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경쟁 브랜드의 홍보 영상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제품의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은 교묘하게 가린다. 마케터의 입장에선 누가 봐도 수백 수천만 원을 주고 찍은 홍보영상이지만, 댓글들을 보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내일 출근하면 분명 “우리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인지 뭔지 한 번 해봅시다!”라는 말을 들을 텐데 벌써 머리가 지끈하다. 얼마 전 인플루언서 관련 이슈가 있긴 했지만, 유명 인사가 우리 브랜드를 홍보해준다는 건 정말 황홀한 일이다. 집행을 결심하기 전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들을 알아보자.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수백 수천만 원 수준의 예산을 장전할 수 있다면, CJ enm의 DIA TV나 트레져헌터 등의 MCN에 연락해 제안서를 보고 원하는 인플루언서와 계약하면 된다. (MCN: Multi Channel Network, 인플루언서들의 소속사라고 이해하면 쉽다) 감각이 좋은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 피드백을 주고받고 – 제작하고 – 피드백을 주고받고 – 퍼트려준다. 제안서를 검토하고, 우리 브랜드와 가장 핏이 잘 맞는 인플루언서를 고르면 끝이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런 예산을 쉽게 굴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인플루언서 마케팅할까 말까”라는 이 글의 제목을 누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 캠페인에 이 정도 예산을 부어도 될까?’ 혹은 ‘돈은 없는데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예산에 대한 고민이라면 몇 가지 대안이 있다. 홍보할 제품 혹은 적은 비용만으로 포스팅이 가능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여러 명에게 접근해 동시다발적으로 포스팅하는 방법이다.
매번 DM이나 이메일 등으로 컨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돈이 없으면 시간을 할애하는 수밖에 없다. 이때 중요한 점은 핏이 잘 맞는 계정들이 다발적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특정 카테고리를 가지고 운영되는 계정의 팔로워 혹은 구독자들은 색이 비슷한 다른 계정들을 동시에 팔로우하거나 구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에게 ‘요즘 이 분야에서 핫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포스팅 조건이 저렴하거나 없기 때문에 ‘이거 요즘 광고 지겹게 뜨네’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팍팍 밀어보자.
또 한 가지 방법은 공구 진행 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에게 cps (Cost Per Sales)의 조건으로 공구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매출금의 n%를 인플루언서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라 위험부담이 비교적 적을뿐더러 ‘내가 믿고 보는 인플루언서가 공구로 진행할 만큼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다. 간혹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따라 기본 개런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며, 매출금의 n%를 책정할 때에도 순수익률을 잘 계산해서 정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주로 패션 분야나 #맘스타그램과 관련된 브랜드에서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인플루언서의 구독자나 팔로워들은 광고 포스팅을 전혀 광고라고 인지하지 못할까? 아마 알면서도 ‘이 사람이라면 광고 받는 제품이라도 검증해보고 진행할 것이다’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들도 직접 제품을 활용하거나, 활용해본 후기를 주제로 포스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플루언서와 그들에게 영향을 받는 대중들은 신뢰를 매개로 연결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의 구설수는 브랜드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그 구설수가 인플루언서가 속한 카테고리와 관련될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올해 초에는 분양받은 애완견을 유기견으로 속이고 채널을 운영하다 들통난 펫튜버가 논란이 되었고, 얼마 전에는 본인의 닉네임을 딴 브랜드를 운영하던 한 인플루언서가 CS 대응을 문제로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선택할 때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그들의 영향력이 거대해진 만큼 까다로운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면, 매번 검증을 진행하기엔 리소스가 많이 들고 그들의 구설수가 브랜드에 끼치는 영향도 적다. 하지만 큰 비용을 들여 진행을 해야 하는 대형 인플루언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한 사전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했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가 평소 즐겨보던, 브랜드와 관련된 인플루언서와 진행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 경우엔 담당자가 직접 콘텐츠 기획에 참여하며 자사 브랜드의 강점을 잘 녹여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건 대형 인플루언서든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든 계약을 진행하기 앞서 꼭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경우 콘텐츠의 수명이 짧은 편이다. 직접 제작한 콘텐츠라면 스폰서드 광고를 통해 콘텐츠의 수명을 올릴 수 있지만, 인플루언서가 소유한 채널의 업로드되는 콘텐츠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요소가 2차 저작권이다. 인플루언서가 제작한 콘텐츠 혹은 그것을 재가공한 콘텐츠를 광고주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다. 보통 MCN에 소속된 대형 인플루언서들이라면 제안서에 라이선스의 활용 범위나 가격이 명시되어있으며, 계약 시에 조율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형 인플루언서랑 계약할 때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본전을 뽑고자 하는 마음으로 재가공한 콘텐츠들을 마구 생성해 스폰서드 광고로 돌리고 싶어진다. 그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계약서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MCN 회사의 법무팀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을 수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경우엔 약식으로 계약이 진행되기도 하고, 계약서가 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꼭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2차 저작권과 게시 기간이다. 주변에 처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2차 저작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권장하는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경우엔 대체로 비용을 요구하지도 않을뿐더러, 2차 저작권 유효기간에 대해서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도 없이 그들의 콘텐츠를 활용했다간 또 내용 증명이 날아올 수 있다. 그러니 사전에 꼭 짚고 넘어가자. 나중에 얘기하면 ‘그건 따로 대가가 없는 건가요?’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경험담이다) 더불어 포스팅에 대한 대가만 조율한 상태로 계약을 진행했다가, 일주일도 안돼서 인플루언서가 포스팅을 지워버리는 경우를 보기도 있는데, 이럴 때 필요한 게 게시 기간에 대한 조건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경우엔 며칠만 지나도 포스팅이 피드 아래로 밀리며 효과가 떨어지는데, 인플루언서의 평소 업로드 빈도를 보고 최소한 포스팅이 스스로 생명력을 잃기도 전에는 삭제되지 않게 준비하자.
대형 인플루언서든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든 일단 집행을 하고 나면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성과 측정은 모든 마케팅 활동의 기본이며, 이를 통해 다음 캠페인에는 더 나은 액션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네이티브 한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운 캠페인들은 성과를 측정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면, 우리가 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 콘텐츠를 접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접할 것이다. 주로 킬링타임, 관심사 추천 피드 등의 이유로 콘텐츠를 접할 것이다. 당장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콘텐츠를 직접 찾아 소비하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즉각적인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다. 더군다나 인스타그램의 댓글창에선 url 클릭이 불가능하다. 유튜브는 80% 이상의 유저가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하며, 모바일 환경에서는 url이 들어가는 문구 창을 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들의 포스팅에 따라오는 가치들을 수치화해서 제공하는 설루션들도 등장하고 있다. 주로 좋아요나 댓글 등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수치화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인지도 혹은 호감도 상승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 한정으로 의미 있는 지표들이다.
다만,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직접적인 전환을 원하고 캠페인을 운영한다. 이럴 때 대안이 될 수 있는 게 고유 할인 코드다. 제공되는 할인폭 때문에 추가적인 지출이 따라오지만, 인플루언서마다 고유의 할인 코드를 부여해서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전환 측정이 가능해진다. 물론 해당 코드의 사용기간까지 명시한다면, 좀 더 명확한 성과측정이 가능해진다.
미숙한 CS 대응으로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었던 인플루언서의 기자회견 이후 인플루언서라는 검색어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미 대중들에게도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이 전파되었고, 이젠 그들도 본인의 스타들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젠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우리 브랜드를 언급해주면 알아서 홍보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그들의 입만 빌려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말자. 그들에게 먼저 신뢰를 얻고, 그들이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서포트하자. 마케터들은 그 뒷선에서 포스팅 외적인 부분을 강화해 탄탄한 퍼널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본전 뽑아내는 캠페인’을 운영할 수 있다.
김명철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