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진관에서
어르신, 어릴 때 개구장이셨어요?
사진관에 이웃 어르신 내외가 증명사진을 찍으러 오셨다. 아주 오래 전에 찍으셨던 두 분의 증명사진을 주시며 이걸로 다시 만들 수 없겠냐고 물어보셨는데 아무리 스캔한다고 해도 안 되는 거니까, 다시 찍으시라고 말씀드렸다. 증명사진 속 모습보다는 많이 늙은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앉으셨다.
이런 저런 질문을 미끼처럼 던지고 그때 드러나는 표정을 낚는다. 그래서 내 사진관은 좀 느리다. 하던 대로 어르신께 온갖 것을 묻던 중에 이 대목이 나왔다.
어르신은 어릴 때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편이셨어요? 아니면 개구장이셨어요?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님께서 대신 대답하신다.
그때는 그런 것도 없었지요. 4.3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거기서 말이 막혔다. 마침 오늘이 4.3이다. 할아버지가 12살 때 4.3이 있었고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그때 돌아가셨다. 그 뒤로 먹고 사는 일이 절박했고 겨우 살아내고 보니 지금이다. 이 섬의 어느 한 구석 4.3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오늘 찍은 사진은 4.3 피해자 관련해서 읍사무소에 내야 한다고 하셨다. 아, 꽃놀이 가시려고 여권 만드시는 게 아니었구나. 아무 것도 모르고 살짝 웃어보시라고 주문한 내 말을 주워담고 싶었다.
책으로 조금 읽고, 건너건너 이야기 전해 듣는 내 마음이 이런데, 12살에 4.3을 겪고 그 4.3이 71주년이 되는 오늘까지 살아온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수 백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그 기억을 짊어지고 있는 당대는 어떤 책임을 해내야 할까.
어르신, 봄여름가을겨울 중에 언제가 제일 좋으세요?
응, 나는 봄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