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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Sep 19. 2018

루브르는 왜 비욘세에게 뮤비 촬영을 허락했을까?

이 글의 구성 


팝의 여제 비욘세, 옛 프랑스 왕궁에 입성하다


루브르엔 관람객이 필요하다


루브르 X 더 카터스 콜라보, again 2005?


국립중앙박물관도 이런 콜라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 글은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됐습니다. 기능/감성의 콜라보가 아닌, 광고/마케팅/예술 브랜드 간 콜라보를 다뤘습니다.  




팝의 여제 비욘세, 옛 플랑스 왕궁에 입성하다 





앨범에 수록된 신곡 ‘apes**t’의 뮤직비디오. 루브르 박물관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비욘세(Beyoncé)는 자타공인 팝의 여제다. 음악계의 노벨상이라고 여겨지는 그래미상을 22번 수상했으며, 그래미를 포함해 지금까지 307개의 상을 받았고 847번 후보에 지명됐다. 특히 지난해는 그래미 9개 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됐다.


또 엄청난 가창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로도 유명하다. 이런 비욘세가 지난달 16일에 제이지(JAY-Z)와 더 카터스(The Carters)라는 이름으로, 새 앨범 ‘Everything is Love’를 공개했다. 새 앨범 수록곡 중 단연 눈에 띈 건 ‘apes**t’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루브르 박물관(이하 루브르)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루브르 박물관도 비욘세처럼 ‘세계 최고’로 꼽히는 박물관이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 루브르가 비욘세에게 대관을 해준 이유는 무엇일까? 




루브르엔 관람객이 필요하다


루브르 박물관 출처. pixabay



이유를 설명하기 앞서, 프랑스의 역사와 얽힌 루브르 박물관의 본질과 수입구조를 알아야 한다. 루브르는 1793년 프랑스혁명 이후 개관한 프랑스 최초의 박물관이다. 당시 왕실의 소장품과 귀족, 성직자에게 몰수한 예술품들을 한데 모아 전시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단지 오래되고 고상한 창작물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혁명의 기본 이념과 예술이 만난 하나의 교착점이다.


때문에 프랑스에서 예술은 거래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서비스 이전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다. 이런 관점에서 혁명 초기에 관람료를 받지 않았으며, 재정부담이 점점 심해지면서 관람료를 받게 됐다.


이런 정신을 이어 현재 루브르에선 금요일 저녁 6시부터 9시 45분까지 만 26세 이하일 경우 무료입장이 가능하며, 다양한 무료/할인 제도가 존재한다. 즉, 루브르 박물관의 본질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혁명 이념에 있다.  




루브르의 자체 연간 수입은 1억 4500만 유로다. 한화로 약 2000억 원이다. 비욘세 뮤직비디오 촬영처럼 대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작다.(2015년은 26만 유료, 2016년은 40만 유로) 비욘세의 뮤직비디오 대관료도 규정에 따르면 한화로 5000만 원 정도다.


따라서 자체 수입의 대부분이 관람료와 부대시설 이용료다. 물론 프랑스 정부가 정부 보조금 이외에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면서 *메세나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악화된 *경제 상항 속에서 현재 루브르는 재정적 자립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 프랑스 정부는 루브르에 예산집행 자율권을 주고 아부다비 프랜차이즈화를 돕는 등 갖은 노력 중이지만, 앞서 말했듯 루브르 재정은 관람객 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2014년까지 매년 관람객 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테러 위협이 증가한 이래 관람객 수는 요동치고 있다. 때문에 루브르는 관람객을 유인할 확실한 무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메세나: 기업이 문화예술사업을 지원하는 행위를 메세나라고 부른다.

*경제 사항: 마크 롱 집권 이후 경제사항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  



루브르 X 더 카터스 콜라보, again 2005?


다빈치 코드(좌) 루브르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비욘세-제이지 투어 스크린샷



10여 년 전 인 2006년에 루브르는 한차례 콜라보를 진행한 적 있다. 바로 영화 ‘다빈치 코드’다. 원작은 댄 브라운의 소설인 ‘다빈치 코드’로 책은 800만 부, 영화는 7억 6000만 달러 흥행을 기록하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인기는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


영화 개봉 전 해인 2005년과 비교해 관람객이 70만 명 늘었다.(730만 -> 800만) 당시 루브르엔 다빈치 코드 투어 프로그램이 생겼을 정도다. 과연 이번 콜라보도 관람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2가지 가치로 접근해보자. 



1. 사회적 가치, ‘평등’을 매개로 한 콜라보 


비욘세는 실력은 물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유명하다. 2016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 등장했던 노래, 포메이션(Formation)은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흑인을 과잉 진압하는 경찰과 10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이후 흑인 거주지역이라고 외면받았던 뉴올리언스를 연상시키는 홍수 장면 등으로 인권 문제를 꼬집었다.


이번 신곡 ‘apeshit’ 도 마찬가지다. 위 사진을 보면, Roman copy of Hermes Fastening his Sandal by Lysippos를 보여주고 바로 다음 장면으로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미식축구 선수다. 무릎을 꿇고 있는 이유는 인종차별하는 국가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미식축구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가 나올 때 무릎을 꿇었던 퍼포먼스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뮤비에는 ‘평등’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많은 장치들이 들어가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은 더 카터스는 미국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초상화가 걸린 오바마 부부와 닮았다. 오바마 초상화는 해당 박물관에 걸린 최초의 흑인 초상화일 뿐 아니라, 화가도 흑인으로 초상화 미술관에 그림이 걸린 첫 흑인 화가라고 한다. 두 사례 모두 백인중심 예술계에 ‘평등’의 메시지를 던진 사례로 볼 수 있다. 



2. 브랜딩적 가치, ‘Most Instagrammed’와 ‘자유’



루브르 박물관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뉴욕 현대 미술관과 함께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박물관 중 하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각각 242만 명, 174만 명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SNS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2014년 프랑스 문화부가 사진 촬영을 적극 허가하면서부터다. SNS의 등장 이후, 셀카는 물론 인증샷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가 끊임없이 존재했다. 때문에 인스타그램 피드는 그 사람의 욕망과 욕구를 보여주는 창구로 여겨졌다.


이런 배경에서 프랑스 문화부는 부분적으로 플래시 사용까지 허용하면서, 사진 촬영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 이상 관람객은 입장료를 지불하는 고객이 아니라 하나의 홍보채널이 됐다.


이번 루브르 X 더 카터스 뮤비 이후, 비욘세-제이지 커플이 찍었던 포즈와 구도로 많은 인증샷이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인증샷들은 찍는 사람의 욕구 충족은 물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루브르에 가고 싶게 유혹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리라 보인다. 




결코 루브르 박물관은 SNS 성과만 중시하지 않았다. ‘apeshit’ 뮤비 스크린샷을 보면 알 수 있듯, 기존 인식으로 ‘박물관’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퍼포먼스가 뮤비에 등장했다. 몇몇 외신은 과도하게 선정적이고 마치 안방처럼 사용했다고 특권층 관람객이라며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사전에 루브르 측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루브르 박물관은 ‘자유’의 관점에서 이런 시도를 기존의 틀을 깨는 예술적인 창의성으로 여겼을 것이다. 이는 힙합을 하나의 예술장르로 포용하고, 트렌드가 된 힙(hip)을 루브르의 본질과 결합한 긍정적인 시도로 해석된다. 


본질은 지키되, 시대적 감각에 맞춘 해석으로 젊어진 명품 소비층을 사로잡은 명품 브랜드 구찌와 닮았다. 



우선 현행법으로 박물관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은 불가능하다. 이와는 별개로, 공공성을 갖는 단체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티스트가 협력한 사례가 있다. 바로 ‘2016 산이 한글날 공익광고’다. 당시 논란이 상당했다. 알파벳이 영어가 아닌 것처럼 한글과 한국어는 구분해야 한다부터 ‘산이’라는 래퍼가 아무리 실력이 있고 타겟에게 인지도가 높아도, 언어 파괴를 일삼는 래퍼를 한글날 공익광고에 내세우는 건 신뢰성을 주기엔 힘들다는 논란까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루브르 X 더 카터스 콜라보 뮤비를 기존의 기능/감성의 콜라보가 아닌, 광고/마케팅/브랜드/예술 브랜드의 콜라보 관점에서 정리해봤다. 이 세 요소를 중요도로 줄을 세우는 건 무의미하다. 이 세 가지 요소가 톱니바퀴가 되어 유기적인 관계로 실행되어야만, 성공적인 콜라보가 가능하다. 끝으로 한국에도 좋은 콜라보가 있길 기대해본다. 


장운진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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