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5

꽃 문득 떨어지니 천지가

by 도해씨
Unfftitled-5.jpg 꽃 문득 떨어지니 천지가 고요하다, 화선지에 먹 , 도해씨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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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떨어지며 생을 마감했으니 어찌 그리 맞춤으로 그의 생은 꽃처럼이었을까요. 나무에 오르지 않았어도 이미 그는 한송이 꽃이었는데...

떨어지기 전 5개월을 정말 꽃처럼 행복하게 자신 열었었다고 전하고 있군요.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에 나무 위에 꽃처럼 피었다가 또 꽃처럼 떨어졌으니 그의 생을 한탄하지도 서러워하지도 말자고 위안을 해도 그가 그립고 사무치는 것은 세상에 꽃 같은 사람이 귀한 까닭인가 봅니다.

나는 한때 그의 은밀한 꽃술에 서슴없이 입맞춤 할 수 있으리라고 동해바다 밀도 높은 파도 소리 앞에서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었지요.

花落天地靜 꽃 문득 떨어지니 천지가 고요하다.

그이가 내 등을 자신의 가슴으로 싸안았었고 그것과 똑같은 형상으로 내 오른손을 그의 오른손이 감싸고 뚫을 곤을 같이 내려 그었고 한일자를 같이 갈랐었습니다. 그의 품은 하나의 우주였고, 그의 손은 이미 거역할 수 없는 攝理섭리였었지요.

어눌하지만 솔직하고 꾸밈없는 미소 뒤에 무섭고도 치열한 기도가 생활이었던 그에게"화 락천 지정花落天地靜"이란 구절을 요구하였을 때 불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종교에 귀의할 것을 주문하였었지요. 나는 그러 마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끝내 그는 그 글귀에 낙성 관지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꽃처럼 떨어진 지 2년 하고도 몇 달이 지났습니다. 사과나무 위에서. 그의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에 문득

花落天地靜 그가 그립다. 그가 그립다. 그가 그립다.


2009년 8월 14일 00시 16분의 기록을 옳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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