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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May 15. 2019

CEO에 어울리는 성격이 있는 걸까?

리더, 창업가에 대해 우리가 전혀 몰랐던 사실   

           

*이하의 글은 영국 투자은행인 Barclays에서2015년 캠브리지대학과 공동 연구로 진행했던 “The Psychology of Entrepreneurship (창업의 심리학)” 연구 및 국내 기업 교육 전문 업체 패스파인더넷에서 200여명의 예비창업가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기반한 논의임을 밝힙니다.

후자의 리서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입니다. 나중에 해당 회사에서 공표하면 자세한 내용을 따로 공유드리겠습니다.
          



취업이 잘 안된다거나 회사에서 이런저런 짜증나는 일들을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다 때려치고 창업이나 할까보다” 



하지만 ‘회사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이나 ‘창업 후 3년 생존율이 30%도 안된다’ 같은 뉴스를 보면 갑자기 현실이 확 느껴지면서 그냥 하던 일이나 잘하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주제에 창업은 무슨 창업이냐’라고 한숨도 나오구요.


창업을 하고 사장이 되려면 (그리고 돈을 많이 벌려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능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그것도 성격에 맞아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창업가나 사장에 맞는 성격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냥 회사원인 우리는 이런 유형과는 성격이 많이 다를까요?


이 글은 이런 질문에 대해 빈약하나마 하나의 가이드를 드릴 목적으로 쓴 글입니다. 



우리가 흔히 성공한 창업가라고 말할 때는 대략 다음의 스테레오 타입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 추진력있는 강한 성격에

– 창의적이며 적극적인 Risk taker이고,

– 카리스마 넘치며

– 세상을 바꾸겠다는 불타는 의욕과 의지를 가진 사람


아마도 이 스테레오 타입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크버그일 것 같습니다. 잘은 몰라도 미디어에 보였던 이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에, 두려움없이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는 혁신가였고,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로 보이니까요.


하지만 진짜 모든 창업가가 이럴까요?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1.특정한 성격만이 성공한 창업가가 된다? (X)


Barclays에서 진행된 연구는 창업가들의 성격이 대단히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이런 성격은 좀..(From 미드 ‘빅뱅이론’)



‘매사에 적극적이고 자기를 드러내기 좋아하는 몽상가. 성실하고 열정적이지만 때로는 공격적인 성격’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에 딱 맞는 사람도 있지만, ‘남 앞에 나서기를 수줍어하며, 조용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의 비율도 스테레오 타입만큼이나 많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성격적 특질은 대략 ‘성실하다’와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한다’그리고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크다’ 정도 입니다. 대략 “자기의 삶을 자신이 결정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일정 수준의 위험을 성실하게 감수하겠다는” 사람이 창업가의 공통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향은 국내에서 진행되었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입니다. 자율성에 대한 욕구와 성실성 지표, 그리고 위험감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일반 직장인들보다 높게 나옵니다.


하지만, 이들이 위의 몇가지 특징을 공유한다고 해도, 이 집단내에서는 일률적으로 묶기에는 너무 다른 성격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방적이고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지만, 보수적이고 차분히 하나씩 쌓아가는 성격도 많고, 개인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조용히 팀과 함께 일을 처리해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여러분이 성실하고,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은 욕구가 어느 정도 강하고, 약간의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성향이라면 창업가로서의 기본적 전제는 충족하는 셈이고, 나머지 성격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상과 목표를 지닌 사람이다? (X) 


높은 이상과 꿈을 가진 몽상가들이 창업가의 전형처럼 보이겠지만, 이것도 동질 집단이라고 하기에는 창업가들 사이의 차이가 대단히 넓습니다.


확실히 젊은 남성 창업가들은 꿈꾸는 몽상가라는 스테레오 타입에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창업은 젊은 남자들만 하는게 아니죠.


나이가 있는 창업가집단이나 여성창업가들은 보다 현실성이 높고, 개인적인 성공 욕구 충족에 더 초점이 맞춰진 성격을 보여줍니다.


굳이 이런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스타트업 시장을 보면 생각보다 40대 이상의 중장년 및 여성 창업 비율이 높고, 이들의 창업 성공율 및 생존율이 20~30대 남성 창업자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기사)


성별 무관에 연령 무관. 게다가 거창한 꿈과 이상 없이 그냥 나만의 사업을 하면서 돈 버는게 목적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게 결론이네요. (우리 팀원들에게는 이 글을 비밀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이다? 음..


확실히 미국의 창업가들은 남에게 자기를 맞추고, 타인의 감정을 더 중요시 하는 성격보다는 자기 생각이 강하고 자기 욕구에 더 집중하는 성향을 가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문화권의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영국이나 독일의 창업가들의 경우엔 그 지역의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더 자기중심적이라는 증거는 없으니까요.


같은 동양문화권인 싱가폴 창업자들의 경우엔 오히려 그 지역의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좀 더 사람과 많이 어울리고, 친절한 성격으로 보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동양문화권에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관계지향적인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 창업가들은 약간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같은 동양문화권이지만 관계나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딱 잘라서 이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곳 보다는 자기 중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자녀나 친한 친구가 창업하겠다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걱정하더라도 창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보다 자기 자신의 욕구를 더 중요시하는 성격이어야 창업을 시작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4. 고집세고 추진력 있다? (X)
 


창업가들이 일반적으로 리스크 테이킹 성향이고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고집세고 자기 주장 강한 성향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도 확인이 안됩니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똥고집의 독불장군이 아니라는 거죠.


반면 아주 명확하게 주변 집단 및 일반 직장인과 대조되는 창업가들의 독특한 성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성격적 안정감입니다. (연구에 따라서는 연관성이 낮다고 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Barclays와 국내 조사에서는 높게 나와서 설명드립니다. 반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얘기하고보니 ‘성격적 안정감’이라는게 애매한 개념같은데요,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걱정을 잘 하고, 쉽게 불안해지고 예민해지는 사람.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향을 소위 ‘신경증적’이라고 합니다. 성격에 안정감이 있다는 것은 이런 신경증적 성향이 아주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를 차리고 창업하는 과정은 아주 힘들어요. 예상했던 것들보다 예상밖의 일이 훨씬 많이 생기고, 이런 일들의 99%는 부정적인 일들입니다.


자금이 바닥나서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하고 기껏 뽑은 직원이 일을 못하는가하면 조직 내에 불화가 생기고, 거래처가 뒷통수를 치는가 하면 자고 일어났더니 무슨무슨 규제가 떡 하니 생기고 고객 컴플레인으로 난리가 생기는 등등 이 모든 문제가 반복되고 그 강도는 점점 심해집니다. 미치죠.


이런 일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대응하다보면 신경이 굵은 사람도 우울증 걸릴 상황이 되는데, 평소 예민한 사람은 완전히 번아웃되는 일이 생길테죠. 때문에 비교적 성공한 창업가의 성격이 안정감이 높은 사람이라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원래 안정적인 사람들이 주로 창업을 하는지, 아니면 창업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사람들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확실한 건 생존하는 창업가는 안정적인 성향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겁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수백명의 창업가들을 교육한 제 경험에 비춰봐도 제대로 제품을 만들고, 실적을 올리고, 성장의 트랙에 올라간 창업팀들은 대체로 성격이 안정적이었습니다. 이기적이건 아니건, 자기중심적이건 아니건, 머리가 좋건 별로건 상관없이 살아남는 창업가는 안정적이었습니다. 



이제 좀 정리해보겠습니다. 


회사를 차리고 사장이 되는데 필요한 스테레오타입의 성격유형은 ‘편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인 성격 요소는 몇 가지 있습니다.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크다.


성실하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있다.


성격적 안정감이 높다.



이 중에서도 특히 성격적 안정감이 높은 사람들이 대체로 생존하고, 성공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잡스나 주크버그처럼 크고 높은 비전이 없어서, 카리스마 쩌는 성격이 아니라서 창업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자기가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크다면…


부디 딴 생각 마시고 지금 있는 회사에서 최선을 다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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