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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Jun 25. 2021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45/100

나의 첫 자동차 이야기


08년 나에게 첫 자동차가 생겼다.


99년식의 작은 중고차. 그 차가 내 손에 들어왔을 때에도 정작 나는 운전도 미숙한 상태였다.

중고차 매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면서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아직도 생생하다. 30분 거리의 집에 도착하는데 장장 1시간 30분이 걸렸지만, 집에 와서 주차를 하고 차를 바라보니 내가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이제 막 면허를 딴 20살의 나는 그렇게 혼자 운전을 배웠다. 이미 면허 있는 사람이 운전을 배워야 한다는 게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면허를 따 본 사람이라면 대충 이해되는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없으니, 나는 더 조심히 운전을 했고, 미숙한 운전 덕에 몇몇 운전자들의 욕을 먹으며 그렇게 운전실력은 일취월장했다.


20살의 나에겐 과분했던 99년식의 중고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끼긱거리는 그 소리가 무서워서 바로 정비소에 달려가 확인을 했지만 문제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문제는 없다 했지만 그 차를 타는 내내 브레이크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어야 했다. 큰 문제는 없다니 나는 그냥 그렇게 끼긱거리는 소리에도 익숙해졌다.


연식이 오래되어서인지, 킬로수가 엄청나서 였는지 브레이크도 다른 차보다 세게 꾹 눌러줘야 했다. 그때는 다른 차 보다 세게 눌러줘야 한다는 것도 몰랐을 정도로 운전 경험이 얼마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 차 덕분에 나는 차 간 거리를 보통 사람보다 두배쯤 더 잡는 그런 안전운전자가 되었다.


오래된 중고차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저런 소소한 문제들로 항상 불안했다. 고속도로를 많이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타이어가 터지면 어쩌나, 갑자기 브레이크 벨트가 끊어지면 어쩌나 고민을 했다. 물론 정기적으로 점검도 받았지만 걱정은 그 차를 팔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4년간 훌륭하게 내 발이 되어주었던 그 중고차를 팔고, 꼭 다음에는 새 차를 사야지라고 다짐했다. 차는 자고로 안전이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문제가 하나도 없는 완벽한 새 차를 꼭 사고야 말리라.


결국 새 차는 아직 사지 못했지만, 지금의 내 차는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문제없는 차다. 이 차를 몰 때마다 와 자동차 에어컨이 이렇게 시원했었나? 브레이크는 원래 이렇게 밟히는 거였나 새삼 놀랄 때가 있다. 남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하듯 10년도 더 지난 첫차의 강렬한 기억이 아직 나에겐 남아있다. 종아리에 쥐가 날정도로 세게 눌러줘야 했던 브레이크를 가진 나의 첫 차여.


지금도 나는 차 간 거리를 널찍이 두는 운전습관이 있다. 브레이크가 문제였던 첫차가 준 감사한 운전습관이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나에게 꽤나 큰돈을 안겨주었던 그 차는 이제 폐차가 되었을까?


좌충우돌했던 나의 20대같이 문제가 많았던 그 차가 그때의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주차장에 곱게 주차되어있는 차만큼 내가 성장한 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다음번엔 꼭 새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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