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서베이 황희영 대표님께서 내부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작성해주셨습니다.
외신에서는 연일 코로나19가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변화를 우리 사회에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지금은 감염 위험 때문에 외출을 줄이고, 외식을 줄이고, 온라인 쇼핑을 늘리고 있지만, 언젠가 감염 위험이 줄어들면 다시 외출을 하고, 외식을 하고, 오프라인 쇼핑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세계대전이 그랬듯 이 시기가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때 돌아온 일상은 이전의 일상과는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이에 이 글을 발행하는 4월 10일을 시작으로 3주간의 코로나19 기간 동안 오픈서베이가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감지한 변화와 그러한 변화가 산업에 주는 시사점, 마케터로서 지금 봐야 할 데이터와 고민해야 할 주제에 대한 저희의 생각을 공유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지금까지 오픈서베이가 시장에서 목격한 식료품 시장의 주요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 11월 ‘경기침체 위기감이 소비행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오픈서베이 Eat Buy Play 2019 세미나에서, 경기가 침체될 때 소비자는 식료품 같은 필수재 지출은 늘리되 패션 등 재량재 지출을 줄이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틈새가전, 인테리어 소품, 콘텐츠 소비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링크).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침체가 위기감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 당시 말씀드린 변화가 더 급격하게 큰 진폭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먼저 식료품 소비를 살펴보았습니다. 2/19 대구 신천지예수교회 집단 감염 발발로 경각심이 고조된 시기인 9-10주차(2/23~3/7)에 그 전 2주간인 7-8주차(2/9~2/22) 대비 주요 식료품 구매 채널인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슈퍼마켓, 친환경 식료품점에서의 신용카드 지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불안감은 줄어드는 대신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은 11-12주차(3/8~3/21)에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9-10주차에 비축형 소비로 지출이 크게 늘었던 창고형 할인매장의 지출은 증가분만큼 다시 감소하고, 근린형 유통인 슈퍼마켓 지출은 계속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 지출 또한 9-10주차에 늘어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식사를 마련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집에서 식사가 늘어난 만큼 내식과 간편식 이용이 모두 증가했습니다. 다만, 2월 둘째 주에는 내식보다는 간편식 위주로 섭취가 증가했다면, 3월 둘째 주에는 내식 증가 폭이 커졌습니다. 코로나19 초기 곧 끝나리라는 생각에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잡으면서 좀 더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형태로 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소비자가 취식하는 식단에서는 더 재미있는 변화가 관찰됩니다. 1월 둘째 주(1/14~1/20), 2월 둘째 주(2/11~2/17), 3월 둘째 주(3/10~3/16)의 소비자의 식단 구성을 들여다봤는데요. 국내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둘째 주(1/14~1/20)와 비교해서 2월 둘째 주와 3월 둘째 주에 정식 세 끼 식사가 줄고 아침 겸 점심, 점심 겸 저녁, 간식, 후식 등 Snacking 성격의 취식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집에서 지내면서 끼니 수를 줄이는 현상으로 보이고, Snacking에 적합한 빵과 유제품 음료 취식의 증가 또한 눈에 띕니다.
식단에 오르는 메뉴의 경우 오픈서베이가 푸드다이어리라는 이름의 식단 조사를 시작한 2016년 7월 이래 한식 메뉴 취식률이 계속 감소해 왔는데,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되면서 한식 메뉴 취식률이 크게 반등했습니다. 대신, 국·탕·찌개가 구성에서 빠지고 구이류·볶음류 등 조리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메인 메뉴가 상에 많이 오르는 트렌드가 보입니다.
더불어 건강하게 먹고자 하는 의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활동량이 적어져 체중 증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채소와 과일 섭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량 구매하기 편하고 배송해주는 곳을 선호하다 보니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산지직송’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계절 채소를 이용해 무침이나 냉채로 취식하거나 샐러드로 먹는 경우 또한 같은 맥락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백질 및 육류의 중요도 또한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2월 둘째 주에 전월 대비 취식이 증가한 한식 요리 반찬 메뉴 상위 5개 가운데 돼지고기구이와 삼겹살구이가 각각 4, 5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외식을 못 하는 상황이다 보니 외식으로 많이 먹던 육류 메뉴를 내식이나 간편식, 배달음식으로 섭취하려는 경향이 엿보입니다. (출처: 오픈서베이 메뉴 트래커)
본래 식습관 변화는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일어납니다. 아래 이미지는 100개의 식단 중 주 마련법이 유통에서 판매하는 대용식·간편식인 식단의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좌측 그래프를 보면 오픈서베이가 푸드다이어리를 운영해온 지난 4년여 동안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였는데도, 식단을 마련한 주된 마련법이 간편식인 식단의 비중이 증가하는 폭은 3%p정도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기간에는 예전보다 훨씬 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측 그래프를 보면 이번 코로나19 기간에만 이전 대비 주 마련법이 간편식인 식단 비중이 5%p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소비자의 식습관 및 식단에 있어서 지난 4년간의 변화를 한두달 사이에 압축한 것보다도 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지금 새롭게 시도하는 메뉴·조리법·제품·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좋아 더 이용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경험이 좋지 않아 다시 예전에 이용하던 것으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대체재를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가 지난 뒤, 대한민국 소비자의 식생활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알기 위해서는 지금의 변화를 더 세밀하게 읽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유일한 방법은 빨리 감지해 내는 것입니다.
또한, 오픈서베이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지된 변화와 이러한 변화가 산업에 주는 시사점과 고민해봐야 할 주제에 대한 분석 아티클 시리즈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 코로나19 이후 일상 사이의 차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결정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 일어나는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픈서베이는 직접 만나지 않고도 모바일을 이용해 전국 18만 패널의 의견을 듣고 일상을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20년 1분기 기준 매일 약 28,000부의 설문 응답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코로나19 로 인한 위기 상황을 헤쳐가고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자 데이터 측면의 지원을 이어가겠습니다.
글에서 인용하는 메뉴 트래커·채널 트레커 데이터는 오픈서베이가 유료 판매 중인 코로나19 리포트의 일부입니다. 오픈서베이 코로나19 리포트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소개서를 내려받으시길 바랍니다.
https://contents.opensurvey.co.kr/opensurvey_covid19_report_intro_2020
해당 글은 오픈서베이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