀이 안나는 내가 모든 구멍에서 나올 수 있는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