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싶다
여러분은 외국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직장인이 된 지금, 퇴근 후 나의 삶의 60% 이상은 외국어로 채워져 있다. 외국어 애정의 시작은 어디에 있었을까 생각하며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글로벌한 세계는 익숙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 느끼던 외국어에 대한 태도와 감정은 무관심 혹은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영어를 접하며 조금은 생소했고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 그다음으로 접한 언어는 일본어였다. 일본어 역시 크게 흥미를 끌지 못했고, 시험기간에 벼락치기로 공부하여 중간 어느 쯤의 평범한 성적을 받았다. 당시, 언어를 잘하면 무엇이 좋은지 메리트를 몰랐을뿐더러 큰 애정은 없었다. 외국어를 공부하면 왜 좋은지,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를 알지 못했다.
중국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졸업 시 관광학과로 진학을 희망했다. 하지만, 진로 상담에서 관광학보다는 어학을 공부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유 하나로 중국학을 선택했다.
대학교 입학 전까지 중국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대학교에서 만난 교수님들 덕분에 중국어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1학년 1학기 엄격한 방식의 수업을 고수하던 A 교수님을 만났다. A 교수님의 수업 방식은 교재 본문을 씹어먹도록 훈련시켰다. 수행평가 과제는 교재를 보지 않고 교재 녹음 파일을 듣고 따라 하는 것이었다. 오기가 발동한 나는 교재를 보지 않고도 녹음파일과 내 목소리를 일치시킬 수 있을 정도로 따라 했다. 교수님은 깐깐하게 성적을 매기 시기로 유명했고,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을 주지 않았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이것이 언어 공부를 제대로 하는 방법이라고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수님 덕분에 중국어 자격증과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중국어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며 흡수했다.
중국학과 교수님들은 중국에서 석사 혹은 박사 유학 경험이 있으셨고, 수업시간 틈틈이 유학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주곤 하셨다. 90년대 중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사는 것이 어렵고 제약이 많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시절 유학 이야기는 달콤했고 영웅담처럼 느껴지곤 했다. 교수님들께서 중국에서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수업을 녹음하고 계속 들었던 이야기, 중국인들과 교류하며 겪었던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나는 중국 유학에 대한 꿈을 조금씩 키워갔다.
중국어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중국 유학을 결심했다.
22살,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중국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했다. 약 3개월 동안은 말이 통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리며 다녔다. 하지만, 어느새 어색하지만 소통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쉬는 날이면 관광지를 쏘아다니며 중국인들한테 말 걸기를 서슴지 않았고, 평일에 수업이 끝나면 중국인들과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교류 프로그램이나 语伴(언어교환) 학생을 찾아다녔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현지인들과 소통이 되고 있었다.
중국어가 좋아졌다.
이제 소통이 되기 시작하니, 재미가 더해졌고 중국인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찾아다녔다. BLCU 교내 봉사활동, 한국어협회 한국어 교사 활동, 세계 문화제 한국인 대표, 학급 부반장 활동 등을 했다. 중국인들과 만나서 회의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여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어가 더 늘었다.
학교 밖에서도 활동 반경은 넓었다. 10개월 동안 중국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여행에 푹 빠져있었다. 내몽고, 청두, 청도, 구이린, 광저우, 하얼빈, 상해, 난닝, 항주, 소주, 천진 등을 다녔고 방학 때는 2달 동안 중국 대륙을 배낭여행했다.
활동과 여행을 통해서, 나를 진심으로 대해준 중국인들을 만났고 자연스레 중국을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름답게 좋은 이야기만 하지만, 경우 없는 중국인들도 많이 만났고 서러워 울기도 한 날도 많았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난 기억이 훨씬 더 많다는 것. 많이 만날수록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현재 중국어를 살려서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어는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세상에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유학시절, 처음으로 외국인들과 부대끼며 수업을 듣고 그들의 언어를 접했고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었다.
언어는 성실성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어를 잘하게 된 덕분에 나는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HSK 6급이라는 수치화된 성적표, 단과 대표로 중국어 스피치, 중국학 수석졸업 등 성취감을 맛본 후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가 장착된 사람으로 바뀌었다. 본래 긍정적인 사람이었지만, 그 근거와 설명이 덧붙여진 것이다.
대구라는 지역에서 한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가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다.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중국 유학생활이, 중국어가, 너무나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