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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Apr 02. 2016

'무도' 가짜 헬기 체험(?)으로 엿보는 VR의 미래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오늘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편을 보고 간만에 빵 터졌습니다.


여의도 구 MBC 사옥에 도착한 멤버들에게 각각 안대를 채우고 노들섬으로 데려가 승합차에 태워 헬기 효과(?)를 준 뒤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척 이들을 속인 내용인데요.


이날 제작진은 멤버 다섯 명에게 안대를 씌운 후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척 이들을 속였다. 특히 제작진은 몰래 카메라를 위해 헬기 프로펠러 소리와 휘발유 냄새, 바람 등을 철저히 준비해 멤버들을 완벽하게 속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유재석은 승합차를 탄 뒤 기장이 헬기용어를 쓰고, 안전벨트를 하고 이륙한다고 하자 발버둥을 치며 패닉에 빠졌다. 결국 두려움을 안고 뛰어내린 유재석은 뒤늦게 몰래 카메라였다는 사실을 알고 제작진에게 분노했다. 이 같이 제작진에게 분노하고 어이없어하는 반응을 보인 이는 비단 유재석뿐만이 아니다. 정준하와 하하, 박명수, 광희 역시 몰래 카메라에 깜빡 속았고, 뒤늦게 모든걸 알고 망연자실해 했다. - '무한도전' 승합차 하나로 이토록 웃기는 예능이라니(엑스포츠뉴스)


아래 링크를 통해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섯 멤버 모두 괴성을 지르며 스타랙스에서 10cm 스카이다이빙(?)을 했는데요. 이들이 승합차에서 승합차로 이동했을 뿐인데 헬기라고 느꼈죠. 감각을 교란했던 장치로는 총 다섯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시선 차단용 안대

-헬기 BGM

-대형 선풍기와 지푸라기

-휘발유 냄새

-기장과 스카이다이빙 교관


즉, 시선이 차단돼 있는 멤버들을 속이기 위해 후각, 촉각, 청각을 교란한 것인데요.


승합차에서 내린 멤버들은 승합차 상단에 장착된 우퍼 스피커에서 울리는 헬기 BGM과 대형 선풍기의 바람,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지푸라기 등을 통해 헬기임을 직감합니다. 헬기인 줄 알고 건너 탄 승합차 내부에는 휘발유 냄새가 가득 차 있죠.


헬기 기장님이 등장했다 ㄷㄷ


‘브라보 알파 솰라솰라~’ 말하는 실제 MBC 헬기 기장의 멘트는 이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듭니다. 카센터에서나 볼법한 리프트를 통해 상승 효과를 줍니다. 심지어 시나리오 중엔 난기류 진입, 새떼 등장도 있습니다. 그러면 밖의 스탭들이 차를 흔들거나 새 모형을 보여주죠. 하이라이트는 선글라스+구리빛 얼굴의 교관의 멘트입니다.


정준하씨 스카이다이빙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상공 3500미터입니다.
뭐?


이는 마치 상공 3500미터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는데요.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카이다이빙인줄 알았는데...부끄러움만 남았다.

지난 2015년 4월 무한도전 멤버들이 10주년 특집으로 노들섬에서 헬기를 타고 인천의 무인도로 이동했던 기억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죠.

위의 에피소드는 앞으로 진행될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의 프롤로그 격으로 준비됐습니다. 사람의 오감이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도 '가상현실(VR)'이 만들어낼 미래가 어떠할 것인지 살짝 보였던듯도 합니다. VR은 현재까지 눈에다가 씌우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게임 정도로 소개가 되곤 합니다. 국내에서의 생태계는 아래 인포그래픽과 같습니다.


*관련 글: 대한민국 VR 생태계 지도(인포그래픽)(모비인사이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VR이 게임이나 성인물에서 그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거추장스러운 하드웨어(HMD), 멀미, 한정적인 콘텐츠를 들 수 있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입니다.


허나, 눈을 가린 사람을 승합차에 앉히고 헬기 소리, 냄새, 전문가들을 배치했을 뿐인데, 마치 헬기에 탄듯 착각을 하는 모습에 VR 시장의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만약, 눈을 가리는 것을 넘어 영상적인 VR 효과가 더해졌으면 더욱 극대화된 상황이 펼쳐졌을 겁니다. 며칠 전 만난 정덕영 클릭트 대표가 해준 말이 떠오르는군요.


VR 콘텐츠를 오래 이용하다 보니 최근에는 멀미가 아니라 이상한 감각(?)이 생겼습니다.(웃음) 비행기를 탔는 데, 비행기의 움직임이 시각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VR에서 몸은 가만히 있고 화면이 움직이는 형태와 정반대의 상황이었죠. 나중에 이 현상이 학문적으로 정의될거 같아요.(웃음)


VR은 360도 영상, 3D 콘텐츠 등 시각적인 효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장치와 결합했을 때 진정한 가상현실 시대가 시작되리라고 생각합니다. VR 콘텐츠에 맞는 사운드를 제공하는 가우디오디오랩과 같은, 시각 외 나머지 감각을 뒷받침하는 장치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무한도전은 단순히 시각을 가렸을 때에도 가상현실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오감을 교란하는 장치가 모두 결합됐을 때 진정한 VR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됐을 때, 콘텐츠를 소비, 생산하는 방식이 완전히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곧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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