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트렌드
Industry #17. 핀테크/테크핀
과거 금융산업은 금융사들끼리 경쟁하던 구조였습니다. 은행과 은행, 증권사와 증권사가 각 사의 지점 입점, 금융상품, 마케팅 등의 전략을 통해 경쟁하던 산업이었죠. 그런데 디지털 혁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금융사들만의 영역에 비금융산업인 IT기업이 진입하면서 새로운 경쟁 양상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긴 용어가 핀테크(fintech)와 테크핀(techfin), 그리고 빅테크(big tech)입니다.
핀테크(fintech)는 Finance(금융)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사가 IT기술의 융합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모바일로도 제공하는 것인 반면에 테크핀(techfin)은 Technology(기술)와 Finance(금융)의 합성어로, IT기업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기존의 금융사들이 못했던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글이나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같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사업이 핵심인 기업이 테크핀(tech fin)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를 빅테크(big tech)라고 지칭합니다.
2020년 5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21년간 금융거래와 개인인증을 독점하면서 디지털 금융 확산에 걸림돌이 되어 온 공인인증서가 폐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본인인증 방식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금융위원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하반기 중점 추진과제’를 “금융분야 인증, 신원확인 혁신방안 마련”으로 정하면서 간편한 본인인증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이 국내 은행권 중 처음으로 ‘음성본인확인(보이스 ID)’서비스를 실시합니다. 이는 통화 15초 이내에 본인확인이 완료되는 생체인증방식으로 개인이 갖고 있는 100가지 이상 목소리 특징을 토대로 식별하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이나 형제자매와의 음성을 구분하는 정합성도가 99.9 %라고 합니다. 목소리는 사람마다 고유해서 타인이 임의 도용하기 어렵고, 복잡한 본인인증 절차나 시간소요 없이 보안성과 편의성 확보는 물론 평소 스마트 뱅킹에 어려움을 겪던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 확대에도 기대가 모아집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신한은행은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위해 '신한 쏠(SOL)'에 안면인증 서비스를 도입하여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기존의 비대면 서비스는 계좌가 없는 고객의 경우 영상통화를 통해서만 실명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상담직원의 근무시간에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고, 통화가 집중되는 시간에는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새로 도입한 안면인증 서비스는 신분증 촬영과 얼굴 영상 촬영만으로 상담원과의 영상통화 없이 365일 24시간 이용이 가능하여 신속함과 편리성이 모두 향상되어 진정한 비대면 뱅킹을 경험할 수 있게 됐습니다.
NH투자증권이 자체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 'QV'와 모바일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 'NAMUH(나무)'에 카카오페이 인증을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페이 인증서를 발급받고 카카오페이를 통해 로그인 한 NH투자증권고객은 주문, 이체, 청약 등 모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NH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 인증 외에도 지문인증, 얼굴인식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공인인증서 없이도 증권투자를 위한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사태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모바일 간편 송금서비스도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결혼식과 장례식 등 오프라인 경조사를 직접 챙기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부조금 송금을 위해 적극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던 8월 3주차 주말에는 카카오페이 축의금과 부의금 송금 이용량이 1주일 전에 비해 각각 167 % 와 35%가 증가했습니다. 카카오페이 송금은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축하나 위로메시지와 함께 간편하게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BNK부산은행은 영업점 방문없이 모바일 앱을 통해서 전 세계 200여개국에 간편하게 송금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부산은행 – WU Anytime송금'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받는 사람의 계좌번호 없이도 영문이름과 국가, 보낼 금액만 입력하면 365일 24시간 간편하게 해외송금이 가능합니다. 수수료는 금액 상관없이 5달러에 개인 1고객 1일 최대 7천달러까지 송금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요즘엔 지갑을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중교통 이용부터 식당, 커피전문점, 쇼핑까지 모두 불편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간편결제란 개인의 계좌정보나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앱에 미리 등록해 놓으면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 복잡한 절차없이 비밀번호나 지문·얼굴 등 생체 정보 인식 같은 간단한 인증만으로 쉽고 편리하게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대표적인 간편결제 외에도 이베이(스마일페이), 쿠팡(쿠페이), 11번가(SK페이), 신세계(SSG페이), 롯데(L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 시스템이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온라인 거래 증가로 신용, 체크카드 결제 이용률은 감소하는 반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가 장기화될수록 카드결제와 간편결제의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제금액 기준 국내 점유율 1위인 네이버페이는 국내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영향력을 그대로 온라인 쇼핑에 접목시킨 경우로 30만곳 이상의 온라인 가맹점과 3000만명 이상의 누적가입자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네이버ID 하나만 있으면 네이버 앱을 통해 최저가 상품검색과 결제, 배송확인, 반품, 교환, 포인트 적립 등 구매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이자 특징입니다.
2014년 국내 최초의 간를 플랫폼 안에 묶어 두는 ‘록인(Lock-in)효과’를 노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짧은 시간에 인간의 능력보다 더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닙니다. 금융계에도 ‘로보어드바이저(RA: Robo-Advisor)'라 불리는 인공지능(AI) 로봇을 도입한 서비스가 2016년에 처음으로 도입됐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RA)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가 합쳐친 용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AI가 증시나 경제지표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주식, 채권을 사고 팔아 자산관리를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따른 증시 폭락 이후 '동학개미운동'이 일며 주식투자 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직접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로보어드바이저(RA)서비스가 인기몰이 중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PB서비스를 저렴한 수수료의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누구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국민은행 케이봇쌤이 운영하는 펀드의 경우, 신규 가입금액은 올해 들어서만 1,406억원(3만 6,918건)으로 집계돼 지난 한해 동안 가입한 금액(653억원, 4만 347건)보다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케이봇쌤은 고객의 경제상황이나 투자성향을 AI기술로 분석하고 스스로 학습을 통해 투자전략을 세우며 최적의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지난 6월12일 기준 위험중립형 펀드는 3개월 수익률이4.46%나 될 정도로 수익률도 높은 편입니다.
대신증권의 '대신 로보어드바이저'는 국내외 ETF에 자산배분전략을 활용해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우리은행의 ‘우리로보알파’는 편입 펀드 개수, 투자목적(은퇴·교육·결혼·여행·구매·주택구입) 및 기간, 투자지역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하나은행의 '하이로보'는 3개월 단위로 포트폴리오 교체를 제안하며 가입 후 24시간 제공되는 My자산진단 보고서와 펀드몰 등 다양한 편의기능까지 제공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테크기반의 기업들이 ICT기술과 고객 데이터, 브랜드 인지도 등을 발판으로 금융사업에 진출하여 간편결제, 송금, 환전 등과 같은 기존의 뱅킹 서비스는 물론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입과 빅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상품추천 서비스 등 비대면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란 원래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기차나 전철 승강장을 의미했으나 오늘날에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통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반’, 또는 ‘토대’를 의미합니다. 이젠 금융도 예금상품의 판매를 넘어 금융소비자들이 24시간,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장소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간편하게 누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높여야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대표적 금융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기존에 IT 분야에서 다져 놓은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과 넓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금융산업의 온-오프라인 결제시장을 넘어 투자, 보험 등 자산관리까지 진출했습니다. 두 곳 모두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생활금융 플랫폼 구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 '플랫폼 전략'의 저자, 칼 히라노 아쓰시는 “플랫폼 시대에 금융사는 기존의 사업모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해 각자의 플랫폼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기존 은행권과 핀테크 업체는 서로 경쟁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가 가진 장점을 보완하면서 협업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신한은행은 금융플랫폼 구축을 위한 포부를 밝히고 신한쏠(SOL)을 자산관리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하여 고객편의성을 높이고 데이터3범 시행에 따라 기존 은행권 최초로 금융데이터 거래소에 참여해 데이터를 외부 고객사에 판매하는 등 데이터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금융의 개방과 혁신을 위해 시작된 오픈뱅킹으로 고객을 지키고 뺏으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오픈뱅킹이란 스마트폰에 설치한 하나의 ‘앱’을 통해 모든 은행 계좌의 결제, 잔액 조회, 거래내역 조회, 계좌실명 조회, 송금인 정보 조회, 입출금이체 등의 금융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과 은행권의 공동결제시스템'입니다.
현재 경제활동 인구 10명 중 7명이 사용하고 있는 오픈뱅킹은 마이데이터(My Data)산업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마이데이터(My Data)는 신용정보의 주체인 금융소비자가 은행, 카드, 보험, 통신사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금융 데이터의 정보주권을 보장받아 통합적으로 조회,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을 말합니다.
그동안 개인의 금융 데이터는 악용될 가능성을 막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법으로 규제해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데이터 3법’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보호에만 치중한 나머지 데이터의 활용면에서는 디지털 DNA(Data, Network, AI)의 발전과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지난 8월5일 '데이터3법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는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본인 데이터의 통합 조회와 관리가 가능해지고,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기업은 특정 목적에 한해 개인 금융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인해 개인은 맞춤형 금융서비스 등 이전과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업계에서는 정보 독점의 폐해가 해소되고 경쟁구도가 생기면서 전반적인 데이터 산업의 파이도 커질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사회적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입니다.
큐레이터 / 이노핏파트너스 이혜숙 전문교수
글 정리 / 이노핏파트너스 마케팅팀
이노핏파트너스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