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디렉터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네이버가 최근 체크카드를 출시했습니다.
네이버는 신한카드와 제휴해 전국 가맹점에서 결제 시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적립되는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한다고 4일 밝혔다. 이 카드는 연회비나 실적 제한 없이 결제 금액의 1%를 월 최대 1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네이버페이 등록 가능 계좌라면 어떤 은행과도 연동이 가능하다. 해당 카드로 오프라인에서 결제한 내역까지 네이버페이 페이지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후불 교통카드 기능도 카드 신청 시 함께 제공한다. - 결제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쌓이는 체크카드 출시(연합뉴스)
모바일로 택시를 부르고, 숙소를 예약하며, 청소를 대신 해주는 시대가 열렸는데 '이 무슨 과거로의 회귀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여튼 네이버는 신한카드의 손을 잡고 네이버페이 로고가 찍힌 체크카드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높은 적립률로 인해 사전 신청 인원 10만 돌파 등, 인기도 뜨겁습니다.
전월 실적 등 조건 없이 결제금액의 1%를 네이버페이로 적립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에 이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소액결제가 많은 체크카드가 조건 없이 결제금액의 1%를 적립해주는 것은 이례적인 혜택이다. 신한카드와 네이버페이는 포인트 적립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 신한카드-네이버페이 손잡고 온·오프라인 점령 나선다(머니투데이)
사전신청시 올해에 한 해 2%를 적립해준다는 것도 특징이죠.
알았어요, 알았어. 네이버가 체크카드를 출시한 뒤 이를 둘러싼 다양한 분석과 예측이 제기됐습니다.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온라인 강자인 네이버가 오프라인을 상징하는 카드에 올라탄다는 구도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왜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할까요? 특히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택시기사와 미용실처럼 영세한 네트워크 시장에 말입니다. 그리고, 거기다가 이 시장에 진출하는 순간 상생 문제는 필연적으로 터지게 되어 있습니다. 큰 기업에게는 이만저만 부담이 아닌 시장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데이터입니다. 저도 모 포탈에 있어 봤지만, 온라인에서 사용자의 거의 모든 행동을 추적(가두리)하는 입장에서 정말 궁금한 건 오프라인의 사용자 데이터입니다. 이 사용자가 맛집 리뷰를 작성한 게 정말로 제대로 된 데이터인지, 실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인지, 이 블로그를 보고 정말로 그 맛집에 가는 것인지. 이런 것 말이죠. 온라인 업체의 입장에서 사용자란 URL과 쿼리와 계정으로만 존재합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는 행동을 추적할 방법은 없는 것이죠. (중략)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통해 네이버는 앞서 말한 오랜 고민, 즉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뭘 하고 다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용 내역이 데이터로 저장될 테니까요. - 네이버의 신의 한 수, 네이버페이 체크카드(ㅍㅍㅅㅅ)
네이버 체크카드 약관을 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개인(신용)정보 필수적 제공에 관한 사항(상품서비스 제공)인데요.
이 카드를 만들 경우 네이버에 카드번호, 카드수령일자,가맹점명,거래일자,거래정보,매출금액,매출일자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물론 거래 종료 후 6개월 뒤에 폐기됩니다.
네이버는 신한카드와 제휴를 맺었을 뿐인데, 이 카드를 만든 사람의 오프라인 결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물론 모든 데이터는 익명화된 정보입니다.
한 가지 더. 네이버 체크카드의 가장 큰 강점인 '결제금액의 1%를 네이버페이로 적립해준다'는 점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 체크카드의 적립률이 0.5%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2배가 넘는 혜택을 주는 셈인데요. 현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네이버페이로 돌려줍니다.
네이버페이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네이버북스, 네이버쇼핑 등의 온라인 공간에서 콘텐츠와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됩니다. 2~3년 전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자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하며 할인된 금액만큼을 포인트로 돌려준 뒤 재방문을 유도했던 전략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 관련 기사: 위메프 "50만원짜리 상품 구입하면 25만원 포인트 적립"(뉴시스)
네이버의 이번 체크카드 출시에는 오프라인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 헤어/패션/쇼핑 등의 O2O 신사업을 뒷받침하는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 가장 많이 보인 반응은 "알리페이와 같은 혁신 결제 플랫폼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기존 결제 시스템에 올라타기 아니냐"는 비판들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내용은 이겁니다. 왜 '카드' 형태로 발급해야만 했을까요.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VAN(Value Added Network)으로 대표되는 한국적인(?) 특수한 오프라인 결제 생태계를 고려해야만 합니다.
VAN은 카드사 가맹점을 낼 수 있고 담보를 잡을 수 있는 물리적인 실물 가맹점에 단말기나 POS를 설치하고 카드사 가맹계약 등을 대행하며 결제를 카드사로 중계하는 업무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영위했다면 PG의 출발은 VAN의 앞 단에서 카드사에 담보 제공 및 가맹계약을 맺을 수 없는 무형의 인터넷 몰들을 자신의 하위 가맹점으로 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부도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카드사에는 대표가맹점이 되어 결제 플러그인을 제공하고 입금 받은 카드이용 대금을 하위 가맹점에 수수료를 떼어내고 정산 후 입금해 주는 것을 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산 주기를 두어 이자도 수익으로 삼습니다. - 사라져 가는 온라인, 오프라인 결제의 경계선, O2O, VAN, PG에 대한 이야기(지후대디의 IT 이야기)
즉, VAN사는 카드 발급사를 판단해 해당되는 카드사로 결제 정보를 분기, 중계를 하며 그 사이 수수료로 돈을 버는 업체입니다. 카드를 통한 결제가 늘어날수록 이들이 얻어들이는 수익은 많아지게 됩니다. 현금 지급에서 곧바로 모바일 결제 환경으로 바뀐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IMF 직후 정부의 소비활성화와 내수진작 정책으로 인해 신용카드 활성화가 많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죠.
결국, 우리나라 오프라인 결제 생태계에서 VAN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커질대로 커졌습니다. 그래서 최근 1~2년 사이 등장한 오프라인 결제 핀테크업체들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곤 하죠. 가장 앞단을 카드 대신 모바일로 바꾼다고 쉽게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의 결제 모듈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 플랫폼을 대체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네이버에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결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더라도, 여기에 집중하다보면 카카오와 배달의 민족에게 O2O 시장을 빼앗길 공산이 큽니다. 결국, 가장 쉽고 빠르면서도 오프라인의 데이터를 가져가는 방법은 기존 카드사와의 협업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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