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biinside Apr 18. 2016

중국 역직구 과세 파장? 까보니 고객-판매자 모두 윈윈

출처: shutterstock

by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디렉터


최근 중국발 각종 규제 관련 소식이 국내에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 인터넷 서비스 관련 외자 기업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 관련 글: 높아지는 인터넷 만리장성…비관세 장벽 강화(모비인사이드)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충격적인(?) 내용이 발표됐는데요. 바로, 외국 제품이 중국에 들어갈 때 면세되는 품목을 없애고 모두 과세하겠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재정부는 "개인 물품으로 분류했던 해외 직구를 오는 4월 8일부터 수입 화물에 준해 정식 과세하겠다"고 24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제까지 해외 직구 상품에 행우세(行郵稅·개인 물품의 이동에 대해 매기는 일종의 우편세)만 부과했다. 중국 토종 기업이나 관세 장벽을 피해 중국에 생산·영업망을 깔아온 해외 기업들은 "해외 직구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건 불공정 경쟁"이라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다음 달부터는 기업형 해외 직구에 대해 행우세를 폐지하고, 품목마다 증치세(우리의 부가가치세)와 소비세, 관세(2000위안·36만원을 초과한 경우)를 매긴다. 개인의 해외 직구는 계속 행우세만 적용하되 대신 세율을 크게 높였다.(중략) 가장 타격이 큰 제품은 한국산 저가 아이섀도나 마스카라, 립스틱 등이다. 기존 행우세는 품목에 따라 물건값의 10~50%였고, 세액이 50위안(9000원) 미만이면 면세였다. - 中, 해외 직구에 '세금 장막' 친다(조선일보) 


이에 따른 파장은 어마어마합니다. 더 이상은 한국의 좋은 물품을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정서가 중국 고객, 한국 쇼핑몰 사이에 팽배하게 일었습니다.


최근엔 상해 푸동공항에서 과세를 피하기 위해 한국에서 사온 물건들을 버려두고 갔다는 사진 한 장이 한국과 중국의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습니다. 나중에야 버린 게 아니라 휴대물품 검사 장면으로 밝혀지긴 했으나, 소문은 발없는 말처럼 퍼져나갔죠.  


* 관련 기사: [월드 화제] 中공항 한국화장품 버린 거 아닙니다!(국민일보) 


그렇다면 정말로 한국산 제품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이번 행우세 면제 혜택 폐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표1> 행우세 면세 개정 내용

위의 표에 따르면 영유아, 식품, 보건품, 생활용품, 주방용품은 제품 가격의 10%가 50위안 미만일 경우 면세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즉, 499위안까지의 제품에 한해서만 면세가 됐고, 그 이상의 경우엔 10% 과세를 해왔는데요. 이번 개편을 통해 모든 제품에 11.9%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돼 있습니다.


색조화장품의 경우엔 제품 가격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 50위안 아래일 경우에만 면세를 했습니다. 99위안 이하의 제품에 한해 면세가 됐고, 100위안 이상의 제품에 대해서는 50% 과세를 했는데요. 이제는 모두 47% 과세를 하게 됩니다. 즉, 100위안 이상 제품을 살 경우엔 오히려 3% 세금 감면이 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기초 화장품, 바디/헤어용품의 경우는 99위안까지 면세, 100위안부터는 50% 과세를 해왔는데요. 이제는 11.9%로 통일되면서 100위안 이상 제품을 구매할 경우 38.1%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의류, 신발 및 전자제품인데요. 249위안까지 면세, 250위안부터는 20%의 과세를 했는데요. 이제는 11.9%로 통일되면서 250위안 이상의 제품의 경우엔 8.1% 감면을 받습니다.


즉, 각각 499위안(약 8만8000원), 99위안(약 1만7500원), 99위안(약 1만7500원), 249위안(약 4만4000원) 이하의 제품에 대해서만 면세를 받아왔다는 것인데요.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이 가격의 제품만 구매하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알리페이 공식 에이전시인 아이씨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쇼핑몰에서 면세가 되지 않는 품목을 사들인 수량 비율은 의류 기준 평균 18.2%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평균 42.1%의 매출이 과세 품목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표2> 의류 역직구 4개사 기존 면세/비면세 품목 비중 현황 /출처:아이씨비

즉, 매출 기준 세금을 내고 제품을 구매해온 비중이 42% 정도인데 이들 입장에선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제품, 혹은 저가의 제품 다수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린 셈입니다.


가령 C사의 경우 과세품목 비중이 구매 건수 기준 18.7%에 불과하지만, 구매액 기준으로는 40.8%까지 비중이 올라갑니다. 각 쇼핑몰마다 특색도 반영이 되는데요. A사는 면세품목의 비중이 94.5%이지만, 오히려 B사는 과세품목 비중이 74.1%에 달합니다.


과세품목을 판매하는 경우에서는 더욱 이익이 커집니다. 모 역직구 쇼핑몰 관계자에 따르면 저가 면세품목을 배송할 경우 건당 22달러 정도의 객단가가 나왔지만, 과세품목 제품은 객단가가 평균 85달러를 육박합니다. 이번 행우세 개정을 통해 과세품목을 판매할 경우 높은 객단가에 더해 세제 혜택도 주어지는 것이죠.


정리하면, 이번 중국 재정부의 행우세 변경안은 중국 고객과 한국 판매업체(판매업자) 모두에게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해도 과거보다 감면된 세금을 내면 되고, 판매업자의 경우엔 고가의 제품을 팔거나 박리다매 판매를 통해 더 높은 객단가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비록, 기존 면세 혜택의 제품만을 판매,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 있겠으나, 중국인 각 개인의 구매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세에 해당하는 중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 쇼핑몰의 입장에선 행우세 변경이 고가의 제품을 전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기회가 열린 셈이죠.


중국의 제재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 깊게 생각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중국 정부와 기업만을 위한 것이고, 한국 기업에는 피해가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같이 보면 좋은 글(?)

높아지는 인터넷 만리장성…비관세 장벽 강화

중국 공략? 한국적 독창성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모바일 게임 성공원칙...DAU-매출 상관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