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심상용 모비인사이드 에디터
CES, MWC 등 국제 행사에서 ‘가상현실’이 주목받은 이후 국내에서도 가상현실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VR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자주 마주치는 연사들이 있는데, 가상현실 콘텐츠 플랫폼인 ‘자몽(Jamong)’을 운영하고 있는 윤승훈 대표도 그 중 한명이다.
자몽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한정된 국내 VR 콘텐츠 유통시장에 ‘모바일 VR 콘텐츠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특히 올해 성인 VR과 VR 라이브를 선보이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아직 초창기인 VR 시장에서 자몽이 지향하는 VR 콘텐츠 플랫폼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에 지난 5월 10일 신논현역 한 카페에서 윤승훈 대표(사진)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VR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우연히 오큘러스 DK1을 접한 윤 대표는 7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배울 것도 많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경험은 지금의 자몽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초기 영화 ‘점퍼’를 모티브로 이미지 기반 VR SNS를 구축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구글에서 ‘점프’라는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기업명을 ‘자몽’으로 바꾸게 됐죠.(웃음) 개발팀이 게임사 출신으로 VR 게임 개발도 생각했지만, 하드웨어, 인력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영상은 진입장벽이 낮다고 판단하고 VR 영상으로 접근하게 됐죠."
초기 자몽은 촬영부터 편집, 앱 제작까지 360도 영상관련 총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구를 중심으로 지자체 기관의 홍보용 콘텐츠를 만들면서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을 할 수 있었다. 업계 종사자들과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고민을 듣게 됐는데, 이는 지금의 서비스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영상 시장에는 외주가 많습니다. 훌륭한 촬영기술과 연출력으로 다른 회사의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많죠. 그들 또한 자신들의 콘텐츠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수익화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러한 문제를 자몽에서 해결해보자고 생각하게 됐죠."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비교하면 자몽은 이제 막 시작하는 작은 플랫폼이지만, 윤 대표는 자몽만의 색깔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콘텐츠 공유를 위한 플랫폼입니다. 반면, 자몽은 콘텐츠 판매를 위한 플랫폼이죠. 이를 위해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제작사와 콘텐츠 유료화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콘텐츠 형식도 10분 이내의 시리즈물을 지양하고 있죠. 앞으로 미국의 넷플릭스처럼 VR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며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독점 콘텐츠를 확보한 플랫폼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불법복제를 막는 것이다. 콘텐츠가 불법복제될 경우 수익화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윤 대표는 이용자와 콘텐츠가 상호작용하며 즐길 수 있는 VR의 인터렉티브 요소를 활용하면 콘텐츠의 불법복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리얼, 유니티 등 게임엔진으로 영상에 인터렉티브 요소를 가미하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합니다. 이용자가 특정한 영역을 응시했을 때 스토리가 진행되거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선택지에 따라서 다른 스토리가 전개될 수도 있죠. 다양한 인터렉티브 요소가 포함된 영상은 불법복제해도 의미가 없게 되는 셈이죠. 자몽에서도 영상 제작사들이 쉽게 인터렉티브 요소를 영상에 삽입할 수 있는 서비스 기반 영상 플랫폼을 조금씩 공개할 예정입니다."
VR 콘텐츠가 주목 받으면서 실시간으로 360도 영상을 전송하는 VR 라이브 또한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로 주목 받았다. 윤 대표는 VR 라이브에 대해서 아직 초기 단계로 지켜봐야 된다고 밝혔다.
“VR 라이브를 진행하는데 기술적으로 큰 고민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트래픽이 문제였죠. VR 라이브의 경우 서버에서 처리하는 트래픽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많이 볼 수록 플랫폼 사업자에게 손해입니다. 공개방송 보다는 특정 이벤트나 공연을 개인적으로 송출하길 원하는 수요가 있을 때 수익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표는 VR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했다.
“예전 게임은 그래픽이 투박했지만, 게임의 스토리는 아직도 기억납니다. 요즘 게임은 너무 리얼해서 이용자가 들어갈 공간조차 없죠. 이를테면 VR 콘텐츠 시장은 과거 PC게임 시장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화질, 대중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콘텐츠가 갖는 스토리의 힘과 기획력과 연출력이 뒷받침된다면 빠른 시일내에 킬러 콘텐츠가 나오고 유료화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미개척지인 VR 시장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이제 막 VR 플랫폼이 등장했고, 누가 살아남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역량을 키우며 시장을 폭발시킬 트리거 한 방을 기다리고 있다. 자몽 또한 서비스의 안정화 및 오큘러스, 밀크VR, 플레이스테이션 등 각 VR 스토어에 서비스를 런칭하는 등 다가오는 미래를 기다리며 무르익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