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먼저 인정한 스타트업
위 기업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키워낸 유니콘들이다. 참고로,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엔비의 기업 가치는 2020년 2월 현재 40조 원을 넘는다. 이는 현대차의 시가 총액인 30조 원을 가볍게 능가하는 가치이다. 와이콤비네이터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금전적인 투자도 있지만 4000여 명에 이르는 끈끈한 와이콤비네이터 출신 네트워크가 가장 크다. 스타트업에서 끝없는 문제와 씨름하고 수많은 밤을 새워본 사람들끼리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또한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와이콤비네이터는 기수 형식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약 300여 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투자하고(지분 7%를 인수) 3개월 동안 집중 지원하는데, 한 기수당 평균 1만여 개 팀이 도전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와이콤비네이터가 투자한 첫 번째 한국 스타트업은 뷰티 커머스 플랫폼 미미박스였다. 이후 미미박스는 2019년 초 존슨앤드존슨 계열 벤처캐피털(VC)로부터 약 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 미미박스 이후 와이콤비네터가 투자한 두 번째 한국 스타트업은 기업형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술 회사이다.
센드버드는 기업 고객이 메신저 및 라이브 채팅을 사용자의 앱이나 웹으로 된 서비스에 손쉽게 탑재할 수 있도록 해당 기능을 (Software-as-a-Service) 형태로 제공한다. 일반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개발 기간이 두 달 이상 소요되던 메시징, 채팅 기능을, 센드버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통해 불과 5일 이내 완전히 구현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는 사실 엑시트(투자 회수)를 한 경험이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일하던 김 대표는 2007년 소셜 게임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했다가 5년 후 일본 상장사 게임업체인 그리(GREE)에 매각했다. 그리고 2013년 파프리카랩의 핵심 창업자 세 명이 팀을 이루어 스마일패밀리라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설립해 육아정보 소셜 미디어 ‘스마일맘’을 출시했다.
소셜 게임 플랫폼때와 마찬가지로 스마일맘 서비스 역시 사용자의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었는데 그 당시 김동신 대표는 서비스에 적용할 완벽히 마음에 드는 메시징 솔루션을 찾지 못해 직접 개발을 시작하며 사업을 피봇하게 되었다. 센드버드와 같은 기업용(B2B) 채팅솔루션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의 등장과 대화형 서비스의 급부상으로 이제는 웹이나 모바일에서 채팅기능을 접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센드버드가 만든 메시징 솔루션 프로그램은 미국 커뮤니티 웹사이트인 래딧(REDDIT), 인도네시아 대중교통 인프라앱인 고젝(gojek) 등 해외 기업은 물론 티몬·신세계·넥슨 등 우리나라 기업이 고객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채널에도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대화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이 대화하지만 디지털은 시간과 장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많은 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디지털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음성보다 메시징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평균 메시징 횟수가 통화 횟수의 5배 이상이다. 10명 중 2명은 메시징을 위해서 모닝커피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변했고 심지어 1명은 섹스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메시징이 전화통화를 대체할 수 있다고 답변한 사람도 30%나 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용자들은 메시징을 더 선호하는 것일까?
먼저 메시징은 이용자들의 대면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특히 대화가 불편한 주제를 담고 있을 때 더욱 용이하다. 젊은 이용자 들일수록 심플하고 간편한 방법을 선호하는데 메시징이 이런 니즈에 부합한다. 물론 가까운 지인들과 대화를 여전히 하지만 브랜드 혹은 기업과 상호작용 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대화보다는 메시징이다. 나 또한 광고 문자 받는 것이 텔레마케팅을 경험하는 것보다 덜 고통스럽다. 특히 전화통화 시, 상대방의 말을 잘못 이해하거나 못 들을 수도 있는데 메시징은 기록으로 남아 다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이민자도 많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도 많아 종종 유선으로 상대방의 억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선으로 중요한 정보를 수신 시 종이와 펜이 필요하지만 메시징은 그런 수고를 덜어준다.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을 낮출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는 채팅 속도나 안정성, UI 등을 달성하려면 전처럼 기업이 자체 개발인력 한두 명을 투입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개발, 서버 이용, 유지보수비 등 비용에서도 채팅솔루션을 도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최근 티몬(TMON)과 SBS, LF몰 등이 센드버드의 채팅 API를 도입해 톡톡히 효과를 봤다. 센드버드의 채팅 API를 적용한 티몬의 모바일 홈쇼핑 ‘라이브딜’은 최근 ‘1시간 매출 1억 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앞으로도 디지털 산업은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며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업화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분업화(division of labor)은 근대화의 과정에서 산업 및 경제분야에서 본격적인 시발점으로 하는 ‘생산의 모든 과정을 여러 전문적인 부문으로 나누어 여러 사람이 분담하여 일을 완성하는 노동 형태’로 발전하여 온 근본적인 개념이다. 여기에 속도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모듈화가 등장했다. 모듈이란 여러 개의 부품을 부위별로 정리해 조립한 집합체를 의미한다. 자동차 산업에 맞춰 보면 완성차 업체가 여러 가지 부품을 부위별로 나누고, 부품업체(Module Supplier)에 개발과 생산(조립)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칵핏모듈(Cockpit module; 운전석 모듈)의 경우 이전에는 핸들, 오디오 시스템, 에어백, 패달류, 에어덕트 등의 부품들이 따로따로 만들어진 후 완성차 업체에 납품됐다. 그러나 모듈화 이후에는 한 업체에서 칵핏모듈을 세트로 제작해 완성차 업체에 조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모듈생산방식은 부품의 적기공급(JIT) 방식과 함께 완성차 업체의 생산공정을 대폭 간소화시킨다. 특히 모듈화는 부품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모듈 단위로 구상하기 때문에 조립 과정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부품의 수와 조립 공정도 크게 줄인다.
이에 따라 다임러는 지난 1997년 Rasttat 공장에 모듈 생산방식을 도입했고, VW는 같은 시기 볼프스부르크 공장에 자동차 부품단지를 신설해 모듈을 제공받기 시작했고, BMW는 공급업체와 공조를 강화해 개발 비용을 20% 절감했을 뿐 아니라 모듈 생산방식으로 조립시간을 이전보다 20% 단축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모듈화는 공장 현장만이 아닌 온라인/웹 서비스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개발방식과 달리 센드버드와 같은 API 제공 업체와 최종 서비스 제공자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모듈화를 통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최종 서비스 업체의 역할을 과감하게 API제공 업체로 이관시켜 자신의 몸집을 줄이고 과중한 관리비용을 감축하는 등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모듈화는 단위 서비스의 통합화, 기능의 융합, 개발시간 단축, 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기술혁신이므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의 새로운 혁명으로 부각되고 있다.
센드버드의 Chat API만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 이미 많이 사용하는 메시징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런 경우 도입과정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이미 자체 앱을 가진 서비스라면 이용자들이 채팅앱과 번갈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리고 그 번거로움은 이용자의 이탈을 촉구할 수 있다. 어렵게 앱까지 설치한 이용자를 불편한 이용자 경험으로 잃는 것만큼 큰 기회비용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용자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맞춤대응이 어렵다. 고객과의 소통 기록이 채팅 서비스 제공자에 귀속되기에 데이터 축적이 쉽지 않다. 그러면 이제 챗봇과 메세징 서비스를 회사 내에서 개발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많은 인적자원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물론 솔루션 개발을 내재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버 구축과 유지보수 비용 그리고 앞으로 기능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추가로 투자가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설픈 수준의 솔루션을 도입하여 이용자의 서비스 경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자체 개발은 무척 신중하게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이전에 속했던 스타트업에서도 앱서비스를 준비하며 다른 모든 기능들은 최대한 내부적으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채팅 기능만큼은 일절의 고민 없이 외부 서비스를 고려했다. 전문업체의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비용과 완성도를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메시징 솔루션 전문업체 중에서도 왜 센드버드를 다들 선택하는가?
클라이언트 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결코 가성비가 이유가 아니다. 고젝과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비용 절약하자고 고객과의 소통채널을 콘크리트가 아닌 볏짚으로 공사할 이유가 없다. 서비스의 안정성과 직결되기에 싼 게 결코 비지떡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메시징 솔루션을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센드버드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고민을 한다. 센드버드를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높은 안정성과 꾸준한 관리로 뽑았다. 반대로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는 비교적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자금적인 측면에서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들 종사자들이 이러한 고민을 개발자 온라인 포럼에서 토론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실, 누구나 충분한 여력이 있다면 벤츠나 BMW를 타고 싶지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선택하는 분들도 있지만.
센드버드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센드버드를 있게 한 김동신 대표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기업가 정신 ‘사업가적인 기질’이 무엇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사업을 엑시트하며 번 90억으로 은퇴하거나 국내에서 후배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며 조금은 덜 고생스러운 인생의 루트로 입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 소프트웨어 IT 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첫 번째 사업을 엑시트 한 동료들과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사업 파트너로서는 인정을 해도 인간적인 면에서 서로 맞지 않았다면 대표와 그의 동료들은 다시 함께 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래 함께 하는 것만큼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외적으로 증명하는 길은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조직력은 기술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적응하고 되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로 한발 더 내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앞으로 시장은 텍스트 기반 메시징에서 음성 기반 메시징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음성 기반 메시징도 텍스트로 결국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센드버드가 큰 우위를 갖을 것으로 기대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잘 발휘되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 바로 ‘한 여름밤의 꿈’이다. 어쩌면 센드버드의 메시징 솔루션의 업계의 표준이 되는 것은 한 여름밤의 꿈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