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2019년 2/4분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애플리케이션들이다.
분류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동영상(넷플릭스, 유튜브, HBO, iQIYI, Tencent Video, Youku 등), 클라우드(Google One), SNS 및 메신저(LINE, KakaoTalk, LinkedIn 등), 음악(Pandora 등), 만화(Line Manga) 그리고 데이팅.
데이팅에 해당하는 앱. 그것도 각 열에서 1위, 2위, 1위에 해당하는 앱. 2019 2/4분기 전 세계 최고 매출 앱. 590만 명의 유료회원을 바탕으로 2019년 한 해 동안 12억 달러(1조 4,7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앱.
바로, 틴더이다.
TINDER | MATCH. CHAT. DATE.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친구를 만나는 과정도 당연히 그러하지만, 그 하위분류라고도 할 수 있는 분야인 연인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고 일부분에 있어 체계적이기까지 하다. 오늘날 떠올릴 수 있는 만남의 방법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와 인만추(인위적 만남 추구)의 스펙트럼 위에 나열해보자면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위와 같은 분류는 시대에 따라 이름만 달라졌을 뿐, 오랜 시간 대체로 유사하게 있어왔다. 친구란 이름이 과거엔 동무나 벗라는 이름으로 칭해졌을 것이며, 과거로 갈수록 자만추보다는 인만추의 빈도가 높았을 것이다.(자유연애 풍습은 19세기경 유럽에서 발명된 후에 확산되었다. 한국에 수입된 것은 1920년 전후이다.)
위의 분류 중 하나인 중매 역시 상존했다. 결혼이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던 시기에도, 또 개인과 개인의 결합인 시기에도 중매는 존재한다. 중매는 연결이다. 각 주체는 가능한 한 최선의 상대와 연결되고 싶어 하며, 본인이 알고 있는 상대 중에는 본인에게 ‘충분히’ 적합한 상대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본인에게 최적인 상대방을 찾지 못한 이유를 ‘앎의 스펙트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 판단은 실제로 그러한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저 그렇게 믿는다면, 그 믿음이 사실이 될 뿐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데이터를 알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사람의 추천을 부탁할 수 있다. 연결을 ‘잘’ 하는 것의 필수 조건은 다양한 인원의 풀, 즉 많은 데이터이다. ‘적당히’ 적합한 상대방을 찾았더라도 ‘보다 더’ 적합한 상대방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부터 열까지 꼭 맞는 운명의 반쪽(플라톤의 <향연>에 언급되는, 사실 한 몸이었지만 반으로 쪼개져 잃어버린 반쪽)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한편 이러한 믿음은 톨스토이가 말한 다음의 우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어느 한 사나이에게, 하루 종일 달려서 발이 닿는 곳이면 그 땅의 크기가 어떠하든 모두 그의 것이 되게 하겠다고 하자 그는 진종일 뛰어 다닌다. 뛰고 또 뛰면 그만큼 자신의 땅이 늘어나는 것은 그에게 놀라운 기쁨이었고, 희망이 벅차게 부풀어 오르는 사건이었다. 그는 단 한 치라도 더 얻을 요량으로 마지막 기력을 다해 달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른 순간, 그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충분히 많은 사람을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또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이상형’을 상정해놓고, 그 이상형에 최대한 가까운 사람을 찾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갈구이다. 위의 우화가 표상하듯 위의 ‘조금만 더’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자연스럽고, 그러한 열망은 상존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판단이 옳든 옳지 않든 그렇게 판단할 여지는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 그래서 연결해 줄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결혼에 특화된 데이터 플랫폼이 존재했고, 이들은 중매꾼이라 불렸다. 과거 개인사업자의 형태를 띠던 중매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업화되었고, 이후 인터넷과 통신기기의 발달과 함께 고객을 온라인상에서도 모집해 사업을 영위했다. 시대에 따라 그 규모와 형태는 바뀌었으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매업은 상존했다.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이 생기면 ‘저 사람도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알면,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텐데’라는 소심한 호기심이 생긴다. 틴더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탄생한 서비스이다. 틴더의 공동창업자 조너선 바딘은 “‘성공적인’ 관계에 ‘만남’은 필수”라고 말한다. 이는 어디가 되었든 사람들이 특정한 ‘공간’에서 직접 대면하도록 이끄는 것에 틴더의 지향점이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맨디 긴스버스 전 매치그룹(틴더의 모기업, 틴더와 비슷한 류의 매칭 서비스를 45개나 보유하고 있다) CEO는 “우리 업계의 최종 목표는 그런 불꽃이 실제 삶에서도 지속될지를 더 잘 예측하는 기술을 찾는 것이다. 회사가 성공적이지 못한 데이트 횟수를 줄일 수 있다면 고객들은 훨씬 더 만족스러워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틴더는 그 과정이 꼭 복잡할 필요도 없으며, 아주 무겁고 진지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틴더는 매치 그룹의 타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 긴스버스 전 CEO는 “자녀 및 손주와 같은 데이트 플랫폼에서 활동하기를 워하는” 시니어 고객은 없다고 말한다. 매치 그룹의 수많은 서비스들은 데이팅 혹은 매칭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각 서비스가 표적으로 하는 고객 군은 각각 차이가 있다. 매치 그룹은 각 데이팅 앱의 네트워크 효과를 추구하면서도 적절한 장벽을 형성하는 전략을 취한다. 흔히 데이팅 앱이라 하면 떠오르는, 개인의 온갖 신상정보를 기입하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를 찾아주는 앱이 있는가 하면, 사진과 이름만 있으면 간단히 시작할 수 있는 앱도 있다. 틴더는 그 모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간단한 앱에 해당하는 서비스가 틴더이다. 틴더는 처음부터 설정된 포지션이 ‘부담스럽지 않은’ 데이팅 앱이었다.
서구권 사용자들이 데이팅 앱에 대해 태생적으로 더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실상이다. 서구권이 처음부터 데이팅 앱에 개방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긴스버그 전 CEO는 “35%의 결혼이 온라인 만남으로 시작된다. 내가 여기서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 그 수치는 3%에 불과했다.”라고 말한다. 위 그래프를 보면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던 ‘초, 중, 고 친구’와 ‘가족,’ ‘이웃,’ ‘교회’ 항목은 차치하더라도, 증가 추세에 있다 2012년 즈음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전환한 항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구를 통해 만남,’ ‘직장 동료를 통해, 혹은 직장 동료로 만남’ 그리고 ‘대학에서 만남’의 세 가지 항목이다. 셋 모두 개인이 청소년기 이후 접하게 되는 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와 동시에 ‘온라인에서 만남’ 응답은 2005년 경부터 증가하지 않고 19% 수준에 정체해 있다가, 2012년 즈음 접들어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해 2019년 7월에 이르러서는 39%를 차지하는 응답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2012년 9월 12일 출시된 틴더는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을 지향하지만, 그 만남을 부담스럽지 않은 것으로 재정의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가벼운 만남을 지향하자 오히려 데이팅 앱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이용자의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다만 ‘가볍다’라는 단어를 받아들임에 있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성적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의미의 ‘가볍다’에 초점이 있기보다는, 인만추이지만 자만추처럼 느껴지게 해 만남을 부담스럽지 않도록 만드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치 교수는 “EHarmony나 Match.com(둘 모두 매치 그룹의 서비스이다)을 이용한다고 주위에 말하는 것은 여전히 꺼려지는 일이지만, 틴더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저녁 식사 파티에서 앱을 시연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전의 전통적인 온라인 데이팅과는 달리, 틴더는 주위에도 거리낌 없이 앱 사용 여부를 알리는 것이 가능하며, 친구들 앞에서 과시하며 사용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그에 따르면 Eharmony는 프라이빗하게 사용되지만 Tinder 사용자는 서비스에 대한 활동을 친구와 공유할 가능성이 더 크다.
틴더는 ‘가벼운 만남’을 지향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체성은 틴더의 스와이프 인터페이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많은 사람에게 있어 틴더는 데이팅 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임이기도 하다. 틴더 상에서 사용자는 이름과 성별, 나이, 임의의 사진 한 장(결코 본인의 외모일 필요가 없다. 좋아하는 음식 사진이든, 좋아하는 장소의 사진이든, 그 모든 것이 본인을 드러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만으로 가입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좋으면 오른쪽, 별로면 왼쪽, 너무 좋으면 위쪽, 설명을 보려면 아래쪽. 상하좌우 스와이프가 이 게임 작동법의 전부이다. 사용자 본인을 좋다고 한 사람들의 수가 상단에 표시되고, 쌍방이 좋다고 표시하면 수려한 문구로 축하 문구를 표시하며 톡 방을 열어준다.
게임으로서의 틴더, 스와이프에서 시작해 스와이프로 끝난다.
새로운 기술, 문화, 트렌드가 있을 때 가장 먼저 개발되는 콘텐츠 중 하나는 게임이다. 유희는 오랜 시간 전부터 인류에게 자리잡아 왔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심리적 저항감이 낮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VR, AR과 같은 신기술이 가장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 분야가 게임임은 결코 놀랍지 않다. 한편 게임을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게임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이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 하는데,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게임적 사고 및 작동원리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 유도를 도모하고 충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환언하면 ‘게임적인 사고와 기법을 활용해 사용자를 몰입시키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틴더가 이를 직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점을 몇 가지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변동 비율 강화(variable ratio reinforcement)’로, 사람의 뇌는 꾸준한 이득보다 ‘랜덤한 보상’에 더 흥분한다. 불확실한 보상에 더 흥미를 느끼게끔 각인된 심리라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랜덤한 매치에 흥분을 느끼며 끊임없이 스와이프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로, 무언가를 완성시키지 못하면 불편한 심리를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첫사랑을 잘 잊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주로 쓰이는데, 이것이 게임 유료 모델과 연결되면 가상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사용자가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쓰는 결과를 만든다. 틴더의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더욱 적합한 ‘운명의 반쪽’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스와이프를 이어나간다.
TINDER HAD MADE A GAME OUT OF DATING, AND WHAT DO YOU DO WHEN YOU FIND A FUN GAME? YOU INVITE OTHER PEOPLE TO PLAY.
틴더는 만남을 지향하지만, 사용 방식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애플리케이션이다. 가입은 손쉽고, 그 이후에는 핸드폰이든 PC든, 인터넷과 연결된 기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강남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10분 사이에도, 다 씻고 침대에 누워 자기 전의 10분에도 즐길 수 있다. 혼자 있을 때에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열심히 꾸민 상태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자연인 상태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틴더이다. 사람을 찾고자 하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과정은 자칫 부끄러울 수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는 말해도, 소개팅을 했다거나 결혼정보회사에 자신을 등록했다고는 굳이 떠벌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에게 더 적합한 상대를 찾기 위한 노력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외로움과 인정욕구의 과잉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틴더가 게임의 방식을 취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데이팅 앱 틴더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은 앱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얻은 이점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데이팅 앱의 맹점은 매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하면 사용자들이 데이팅 앱을 사용할 이유를 잃는다는 것이다(물론 폴리아모리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이 논의는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고 틴더에 머물러야 한다. 동시에 사람들이 틴더를 찾은 것은 본인과 잘 맞는 상대방과 ‘매치’되기 위함이다. 틴더는 본격적인 게임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서비스의 이름은 SWIPE NIGHT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틴더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인 스와이프의 사용을 활용한 서비스인데, 사용자는 지구 종말을 앞둔 상황에서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스와이프 해 게임을 이어나간다. 각 선택은 생존과 도덕이라는 딜레마와 관련되며, 사용자는 7초 내에 한 자기 선택을 해야 한다. 혼자 길을 찾아 나설지 혹은 일단 친구들을 찾아 나설지 등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지구 종말이라는 테마는 즉각적으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개연성을 부여하며,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본능을 오롯이 드러낸다.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SWIPE NIGHT은 선택에 따라 666개의 플롯으로 이어지며, 한 번 내린 선택은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각 사용자는 오로지 1개의 결론만을 알 수 있다. 남은 665개의 플롯이 궁금하다면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틴더 내 여타 사용자들과 교류하며 대화하는 것이다. SWIPE NIGHT에서 어떠한 선택을 내렸는지 프로필에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선택들은 본인을 드러내는 정보로 사용되며, 동시에 상대방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소재가 된다.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보다는 게임에서 만난 상대가 더 ‘자만추’스럽지 않겠는가.
SWIPE NIGHT은 드라마이자 게임이며, 심리 테스트이다. 미국에서 100만 명의 사용자가 즐긴 SWIPE NIGHT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에도 지원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라는 악재로 인해 지구 종말이라는 소재가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연기되었다.
해당 콘텐츠는 가오리즈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