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회사 내에서 보고서를 쓸 때도 커머스 운영을 할 때도 영업을 하러 다닐 때도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전략이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말한다고 정의한 유명한 경영학자의 선언같이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보여주지 않을 선택을 통해 심플하고 명확한 방향을 공유하는데 성공의 열쇠가 있습니다.
유명 작가인 마이클 바스카는 저서 [큐레이션]에서 보여주지 않는 선택에 의해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인간 큐레이터를 활용하든 알고리즘 기반의 큐레이션을 활용하든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않을 것을 구분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하죠. 재화가 부족하지 않아 차별화와 초저가의 전장이 된 커머스와 같이 우리가 접하는 정보도 피로할 정도로 넘쳐흐른다는 것이죠. 정보가 부족하지 않기에 가려서 주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이런 말은 사실 상식이 되었죠. 내가 본 영화와 유사한 영화들을 자연스레 보여주면서 다음 기회를 함께 모색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죠.
좋은 보고서는 읽는 사람이 빠르게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많이 안다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닌 것과 같죠. 보통은 연차가 어릴수록 데이터를 인사이트로 바꾸는 게 서툴러 데이터를 보고서에 나열합니다. 정 반대로 인사이트만 있는 경우는 소설이지만요. 좋은 보고서는 인사이트와 데이터가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있습니다. 그게 PPT든 저널이든 읽고 나면 정보 해석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는 명확한 개념만 머릿속에 남습니다. 그래서 보고서가 짧은 편이죠.
보통 중독성 높은 게임은 인터페이스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옆에서 보면 저런 게 재미있을까 싶지만 막상 해보면 밤새는 게임이 많은 것도 단순 반복이 주는 무서운 힘일 것입니다. 많은 기능을 넣는 것과 높은 자유도를 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적은 기능으로 높은 자유도를 주는 게임이 보통 시장에서 무서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제품에 너무 많은 기능을 넣기보다는 어떤 기능만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제조업체의 철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브랜딩은 일관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생활 공유형 유튜브나 인스타그램도 사실 일관적인 톤이나 컬처가 있죠. 그래서 인플루언서가 느닷없이 기존 톤을 깨는 광고나 콘텐츠를 같은 계정에서 할 때 떨어져 나가는 구독자가 많습니다. 보통 다른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서 운영합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각인되기 위해 하나의 각인될 요소를 잡고 안정화되면 유사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로 핵심을 확장합니다. 경영학의 요체가 여기에 있네요. 회사에서도 저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각인되느냐가 중요합니다. 회사 생활도 인플루언서가 되느냐의 문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보여주지 않을 각인될 이미지가 있다면 옷차림조차도 챙깁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다 알고 다 하려고 하는 것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경쟁의 세계로 들어가면 달라집니다. 많은 회사, 사람, 크리에이터 속에서 수요자들은 끊임없이 비교하고 새로운 정보와 겨뤄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와 결과물은 항상 무엇을 보여줄지를 명확하고 브랜딩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여주지 않을 것과 싸워야 합니다. 다만 보여주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알게는 해야 합니다. 그것이 없다면 수요자는 아예 준비된 게 없고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낍니다. 엄선되어 필요한 것만 준다는 메시지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곧 흥미를 잃고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많이 알고 만들 수 있다는 증명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사실보다는 어떤 존재가 될지 사업이나 사람이나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리고는 곧 알게 되겠죠. 정말 보여 줄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정의가 되어 있었는지 말이죠.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