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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Mar 31. 2016

어설픈 소셜 마케팅은 ‘독(毒)’이다

by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디렉터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저에게 주어진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신문사의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운영이었습니다. 좋아요가 고작 200개 정도 있는 페이지를 건네 받고는 어떻게 팔로워를 모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포털사이트에서 '소셜마케팅'이라고 검색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업체가 나오더군요.

당장 '좋아요'를 늘릴 방안을 찾는 것이 저의 첫 업무였기에.. 무작정 검색된 업체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나요?"는 아...니고, 한달간 일정 금액을 내면 좋아요 숫자를 몇만개 수준으로 높여주겠다는 안내서를 보내주더군요.


이렇듯 보여지는 숫자가 중요한 게 소셜마케팅의 영역입니다. 특히, '좋아요' '팔로우'와 같은 지표는 짧은 시간에 가장 보여주기 좋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으로 좋아요와 공유해주는 프로그램마저 판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넷 포털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자동으로 '좋아요'와 '공유하기'를 늘려주는 페이스북 홍보 프로그램이 여전히 수십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 마케터, 페북플러스, 프로그램 베이 등 프로그램을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일부 프로그램은 테스터 계정을 생성해 주거나 자동으로 친구 추가를 맺어주는 등 기능도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수년전부터 판매가 이뤄져 왔지만 여전히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인기 페이지가 되면 '돈'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 페이스북 게시물이 자동으로 공유된다고?(아이뉴스) 


소셜마케팅을 경험해보지 못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동안 숫자적인 영향력을 확대해준다는 점은 아주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인력과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몸집을 불린 뒤 콘텐츠를 올렸지만 반응은 여전히 없기 때문입니다. 신문사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했던 시절로 시계바늘을 다시 돌려봅니다.

[저작자] by Christopher[출처] https://flic.kr/p/c5CL2s

일단, 소셜마케팅 업체에 의뢰하는 건은 취소했습니다. 거의 월 100만원의 돈을 지급해야 했는데, 예산 자체가 빠듯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좋아요 이벤트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추첨 말고 좀 더 매력적으로 리워드를 주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좋아요+공유를 해주는 사람 선착순 100명에게 3000원짜리 문화상품권 코드를 지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좋아요 숫자 100개가 채워지고, 이벤트 콘텐츠의 공유도 100건 이상 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습니다. 페이지 좋아요 숫자는 100개가 증가했지만(그래봤자 300개;), 이후 페이지에 포스팅을 올려도 이들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좋아요는 이벤트를 하기 전과 똑같이 0개거나 제가 누르는 1이 전부였죠. 정작 내부에서는 '우리 콘텐츠도 좋은 게 많은데 왜 반응이 없느냐'는 반응이 나오곤 했습니다.


몇년이 지나고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문제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1. 우리의 독자가 될만한 사람들에게 마케팅하지 않았다는 것

2.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소비할만한 콘텐츠가 없었다는 것


소셜미디어라는 속성을 아는 인력도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것이 얼마나 리소스, 시간 낭비인지를 보여줬던 해프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국내에서도 페이스북 유료 광고, 이벤트를 통해 좋아요를 끌어모으는 페이지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콘텐츠와 충성 독자를 확보하려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위기관리도 중요하기에 자체 인력을 활용하고자 하고요.


하지만 국내에서 3~4년 전 보여졌던 양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대 중국 소셜마케팅입니다.

중국판 트위터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웨이보' [원본 링크] https://flic.kr/p/bE1htZ

관련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소셜마케팅 관련 예산을 천만원 단위로 책정하고 있으나, 이를 맡길 대행사가 없어서 고민입니다.


한국 소셜미디어 트렌드도 이제야 겨우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가 제한된 중국은 오죽할까요. 결국은 가장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데, 과거에 해왔던 무작정 몸집키우기의 함정에 다시금 빠지고 있죠.


중국 소셜 마케팅 생태계는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상황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돈만 주면 웨이보 펀쓰를 무작정 늘려준다는 에이전시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입니다. 위챗 계정을 만들어준다는 곳들도 있죠.


그러나 정작 예산을 투입해 펀쓰를 키워놔도 댓글은 한두개에 머물러있고, 위챗은 친구를 늘리는 방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썩힙니다. 그래서 한국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국 내 대행사와 접촉하는 방법을 생각해내기도 하는데, 언어도 안되고 제휴 경험도 없으니 쉽지 않습니다.


아래는 며칠 전 인터뷰했던 중국 마케팅, 역직구 전문 에이전시 투에이비(2AB)의 김성식 대표의 설명입니다.

“중국에서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소셜미디어도 그랬습니다. 중국 말로 ‘펀쓰(팔로어)’가 500만 명인데 리플이 두 개밖에 안달리는 아이디도 많죠. 사람들이 허수인 계정을 구별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가짜 댓글을 달아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인플루언서인데 속빈 강정인 경우가 종종 나타납니다. 결국, 이들과 제휴해 마케팅을 직접 해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는데요. 이걸 해냈습니다. 그래서 300곳의 채널, 인플루언서를 엄선하게 됐죠.” - 김성식 2AB 대표 “중국 소셜마케팅, 웨이보·위챗만이 정답 아니다”(모비인사이드) 


결국, 자사의 서비스 타깃 고객이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마케팅해야 하며, 그들이 이해하기 편한 콘텐츠를 선택해야 합니다. 마케팅 이론에서 빠지지 않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실천입니다. 웨이보나 페이스북같은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에 무작정 돈을 투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습니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뷰티, 패션, 게임 등 버티컬한 영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있습니다.

뷰티 전문 커뮤니티 플랫폼인 메이좡신더

국내 소셜마케팅을 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리소스 낭비일 뿐입니다. 중국은 한국보다 더 복잡합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종류, 중국 시장의 특징, 중국 모바일 이용자의 특성 등을 다차원적으로 고민한 뒤에 펼쳐야 하는 게 순서입니다.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각종 활동'이라는 마케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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