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노래 챌린지, 달고나 커피, 1일 1깡…
올해도 디지털에서는 다양한 문화코드가 탄생했고 꾸준히 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TV와 같은 매스 미디어에서 스타를 만들어냈고 새로운 유행과 문화를 선도해왔습니다. 요즘엔 이게 유행이래!라는 말을 거슬러 올라가면 늘 TV 속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것이곤 했죠. 하지만 이 시대의 디지털 문화는 대중들 스스로가 새로운 유행과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지도 높은 스타 모델이나 천재적인 마케터의 슈퍼 플레이에 의존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고,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고 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디지털 문화와 환경을 잘 이해하고 ‘요즘 것’을 캐치하는 능력을 ‘디지털 감수성’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감성이 아닌 감수성으로 부르는 이유는 외부 자극을 수용하는 성질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감수성이 뛰어난 요즘 세대는 유행에 빠르게 스며들고 문화적인 코드를 쉽게 응용합니다.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디지털 감수성이란 무엇이고, 디지털 세대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가 유행처럼 확산된 이후에 우후죽순 여러 챌린지 마케팅이 생겨났지만, 대중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챌린지 방식의 신선함이 휘발되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세대는 신선한 것에는 뜨겁게 반응하지만 이미 휘발된 것에는 다시 반응하지 않습니다. 스웨그나 플렉스 같은 단어, 인스타그램의 시대가 정의하는 것은 나 스스로가 빛나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새롭고 신선한 것은 자기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간 것은 모방으로 인식하며, 모방에 동조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올려주지 않는 일이기에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결과만을 놓고 바라보기에 우리도 챌린지 한 번 해보자 라며 뒤늦게 뛰어들어 무덤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안타까운 점입니다. 디지털 세대는 설령 촌스럽더라도 개성 있는 것에 반응하며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것을 원합니다. 그래서 유튜브나 아프리카 플랫폼에서 저런 방송을 왜 보지? 싶은 다양성이 수용되었던 것이죠.
비의 1일 1깡은 디지털 세대가 만든 콘텐츠 피라미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안무를 패러디한 영상이 가장 먼저 시드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이후 다른 유저들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들이 재생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었습니다. 단, 후속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기존 콘텐츠보다 더 재미있거나 색다른 요소가 필요하다는 요건이 있습니다. 이 박사 음악에 깡 안무를 매칭 시키거나 재치 있는 사용자 댓글과 영상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죠. A라는 소스가 A-1, A-2 형태로 발전하며 종국에는 B라는 새로운 창작물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연쇄작용은 패러디 문화와도 비슷하지만 창작이 거듭될수록 파급력도 누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비를 공중파 예능까지 소환시킨 이 모든 여정이 트렌드의 탄생 과정인데 디지털 감수성이 낮은 구 세대에게는 최종 결과값인 공중파 예능 출연 사실만 눈에 띄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을 모르면 왜 갑자기 비가 3년 전 노래를 부르는지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죠.
디지털 세대는 트렌디함을 지향하지만 최신이란 개념이 반드시 오늘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박찬호의 투 머치 토커, 김영철의 4딸라, 김응수의 곽철용, 염따의 플렉스, 비의 1일 1깡에 이르기까지. 이들 모두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 이미지가 소비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대는 비단 방탄소년단이나 지드래곤처럼 꼭 누구나 인정하는 인물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무심코 지나친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고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레트로나 뉴트로 문화와도 비슷하지만 옛 것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는 아니라는 점이 다릅니다. 이미 알고 있거나 경험한 무언가에서 놓쳤던 매력을 ‘이스터에그’처럼 재발견하는 재미인 것이죠.
또한 디지털 콘텐츠로 다뤄지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캐릭터의 허점과 의외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근엄할 것 같은 캐릭터의 가벼움, 멋진 캐릭터의 우스꽝스러움, 가벼운 캐릭터의 무게감과 같이 기존 이미지와 전혀 반대의 매력이 포착될 때 입체적인 캐릭터이자 매력으로서 인식하게 됩니다. 놀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은 끊임없이 밈으로 재생산되는 디지털 콘텐츠 성격과도 맞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놀이문화는 더 이상 키치한 문화로 여겨지거나 그들만의 리그로 머물지 않습니다.
대중문화 전반으로 영향력이 확산되면서, 유행과 트렌드라는 사회적 현상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감수성의 중요성은 더 커지면서 향후 유행과 트렌드에 근간이 될 것입니다. 인싸력을 장착하고 싶거나 사회적 트렌드를 부지런히 살펴야 하는 마케터라면 더욱이 중요하겠죠.
과거에는 대중들이 무대 위를 올려다봤다면, 지금은 우리 모두가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이제는 주말 저녁 TV 앞에 모여 앉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손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모든 이들이 배우이자 동시에 연출가입니다. 어떤 이야기와 결말이 탄생할지는 그 누구도 모르죠.
어떤 무대는 막이 내려갈 때 또 어떤 이야기는 새로이 시작되는,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곽팀장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