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거의 삼 십 년 만에, 고등학교 선후배를 만났다. 둘은 친형제 사이고, 한 명은 내 문학동아리의 선배였고 한 명은 그 동아리의 후배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그쪽으로 갈 일이 없었으니 모두 잊었고, 남은 이름 하나가 없었는데 둘이 들려주는 그때의 이야기들을 들으니 하나씩 함께 했던 이름들이 희미하게 떠오르다가 조금씩 선명해지고, 눈앞에 되살아나기 직전에 멈춘다.
오래전 인연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반갑고 무섭다. 사람은 반갑고, 잊고 묻었던 서툰 날들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일은 언제나 숨이 훅, 막히는 경험이다.
후배는, 자신이 써 온 시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몇 번이나 반복해서 퇴짜 놓던 그때의 나를 웃으며 이야기했다.
내가?
그때의 나는 도대체 무엇을 알았고 또 확신했을까? 과거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