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알리바바 생태계에서 생활한다. 아침에 일어날 시간이 되면 알리바바 인공지능 스피커인 티몰지니가 알람을 울리고 음악을 틀어준다. 출근할 땐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지하철을 이용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스탑덕스 커피를 주문하니 배송원이 사무실까지 커피를 배달해준다. 업무가 시작되면서 딩딩(업무용 메신저)를 이용해서 회의를 하고 동료들과 업무 정보를 공유한다.
점심시간이 되어 주변 식당에 갔더니 사람이 많다. 잠기 대기하면서 유쿠 동영상 사이트를 열어 드라마를 보거나 샤미 뮤직을 열어 음악을 듣는다. 영상을 보는 중간에 사고 싶었던 상품의 광고가 나오자 클릭해서 타오바오로 접속한다. 바로 알리페이로 결제한다.
퇴근 후 친구를 만나러 가오더지도를 열고 목적지까지 간다. 친구와 영화나 볼까하고 타오퍄오퍄오에서 영화표를 예매한다. 시간이 빠듯하여 오포 공유자전거를 타고 극장으로 간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반찬이 떨어졌다는 걸 알고 허마시엔셩 앱을 열어 고기와 해산물을 주문한다. 집에 도착하고 30분만에 허마 배달원이 벨을 누른다. 오늘 재미있는 소식이 있는지 웨이보를 열어 둘러보다가 잠이 든다.
알리바바 뿐만 아니라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구축해 놓은 생태계는 중국인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있다. 특히 알리바바는 중국 내 여타 기업과 달리 파트너십에 의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CEO가 단독적으로 경영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 상거래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 페이 등 하나의 제국을 건설한 듯한 구조로 중국 생태계 전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의 기업들이 빠른 기간안에 이런 결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여러 책을 보고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책’중국의 젊은 부자들’에는 80~90년대 생 창업가 13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 자수성가로 부를 이룬 기업가들이다. 알리바바의 마윈또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의 가능성에 투자하여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한국에서 재벌 2세, 3세 경영과는 사뭇 다른 모습니다. 이런 문화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의 창업을 장려하게 되었다.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대도시에는 창업타운이 조성되어 있어서 창업가와 투자가가 교류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BAT기업에서도 가능성 있는 신생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일어나고 있어 유의미한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일하는 문화 자체도 텐센트나 알리바바에서 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우 수평적이다. 존댓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잦은 커뮤니케이션으로 빠르게 일이 진행되고, 경력보다 실력을 우선적으로 직급이 정해진다. BAT기업의 경영진이나 디렉터급 중에는 90년대생도 많다.
중국 정부는 창업 기업과 엔젤 투자가에세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여러가지 행정처리를 간소화하는 등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경우 우선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식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 인상적이다. 중국에는 농구공도 공유할 만큼 공유 경제가 활성화 되어있는데, 이는 규제 완화와도 관련이 깊다. 타다의 불법 여부를 두고 택시업계에 끌려다니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세계에서 유니콘 기업이라고 불리는 1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스타트업 들의 57%가 한국에는 시작도 할 수 없다는 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다. 이전까지 잘 통했던 추격자 전략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혁신을 따라잡기 어렵지 않나 싶다. 스타트업들이 좋은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게 어느정도 행정적인 절차는 완화해주어야하지 않을까?
마지막은 중국의 무서울 정도의 실행력인데, 아마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 전략은 공산주의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한데, 디지털 혁명에서 공산주의가 장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의 본격적인 확장을 위해 마을 하나를 통째로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본거지로 개발해버렸다. 중국이란 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의 얼굴을 등록해버릴 수도, 도시 하나를 싹 밀어버릴 수도 있는 무서운 실행력을 가진 나라다.
왕젠이 알리바바에서 혁신을 이루어내고 성과를 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중국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곧 국가 가상화폐를 선보일지도 모르는, 신기하리만큼 변화가 수용되고 규제도 없는 중국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인프라 위에 어떤 혁신들을 쌓아올릴지 기대가된다. 사견으로는 가상화폐를 통해 달러화를 넘어서는 통화를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알리바바그룹 Q2 실적을 발표했다. 알리바바의 분기 매출은 1,190억 1,700만 위안(19조 6,49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지난 책 온라인, 다음 혁명에서 주로 다루어 졌던 클라우드 사업부문도 전년 대비 64% 증가하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은 무려 92억 9,000만 위안(1조 5,333억 원)이라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적자가 크지만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것 같다.
텐센트가 다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면 알리바바는 전부 다 해먹겠다는 행보를 보여준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테이터, 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 서비스들을 자사의 생태계안에 끌어들이기 위해 공격적인 M&A와 제휴를 통해 인프라를 확보해가고 있다.
얼마 전에 선보인 외국인 대상의 모바일 결제도 인상적이다. 이런 흐름과 비교하면 규제에 쩔쩔매는 우리나라의 현상태는 스타트업 종사자로서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단지 기술의 흐름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접하는 환경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접하면서 발생하는 러닝커브에 대한 역치차이가 결국에는 규제가 없어져도 이런 흐름을 한국이 따라잡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킹홍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