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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Jul 20. 2024

현장이 뭔지도 모르고

신입엔지니어 현장 가다

그 당시 우리 회사는 역사에 없던 새로운 신입사원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모든 신입사원은 부서 배치 전 현장으로 1년 파견을 간다'


입사 전 채용 공고에도 떡하니 공지되어 있던 저 교육 프로그램은

도전정신이 강한 지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현장 파견이라니? 해외 파견이라니?

말만 들어도 너무 멋지지 않은가?


대기업이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기수 동기들은 소위말해 학벌이 좋았다.

해외대도 Sky대학 졸업생도 많았는데, 

입사초기 모두가 해외파견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으로 입사를 했다.


아마 현장이 뭔 줄 정말 알았다면,

그 학벌 좋은 동기들이 엔지니어링 회사에 지원하지는 않았겠지..

회사에서는 3개월간의 국내 교육기간 동안 

파견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 및 회사소개 등을 끊임없이 주입시켰다.


물론 현장은 해외에도 국내에도 있어서 원한다면 국내 현장을 갈 수도 있었다.

장담하건대 그 당시 국내 현장을 가고 싶어 하는 동기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해외파견은 나에겐 공짜로 비행기 타고 다른 나라에서 1년 사는 경험으로 가볍게 다가왔다.

게다가 신입사원이 받을 수 없는 고액의 월급 (연봉 + 파견수당)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에겐 진짜 대단한 유혹이었다.

국내로 파견을 가면 가족,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파견수당이 높지 않고 국내 지방근무를 해야 했다.


지방근무 vs 해외근무, 원래 내 연봉 vs 고액 연봉

정말이지 너무나 기울 수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국내 교육 종료 날자가 다가오자 회사에서는 희망지 조사를 했다.

나도 당차게 중동, 남미, 동남아순으로 희망 파견지를 적어서 냈다.

엔지니어는 중동 아니겠는가?


파견지 발표날은 정말 로또청약 추첨 발표장 같았다.

국가별로 파견될 이름이 발표되었는데, 국내 현장에 파견되는 동기들의 아쉬운 눈길이 지금도 선하다.


나는 리스트에도 없던 아프리카 대륙의 현장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솔직한 말로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였다.

여기저기 부러워하는 소리도 들렸다.


유럽과 아까운 나라란다.

함께 파견 가는 동기들도 너무 좋은 친구들이란다.

휴가 때 비행기 타면 몇 시간 만에 바로 스페인도 갈 수 있고,

바로옆에는 모로코 (아니! 모로코라니)도 있어서 여행도 갈 수 있단다.

게다가 술도 허용되는 파견 지란다!


오 마이 갓!

내가 이렇게나 운이 좋다니까?


신입사원은 신입사원이었다.

일에 대한 생각은 1도 못하고, 휴가 때 어딜 놀러 가지 생각만 하는 신입.


현장이 뭔지도 모르고 여행 가는 줄 알았던 쌩짜 신입 엔지니어.


파견 갈 현장의 모습 - 밤의 현장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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