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디렉터
’직구족’이 사용하는 플랫폼은 정해져 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아마존닷컴과 이베이, 해외 영양제 및 화장품, 티의 경우엔 아이허브닷컴이 있습니다. 모두 미국발 커머스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서비스의 틈바구니에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국산’ 직구 플랫폼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알리익스프레스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향 B2C 이커머스 서비스로 지난 2010년 만들어졌습니다. 시쳇말로 온갖 ‘짝퉁’ 제품들이 다 모여있으면서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해 인기를 누리고 있죠.
알리익스프레스의 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모바일 최적화
2. 간편 결제
3. 무료 배송
알리익스프레스는 모바일 최적화된 커머스입니다. 국내 사용자들을 위해 한국어 버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오직 모바일 사용자만을 위한 파격 할인(40~50%)을 제공하면서 모바일 앱으로 이용자를 유입시키고 있습니다. 중국 사이트임에도 모든 제품은 달러로 표기돼 있습니다.
미국발 이커머스에 페이팔이 있다면, 알리익스프레스에는 알리페이가 있습니다. 한국인은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중국인들의 경우엔 원터치로 결제할 수 있죠. 알리페이가 없더라도, 한 번 카드를 등록해놓으면 간편 결제가 가능합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달리 세금 이슈가 없어 배대지를 통해 배송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로 션전, 홍콩에서 제품이 출발하기 때문이죠. 무료 배송에 걸리는 시간은 2~4주 정도입니다. 주문한 걸 잊을 때즈음에 도착한다고들 하죠.
파격적인 가격에 더한 삼박자로 인해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한 구매량도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작년 보도된 한국일보 기사 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으로부터 직구를 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관세청의 중국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통관 현황에 따르면 2012년 596건에서 2013년 1,276건, 2014년 1,697건으로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아마존이나 국내 오픈마켓보다 가격 측면에서 더 유리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판매수수료가 낮은 것도 알리익스프레스가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배경이다. 보통 오픈마켓이 1215% 판매수수료를 받는 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5%에 불과하다. 다른 업체들이 주로 판매수수료로 돈을 버는 데 반해 알리익스프레스는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라는 광고 수입이 주 수익원이다. - ’알리익스프레스 폐인’을 아시나요?(한국일보)
국내 이커머스 관점에서는 어떨까요. 당장에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콘텐츠 측면에서 경쟁구도를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대략적으로 20달러 미만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짝퉁’에 대한 우려가 있기에 거금을 들이는 경우는 찾기 어렵죠.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보면 15여년 전 국내 오픈마켓을 떠올리게 됩니다. 당시 옥션이나 지마켓에서 정품 제품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제품이 올라오지도 않았죠. 당시 주로 거래되던 것은 컴퓨터 부품 및 저렴한 가격의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군이었습니다.
다만, 미래에도 계속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아직도 중국산 하면 싼 값 대비 낮은 품질을 지적하긴 하지만, 빠른 속도로 품질은 개선되고 있습니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샤오미를 논하지 않더라도, 블루레이나, 드론 하면 중국의 오포나 DJI부터 기억할 정도죠.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의 퀄리티가 한국을 앞서게 될 때,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고객을 향한 강력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비록 현재는 값싼 짝퉁 제품을 구매하는 통로로 사용되나, 어찌 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잠재 고객들을 야금야금 확보하고 있는 셈입니다.
모바일 중심 UI, 빠른 결제, 무료 배송이라는 측면만 봤을 때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이커머스들이 긴장할만한 위협적인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콘텐츠의 차이가 그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을 뿐인데요.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보입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장벽은 점점 높아져가는데,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장벽은 점점 낮아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인 사진 출처: Roman Pyshchyk / Shutterst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