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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l 22. 2019

신입은 아닌데 초보는 맞는 PM의 회고기

망했어요? 망했군요, 망하면 안 돼요!  


고백할 게 있다면,

전 PM은 커녕 IT업계에 다시 발을 들일 생각이 1도 없었습니다.


이유는 이랬죠. 


하나. 경험한 바(참고로 이전에 앱 개발사를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었습니다)에 따르면, IT로 세상이 바뀐다는데 그중 대부분은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이 IT분야로 옮겨가는 것에 불과하다.


둘. 그렇다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IT분야가 아니라 ‘뭔가 다른’ 새로운 산업군 혹은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나 기업인지도 모른다.


셋. 그러므로 IT가 크게 접목되지 않아도 독자생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는 솔직히 완전 거짓말이고, 그냥 저 스스로가 IT분야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인인증서도 못 만들어서 쩔쩔매는데(최근에 만들긴 했습니다만…) 무슨 IT며 개발을 논하겠냐는 거였죠.


뭐, 어찌 됐든 지난해 4월에 퇴사를 하고 6개월을 놀았습니다. 꾸준한 운동(하루 달리기 10km는 기본!)과 독서(비가 만만치 않더군요..), 그리고 벌려놓은 각종 잡다한 일들을 하는 게 매일의 일과였죠.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안 했다는 얘깁니다.)


그러다 어느 날 지금 회사의 대표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물론 카톡으로 했습니다..



대표님 : 준형씨, 혹시 보도자료 하나만 써줄 수 있어요? 맛있는 거 살게요! (그.. 급해요..! ㅠㅠ)


나 : 넹넹. (보통 이럼 실례이지만 저희는 이전부터 워낙 친했고 서로 도움도 주고 받았던 사이라 가능했으니 오해 없으시길..!)


그리고 며칠 뒤, 그 ‘맛있는 거’나 얻어먹으러 간 자리에서 PM 역할을 제안 받았습니다.


거절했죠. (관심 없었거든요.) 


그리고 다시 제안 받았고, (“아, 그래요? 그럼 다음주까지 다시 한 번만 더 생각해줘요”)


또 거절했습니다. (“그냥 다른 거 알아볼게요 ^^;”)


또 다시 제안.


그렇게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여러 명분을 만들긴 했지만 주된 이유는 ‘이 인간… 뭔 자신감이지? 도대체 이 사람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 거지?’ 싶은 호기심이 컸죠. 



뭐지 이 인간..?



문제가 있다면 제가 PM이 되기 했는데, PM이 뭔지 P도 M도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 그런 게 있다고 얘기나 들었지, 이전 회사에서는 그 역할을 CTO님이 대부분 처리하셨거든요. 전 그냥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안 된다는 각종 일들만 수습하면 되는 일개 부대표(공동창업자 두 명이서 가위바위보했는데 졌음)에 불과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저는 지금까지 크게 ‘망했어요?’, ‘망했군요’, ‘망하면 안 돼요!’의 세 단계를 거쳐 PM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PM 역할을 배워나가고 있죠. 아마도 몇몇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혹은 그보다 조금 더 큰 조직에서 일하게 된 PM분들께서는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거나 겪으시게 될 것이기에, 저의 힘든(?)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할 겸 지난 8개월(+@)에 관한 이야기를 앞으로 나눠볼까 합니다.


그중에는 실패의 경험도 있을 거고, (나름) 성공의 경험도 있을 겁니다. 거친 IT업계를 항해하고 계신 분들께 제가 앞으로 올리는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다음글에 PM회고기가 계속됩니다.  


이준형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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