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는 매년 KOREAN STARTUP COMPANIES MAP을 갱신하고 있는데,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2020년 2월 18일 자로 업데이트된 정보를 보면 현재 1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656개의 스타트업이 빼곡히 적혀있다. 그중에서 100억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만 해도 203개다. 오늘은 내가 어떻게 이 수많은 회사 중에서 두 번째 회사로 스포카(서비스명: 도도 포인트)를 택한 이유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2013년 가을, 대학로 버블퐁에서 처음으로 도도 포인트를 접했다. 대학로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가게. 음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매장 카운터에 있던 태블릿이 눈에 띄었다. 평소에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신기해서 “이건 뭐예요?”라고 직원에게 물어봤고, 자연스럽게 핸드폰 번호를 눌러 포인트 적립을 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정보 제공에 민감하거나 호기심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그땐 신기하고 새로워 보이는 건 다 해보자는 주의였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2014년, 일본 도쿄에서 일하고 있을 때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에 자주 갔었다. 어느 봄날 역 근처에서 놀다가 깨끗하고 예뻐 보이는 카페를 찾아 Caesar Cafe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카페 카운터에서 도도 포인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점장님한테 “이거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일본에도 있네요?”라고 하며 새삼 신기해하며 포인트 적립을 했던 기억이 있다.
2014년 가을, 일본에서 일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와 재취업준비를 하며 신문을 열심히 봤었다. 그러다 눈에 띈 중앙일보 기사. 경제 1면인가 2면에 있었는데 기사가 큼지막하게 나서 놓치고 지나갈 수 없었다.
‘도도 포인트?!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고 생각하며 기사를 자세히 읽었고,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 회사에 가고 싶다.”
평소에 유저로서 좋게 생각해오던 서비스였고, 매장의 고객이었던 나뿐만 아니라 매장에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 당시 1500개의 가맹 매장을 갖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보였고, 2년 동안 살아서 조금이지만 식견이 있는 일본에도 정식 진출한다니!
마침 학교 경력개발센터 홈페이지에 스포카의 채용공고가 떠서 당장 지원했고, 그 해 겨울 Spoqan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세 번의 우연한 ‘만남’ 끝에 스포카에 대한 좋은 인상이 스며들었고, 학교 경력개발센터 게시판에서 취업 공고를 보았을 때 자연스레 지원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한 직감이나 느낌만으로 스포카에 지원한 것은 아니었고, 몇 가지 나만의 고려 사항이 있었다.
회사를 고를 때 봐야 할 3대 요소는 일, 돈, 사람이라 생각한다. 체크리스트의 1번은 일, 2-3번은 돈과 관련된 것이고 4-5번은 사람과 관련된 것이다.
내가 고객으로서 어떤 서비스의 가치를 못 느낀다면, 그 회사에 애정을 갖기 힘들다. 영업 직무로 취업한다면 더더욱 이런 요소가 중요한데, 본인이 그 서비스가 가치 있다고 먼저 느껴야 이를 상대방에게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가 납득하지 못하면서 남을 설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영업이 아니더라도 스타트업에 다니다 보면 내 회사 / 서비스를 밖에서 대표하고 대변할 때가 많은데, 서비스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스스로 없다면 하루하루가 고역일 거다.
누구나 스타트업에 들어갈 때 ‘나는 로켓에 올라타겠어!’라는 열정이 넘친다. 단, 열정이 열정 페이로 끝나지 않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과 현실의 한쪽만을 택하지 말고 둘 다 보자. 스타트업의 이상이 아무리 좋아도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면 월급이 밀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투자금 등 돈이 없다면 회사 분위기 자체가 매일 위태롭게 느껴질 수 있다. 현재 손익분기점(BEP)을 넘겼거나 비즈니스 모델(BM)이 수익성이 있는 곳이라면 베스트고, BEP를 넘지 못했거나 BM이 확립이 되어있지 않아도 추후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한 곳을 추천한다. 참고로 내가 스포카에 합류했을 때 스포카는 4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였다.
스타트업은 ‘IT’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어서 볼 수 도 있지만 그 안에는 커머스, 핀테크, 푸드테크, 광고 등등 굉장히 다양한 산업군이 존재한다. 스타트업 중 특정 산업의 그동안의 성장 추이를 보며 근 2-3년간 성장세를 유지해온 업종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스포카는 큰 범주에서 광고/마케팅 업종에 속하는데, 2014년 내가 취업할 당시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였다. 같은 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 초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 19%가 꽤 높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망한 산업군을 골랐다면, 이번에는 관심 있는 회사 자체의 연혁, 매출정보 등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를 살펴보고, 어떠한 수치 기준으로든 전년 대비 100~200% 성장하는 곳을 살펴보자. 취업 당시 스포카의 매출지표가 공개되어 있지 않았기에 가장 중요한 지표인 가맹점 수 추이를 살펴봤었다. 2013년 여름 매장 수가 500여 개였는데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1700개로 3배 이상 는 것을 보고, 앞으로도 가맹점 수가 폭발적으로 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회사에 조인한 2년 후, 매장 수는 취업 당시의 5배 이상인 10,000개를 돌파했다. 늘어나는 매장 수와 함께 나도 같이 성장했었다.
100명 이하의 스타트업이라면 내가 만나는 모든 면접관들이 바로 내가 같이 일할 사람들이다. 면접 경험에서 뭔가 싸한 것이 느껴졌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직감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압박면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압박면접을 하는 이유로 지원자의 상황 대처 능력 및 순발력을 검증한다고 하는데, 이때 ‘압박’을 잘 못 이해하고 선을 넘는 질문을 하는 면접관들이 있다. 아래의 예시들처럼 성추행적인 발언, 인격 모독, 성차별 발언, 업무 외적인 요소의 비하, 지나지체 사적인 질문… 등등 압박의 개념을 잘 못 이해해서 무례한 질문을 하는 면접관들을 보면, RUN! 튀어라. 회사를 다니면서 ‘저 또라이만 없었다면 일하기 편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기 싫다면, 이런 질문을 받고도 굳이 그 회사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
나는 스포카 취업 당시 두 번의 면접을 봤었다. 1차 면접은 영업 본부장님과 팀장님이 봤는데, 비상식적인 질문은 일절 하지 않았고 면접 매너도 좋았다. 영업 팀장님과 1:1로 진행한 2차 면접 방식이 특이했는데, 내가 스포카에 가기로 결심하는데 큰 몫을 했다. 1시간 동안 절반은 팀장님이 영업을 하는 곳에 동행하여 실제로 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절반은 근처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며 회사의 업무, 특히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 면접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회사도 지원자를 뽑는 입장에서 회사의 좋은 점만 보여주려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영업을 하면서 부딪힐 수 있는 어려움 등 현실적인 부분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그래도 우리와 함께 하겠느냐?’라고 묻는 진솔한 모습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팀장님의 담담함, 진솔함이 좋았고 그녀와 같이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입사 후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녀와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고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있다)
잡플래닛은 인증된 전, 현직자들이 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곳으로 기업 리뷰, 연봉 정보, 면접 후기, 복지정보 등을 볼 수 있는 사이트다. 내가 취업 준비를 했던 2014년은 잡플래닛이 설립된 원년이라서 해당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새는 유명해져서 많은 취준생들이 이 사이트를 살펴보는 것 같다.
2020년 2월 현재 기준으로 잡플래닛에 등록된 기업 중 총 만족도 5점 만점에 4점이 넘는 곳은 63개다. 또한 만족도 3.5 이상의 기업이 전체 중 10% 미만(약 400여 개의 기업)인 것으로 보아, 3.5 정도면 양호하다고 보면 된다. 평점이 만약 2점대라면 거르자.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는 건 다 비슷하다고, 입사 후 내 만족도도 5점 중 2점 대일 가능성이 높다.
기반이 안 잡힌 스타트업의 경우, 마케팅이나 홍보담당자가 별도로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담당자가 따로 없다고 해서 스타트업이 대외 홍보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회사에 대한 좋은 뉴스 기사들이 쌓여 외부에 이름이 알려지고, 회사의 이미지가 생기고, 인재들이 모이고, 투자를 유치받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회사의 이름이 알려지면 대외적으로 영업을 하기도 수월하다. 그러니 관심 있는 기업이 기사를 꾸준히 내서 홍보활동을 잘하고 있는지도 눈여겨보길 바란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2014년 한 해 동안 나온 기사 중 ‘스포카’가 포함된 것이 19건이다. 취준 할 때 이 중 “누적 투자금액 40억 스포카, 도도 포인트 ‘멤버십 솔루션’ 강화“, “스포카 ‘도도 포인트’, 카카오 ‘옐로아이디’와 파트너십 체결“, “`지역밀착형 O2O`, 오프라인 시장 혁신 도전” 등의 기사를 읽으며 스포카는 장래성을 인정받아 누적 40억 원 이상의 투자금도 받고, 카카오와 제휴를 맺은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졌던 것 같다.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아무 곳이나 가지 말고, 이 체크리스트를 유념해서 취준생들이 옥석을 가려냈으면 한다.
모두의 취뽀를 응원한다.
해당 콘텐츠는 배준현님의 브런치 글을 재공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