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뜰리에 Aug 08. 2019

기억의 단편들_ 비트라 캠퍼스 건축투어 (1)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기.


두명 건축 에디터들이 2018년 9월 21~10월 13일까지, 독일, 스위스, 포르투갈, 스페인을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꼈던 3주 간의 여행의 기억의 단편들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스위스에 대해 머릿속에 떠올린 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알프스, 아름다운 자연경관, 맥가이버 칼, 초콜릿, 여행자(나를 포함)들을 가장 두렵게 하는 악명 높은 물가(빅맥지수를 구글 해보면 스위스의 물가에 대해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인터라켄에 살고 있는 눈이 예쁜 내 친구 로렌즈. 이 리스트에 하나를 더 추가할 것이 생겼다. 그리고 굳이 리스트 순위를 매기자면, 한동안은 1등을 점유할 만한 가치 있는 경험을 얻었다. 바로 ‘바젤’이다.


바젤은 스위스, 독일, 프랑스 국경 도시이다. 바젤에 온 목적은 두 가지. 1. 비트라 캠퍼스 건축 투어 참여하기. 2. 스위스 건축 박물관 방문하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트라 캠퍼스에 가기 위해 스위스 바젤에 하루 머물렀고, 다음날 오전 바젤 중앙역 Bahnhof basel sbb에서 트램 2번을 타고, 독일 바젤 역 Basel Badischer Bahnhof에서 내려 55번 버스를 탔다. 20분 후 독일의 작은 마을 바일 암 라인 Weil am Rhein에 도착했다.


트램에서 마시기 위해 스위스 마트 쿱(coop)에서 구입한 Emmi cafe latte. 우리나라 편의점 커피와 비슷한 익숙한 맛이다.


정류장에서 내렸다고 바로 비트라 캠퍼스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 지도와 함께, 영화에서 볼 법한 아기자기 한 집들이 즐비해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면 (산책하는 걸음으로 약 20-30분 정도 소요) 저 멀리 비트라캠퍼스 입구가 보인다. 두근두근. 발걸음에 설렘이 묻어난다.




#비트라 캠퍼스

비트라 하우스 배치도. 건축투어 때 가이드로부터 받았다.


비트라 캠퍼스는 스위스 가구 브랜드 비트라(Vitra)의 공장이 자리한 곳이자, 건축 거장들의 작품이 담겨 있는 거대한 캔버스이기도 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1981년 발생한 화재로 비트라 공장의 대부분이 소실되었고, 이후 롤프 펠바움 Rolf Fehlbaum은 공장 부지의 건축물들을 건축가들에게 맡긴다. 비트라 캠퍼스는 디자이너의 창조성을 중시하며,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비트라 기업의 이념의 확대판이기도 하다.


프랑크 게리, 헤르조그 & 드 뫼롱, 렌조 피아노, 자하 하디드, 안도 다다오, 알바로 시자, 사나 등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6명의 건축가의 작품을 실제로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곳.

이런 곳이 또 있을까. 롤프 펠바움의 추진력에 놀랐고, 재력에 두 번 세 번 놀랐다.



#건축투어


프랑크 게리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앞에서 건축 투어가 시작된다. 2시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딱 봐도 점잖은 건축가의 포스가 느껴지는 일본인 건축가, 쌍둥이처럼 똑같은 프라이 탁 가방(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브랜드)을 맨 스위스 청년 두 명, 대포 같은 카메라를 창작하고 있는 건축학도 브라질 커플,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에서 온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가이드가 스티커와 지도를 하나씩 나눠준다. 모든 인원이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고 나면 본격적으로 건축 투어가 시작된다. 캠퍼스 곳곳의 건축물을 함께 살펴본다. 이 중 자하 하디드의 소방서, 안도 다다오의 콘퍼런스 파빌리온은 내부 투어가 가능하고, 사나의 팩토리 빌딩 일부는 내부 투어가 가능하다. 이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 기억들을 짧게 담아보려고 한다.


비트라 캠퍼스에서의 추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투어 당시 받은 스티커를 핸드폰 한켠에 붙여놓았다.



#자하 하디드 Zaha Hadid의 소방서(Fire Station. 1993)


자하 하디드가 실현한 최초의 건축물. 이 건축물은 자하 하디드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콘셉트는 물과 불. 역동적이고 긴장된 이미지이다. 네 벽면이 모두 기울어져 있고, 천정의 높낮이 또한 다르다.


현재 지역 소방서가 가까이 있어,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공간이 불편하다는 소방관들의 항의가 폐쇄의 주 이유였다고 한다^^;;)

실제로 소방서로 이용하기에는 불편했을 만한 공간들이 많다.

1. 불안감을 조성하는 캔틸레버 계단 2. 건물 내부의 사선들이 여러 곳에서 만나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이 곳에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당시에도 파격적인 실험이었을 것이다. 자하 하디드의 지금의 명성을 갖게 해주는 것은 어찌 보면 건축물의 목적성보다 건축가의 개성을 중시하고 믿고 따라준 롤프 펠바움의 믿음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자하 하디드의 기존 계획은 이 후면 유리창의 프레임을 쪼개지 않고 풍광을 한 프레임에 담는 것이었다. 시공 문제로 이를 실현할 수 없었지만 자하 하디드의 우려(?)와 다르게 풍광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 중 실제 구조로서의 기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2개이다. 나머지는 디자인 요소.



다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것은? 알바로 시자Álvaro Siza 의 비트라 공장 (Factory building, 1994)이 저 멀리 보인다.




비트라 캠퍼스 건축투어 신청하기.


비트라 캠퍼스에는 하루 두 번 건축 투어가 있다. 11시 30분, 2시.

신청은 비트라 캠퍼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고, 티켓 값을 지불하면 된다. 건축 투어만 신청 시 인당 14유로. 단 캠퍼스에서 진행 중인 다른 전시들도 관람하고 싶다면 통합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vitra.com/en-us/campus


투어는 영어로 진행된다. 하지만 예술은 언어를 뛰어넘지 않은가. 영어에 자신이 없더라도 가이드가 어떤 설명을 하는지 대략 이해할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비트라 캠퍼스는 독일에 위치해 있지만, 비트라 캠퍼스를 위한 여정을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비트라 캠퍼스가 떠오른다.

**스위스 바젤 숙소에 따라서는 일일 대중교통 무료 이용권을 제공해주니 숙소 예약 시 체크해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