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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Apr 07. 2016

가상현실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다

오현오 가우디오디오랩 대표

by 심상용 모비인사이드 에디터


지난주 무한도전을 보면서 VR 시장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었다. 다섯 멤버들의 눈을 가리고 소리, 냄새 그리고 촉각을 속여 헬기를 탔다고 상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관련 글 : ‘무도’ 가짜 헬기 체험(?)으로 엿보는 VR의 미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모두 제어하는 시스템이 등장할 때 진정한 VR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시각과 청각은 중요한 요소다. 사람은 눈과 귀를 통해 위치와 방향 등 공간 감각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우디오디오랩’은 큰 의미가 있는 VR 관련 스타트업이다.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VR 오디오 회사이기 때문이다. 오디오로 가상현실을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VR 시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지난 3월 22일 역삼역 근처 마루180에서 오현오 가우디오디오랩 대표(사진)를 만나 VR 오디오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가우디오디오랩은 VR 오디오(입체 음향)를 연구하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다. 2015년 5월 설립된 회사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소프트뱅크밴처스코리아와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오현오 대표는 오디오를 인생의 업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대학원에서 오디오를 전공했고 사회에서도 오디오 제품 개발 업무를 맡았다. (오현오? 오디오? 이름마저 비슷하다;;)


오 대표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TV 오디오 기술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불행히도 오디오는 브랜드나 가격처럼 TV의 주요 구매요인이 아니었다. 당연히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이에, 그동안 오디오 국제표준화 활동을 하면서 쌓은 경험과 실력을 토대로 국제표준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콘텐츠의 호환성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기준을 정하는 데, 이를 ‘국제표준화'라고 한다. 이 때 회사에서 보유한 특허(기술)가 국제표준으로 재정될 경우 기술 라이센스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국제표준을 받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오 대표는 그 안에서 VR 오디오 시장의 기회를 발견했다. 지금의 가우디오디오랩이 탄생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GDC 2016, VR 오디오를 활용한 가우디오디오랩 시연 영상

“2014년 당시 회사에서 제안한 ‘MPEG-H 3D Audio’ 기술이 우수한 해외 대기업을 제치고 국제표준에 체택됐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VR에 대한 주목이 커지고 있었는데요. 'MPEG-H 3D Audio'는 오디오로 공간을 인지하는 기술로 미래 가상현실에서 필요한 기술 중 하나였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VR 오디오를 연구하기 위해 가우디오디오랩을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지금도 VR에 최적화된 오디오 기술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죠. (웃음)"


‘MPEG-H 3D Audio’는 최대 22개 오디오를 통해 이용자가 공간 안에 있다고 인지하게 만드는 기술(이머시브 오디오, Immersive Audio)이다. VR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해서 HMD와 헤드폰을 사용하는 데, 이 때 ‘헤드폰 바이너럴 랜더러(Headphones Binaural Render)’ 기술이 사용된다. 즉, 헤드폰을 꼈을 때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다양한 방향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주파수를 데이터화하여 입체적인 VR 오디오를 만든다. (자료: 가우디오디오랩)

“사람은 두개의 귀를 가지고 공간을 인식합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앞, 뒤, 위, 아래 등 소리가 발생하는 방향, 위치에 따라서 주파수가 다릅니다. 뇌로 전달되는 소리의 주파수 데이터(머리 전달 함수, Head related Transfer Function)를 가지고 VR 오디오를 제작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360도 영상은 2대부터 20대에 이르는 다수의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고 영상을 이어붙이는 작업(스티칭)을 한다. VR 오디오는 사람 모양의 마네킹을 사용하거나 사방으로 붙은 귀 모양의 마이크로 녹음을 하고 이후 바이너럴 랜더링을 진행한 후 영상에 오디오를 입힌다.

VR 오디오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되는 마이크(자료: 가우디오디오랩)

“360도 영상의 경우 촬영과 함께 녹음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360도 카메라가 전방위를 촬영하기 때문에 마이크를 숨기거나 배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웃음) 그런 상황에서는 발생된 소리를 따로 녹음한 후 영상에 입히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영화에서 동시 녹음과 후시 녹음을 생각하면 편합니다."


VR 오디오 제작에는 녹음 뿐만 아니라 렌더링 작업도 중요하다.


“영상의 경우 다수의 화면을 이어주면 되지만, 이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변형되기 때문에 연산량이 커집니다. 연산량을 줄이면서 고음질의 오디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죠.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100~1000배 많은 작업량이 필요하지만, 가우디오디오를 사용하면 기존 2배의 연산만 하면 됩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쉽게 VR 오디오를 렌더링하게 도와주고 플랫폼에서 VR 오디오 코덱을 지원하는 등 VR 오디오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확보했을 때 수익모델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 전문 인력을 집결시켰습니다. 앞으로는 해외 인재를 확보해 VR 오디오 기술을 더 완성해나가고자 합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듣고 놀랄 만큼 비교 우위에 있는 가우디오디오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안 관심 밖에 있던 오디오 기술이 가상현실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묵묵히 오디오 시장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이들. 국내를 넘어 전세계 VR 오디오 시장에서 그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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