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승제 모비데이즈 매니저
국내 모바일 마케팅 시장에 프로그래매틱 바잉의 연장선인 RTB(Real-time Bidding)가 등장한 지도 벌써 1~2년이 흘렀다. 선진 기술을 보유한 The Trade Desk, MicroAd와 Criteo 등 유명 DSP들의 한국 진출과 함께 2015년에는 본격적으로 RTB가 국내 마케팅 시장에 도입될 거라 모두가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허나 지난 일년간 국내 RTB 생태계는 발전은 커녕 지지부진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왜일까?
아마 많은 마케터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2년차를 맞이한 RTB 생태계가 2016년에는 일년간의 적응기를 딛고 드디어 도약할 것인가?를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RTB는 올해에도 '만년 유망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분명 프로그래틱바잉, RTB, 퍼포먼스 마케팅과 같은 단어가 예전보다 많이 들린다.
글로벌 온라인 광고시장은 광고주와 미디어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실시간 프로그래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 생태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DMC미디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프로그래매틱 바잉 시장 규모는 1691억원이다. 올해는 22.7% 추가 성장한 2075억원에 달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전자신문(2016.02), 티피엠엔, 프로그래매틱 바잉 시장 키운다.
또한, 애드테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만큼 한걸음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이나, 모두의 기대치만큼 획기적인 시장 규모 확대를 전망하긴 어렵다.
국내 시장에 대한 다소 비관적인 전망과는 반대로, 해외 RTB 생태계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더 많은 유사 서비스의 증가는 물론, 경쟁력을 갖기 위해 보다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등장했다. 광고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DSP의 경우, 앱 설치형 광고에 특화된 서비스, 네이티브 또는 비디오 광고에 특화되어 다양한 광고 영역을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 주목 받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RTB는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먼저 많은 사람들,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헷갈려하는 프로그래매틱 바잉과 RTB의 차이에 대해 명확히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래매틱 바잉과 RTB를 동일시되는 용어로써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프로그래매틱 바잉과 RTB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RTB는 프로그래매틱 바잉이라는 큰 개념에 포함된 여러 특성 중 하나이다 - 그러니 프로그래매틱 바잉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RTB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자.
프로그래매틱 바잉이란, 사람 대 사람으로 광고가 집행되는 것이 아닌, 컴퓨터 대 컴퓨터, 캠페인 설정에 따라 ad-tag가 지정된 ad-server에 자동으로 전달되는 모든 방식의 광고 집행 프로세스를 뜻한다. 검색 광고 등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기술들 또한 프로그래매틱 바잉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반면 RTB는 경매의 형식으로 실시간 자동 입찰을 통해 진행되는 광고 노출의 구매와 판매를 뜻한다. 즉, RTB는 프로그래매틱 바잉이라 할 수 있지만, 프로그래매틱 바잉은 RTB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RTB는 이미 핵심 애드테크로 자리 잡은 상태며, 일찌감치 준비되어있던 RTB 관련 스타트업들의 대다수는 해당 국가내에서의 성공은 물론 더 나아가 글로벌 애드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스타트업이 아닌 몇몇 유명 대행사들이 RTB 플렛폼을 출시하고도 어려움속에 고배를 마셔야했다. 어째서 이런 빈부격차가 국내와 해외 RTB 사이에 존재하는 것일까? 네 가지 이유를 정리했다.
RTB가 가장 활성화된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을 예시로 들어보자. 서울에서 최남단인 제주도까지 몇시간 걸리지 않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각 주별 거리는 매우 떨어져있는 편이다. 서부에 위치한 워싱턴과 동부에 위치한 뉴욕은 자그만치 시차만 3시간이다. 개방돼 있는 미국 시장의 특성상 유럽과의 업무 협업도 일상적인 일이다. 이러한 특성상 얼굴을 대면하는 미팅은 커녕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여 광고를 집행하는데도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나는 당장 광고를 시작해야하는데 상대측은 이미 업무시간이 끝나버린 경우도 빈번했다. 이렇다보니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과 광고 집행 프로세스의 간소화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며 이 과정에서 프로그래매틱 바잉이 생겨났고 그 프로그래매틱 바잉의 수요에 대한 경쟁에 해결안을 제공하고 광고 노출당 비용에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측정하고자 실시간 경매가 추가된 RTB로 발전했다.
무수한 매체 수와 트래픽량도 프로그래매틱 바잉의 필요에 한 몫 하였다. 국내의 네이버와 같이 엄청난 수의 컨텐츠를 보유한 대형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 해외(페이스북을 제외하고)는 각 매체별 사용자의 유형도 매우 다르고 체류시간도 비교적 짧은 편이기 때문에 다수의 매체에 광고를 노출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하루가 다르게 기존의 매체가 사라지고 새로운 매체가 생겨난다.
헌데, 각각의 특성 속에 다른 시스템, 프로세스로 일하는 매체들과 때마다 개별적으로 협업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이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던 애드네트워크들 중 많은 수가 결국 효율의 높이기 위해 기술적 연동을 통한 프로그래매틱 바잉을 택했다.
국내 프로그래매틱 바잉의 Demand Side 관계자들을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항상 화두가 되는 주제는 한결 같다.
"연동할 SUPPLY SIDE와 트래픽이 부족하다."
항상 더 많은 매체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Supply Side 관계자를 만나도 비슷한 이야기가 거론된다. 매체 수 자체와 그들이 제공하는 트래픽량이 부족한것. 국내 시장으로 진출한 해외 기업들도 그리 나은 형편은 아니다. 적지 않은 양의 국내 트래픽을 보유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을 까놓고 보면 그들 대부분이 국내 토종이 아닌 글로벌 매체들로부터 발생하는 한국 트래픽이다. 아직 묶어놓고 관리해야할 만큼 주체할 수 없이 많은 수의 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이들을 묶어놓을 기술부터 준비가 되어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프로그래매틱 바잉에 있어서 기술적 연동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각 매체별로 광고 영역부터 다른 것은 물론, 개발언어와 서버 구성 등도 개발자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이러한 경우 각 매체별로 기술적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필요로하여 연동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프로그래매틱 바잉, 더 나아가 RTB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술적인 부분에 어느정도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매체사들은 물론 IAB(Interative Advertising Bureau)와 같은 협회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광고 기술을 표준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IAB의 경우,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6개 기업(DataXu, MediaMath, Turn, AdMeld, Pubmatic, The Rubicon Project, Pulsepoint)으로부터 구성된 파일럿팀이 OpenRTB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관련 기술들을 제공하고 있다. 웹의 경우, 다양한 웹브라우저에 웹사이트가 동일하게 보일 수 있게끔 일정한 규칙을 만든 웹표준도 이와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단가가 어떻게 되나요?"
국내에서 마케팅 집행시 제일 중요시되는 요소다. 그것이 CPM이건 CPC건 간에. 해외의 경우 이러한 인식이 최근 몇 년사이에 상당히 변한 편이다. 구매가(Cost)보단 구매한 가치(Value)를 더 중시한다. 컴퓨터를 구매한다면 컴퓨터의 가격보단 컴퓨터의 CPU, RAM, 그래픽카드 등의 성능을 보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저렴하게 구매한 컴퓨터는 낮은 성능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불과 1-2년만에 수명이 다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광고에서의 구매 가치는 무엇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로 광고 효율이다. 노출당 발생한 클릭, 전환, 더 나아가서는 ROAS(Returns On Ads Spending)를 보면 해당 광고의 가치를 분석할 수 있다. 노출당 만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다시 이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오히려 이득이 남는셈이다.
결국,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RTB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켰다. 실시간으로 광고 효율을 보며 입찰가를 조정할 수도,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트래픽은 과감하게 잘라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가치를 중시하는 해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이 가치를 바탕으로 매체 뿐만 아니라 유저를 분석하여 구분, 데이터로 축적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RTB에서 그 효율이 극대화 되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광고에 반응한 유저들을 대상으로한 re-targeting, re-engagement 광고 방식이 하나의 확고한 트렌드가 되었다.
크리테오(Criteo), 애드롤(Adroll) 등 리타겟팅에만 특화된 플랫폼들도 등장하였다(이 중 몇몇은 한국 시장에서도 진출하여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국내는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이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데이터가 중시되기 시작한것이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 자체가 부족한 것이 있고, 또는 오랜기간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쌓아온 대형 매체들조차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명확히 알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또한 최근들어 많이 변화되었는데, 많은 매체사들이 사용 유저의 데이터를 축적하여 보유 매체의 특성과 유저 성향을 확실히 제공하기 시작했다. 마케터들 또한 이러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매체들을 선호하며 이를 통한 마케팅 데이터를 쌓고 있다. 요즘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난 트래킹툴에 대한 관심도가 이를 뒷바침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봤을때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의 미래는 맑아보이며, 여기서 발생한 데이터들이 사용되기 용이한 프로그래매틱 바잉과 RTB 플랫폼들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차이를 기술했지만, 궁극적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국내 프로그래매틱 바잉과 RTB 생태계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이유는 결국 시장의 흐름과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과정을 생략하고 다소 억지스럽게 만들어진 생태계에 있다.
성공적인 결과물을 먼저 가져와서 좌절과 역경의 과정을 지나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꼭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치 이가 아프기 전까지는 굳이 치과를 찾지 않는 것처럼. 아직 마케팅 시장 자체가 그만큼 성숙해지지 않았음에도 해외의 선진 기술을 가져왔기에 이 기술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정작 필수불가결한 기술로는 와닿지는 않고 서너번째 옵션 정도로 남는 것이다. 국내에서 마케팅 집행시 1순위로 사용되는 프로그래매틱 바잉 플랫폼은 기껏해야 한두곳 정도 뿐이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프로그래매틱 바잉, 특히 RTB는 좀 더 한국 마케팅 생태계에 녹아들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마케터들과 매체들의 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로써 더 자리 잡아야한다. 전체적인 시장내 플레이어들의 인식도 기술 못지 않게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고 아마 그 시기는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느껴진다.
마케터가 눈 앞에 보이는 가격 그리고 매체가 당장 보장되는 수익에만 집착하는 것을 넘어 가치, 즉 퍼포먼스를 중시하기 시작할 때가 아닐까. 그제서야 비로소 프로그래매틱 바잉과 RTB는 이 가치를 기반으로 매체들을 구분하기 위해 시장에 정말 필요한 기술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 같이 보면 좋은 글(?)
대한민국 모바일 광고업계 지도, Mobiscape KR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