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자격증 시험을 보며 느낀 점
딥러닝 수업을 재미있게 듣고, 100불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구글의 텐서플로우 자격증(Google Tensorflow Certificate) 시험에 응시했다. 결과는 다행히도 합격! 그러고보니, 운전면허 이후 처음 도전한 자격증 시험이었는데… 유익함을 넘어서 뭔가 짜릿한 손맛이 있었다.
사실, 문과 출신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딥러닝과 머신러닝은 미지의 영역을 넘어, 이질적인 영역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선입견이 알게 모르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딥러닝과 머신러닝 이론을 접할 기회를 운 좋게 만나면서 그것으로부터 꽤나 신선한 인상과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할까? 초보자의 입장에서 딥러닝과 머신러닝 이론은 들으면 들을수록 거대한 진입장벽 같은 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엄청난 가능성의 영역이라는 점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의 세계는 낯설다. 그 낯섦은 사고 방식 자체의 낯섦에서 오는 것 같다.
보통, 내게 익숙한 사고방식은 이렇다.
데이터가 있다. 답을 찾아라.
내가 이해한 딥러닝과 머신러닝의 사고는 이런 방식인 것 같다.
데이터와 답이 있다. 규칙을 찾아라.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론 수업을 조금만 들어보면 큰 차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뭐랄까, 마치 연역법과 귀납법의 차이 같다고 해야 할까?
어떤 결론을 낼 것이냐 보다는(즉, 논리적 추론 보다는), 어떤 규칙을 찾아낼 것이냐(사례를 통한 학습).. 그 규칙만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떤 데이터든 학습을 시킬 수 있다는 세계관… 그것이 딥러닝과 머신러닝의 중요한 사고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딥러닝 수업을 들었다면, 당연히 요즘 핫한 자연어처리나 컴퓨터비전 같은 걸 떠올려야 하겠지만.. 조금은 엉뚱하게도 하루키 글을 떠올린 건… 역시.. 사람은 변할 수가 없나봐… 는 아니고..
어쨌든, 어떤 책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하루키 글 중에 이런 글이 있다. 대충 내용을 떠올려보면, 어떤 재즈바에서 하루키가 손님으로 온 사람들을 분석하는 내용의 글이었던 것 같다. 손님들이 좋아하는 재즈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손님들을 분류하는 것인데.. 뭐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
“이 사람은 듀크엘링턴을 즐겨 듣는다. 체격은 어떻고, 옷차림은 어떻다.. 이런 사람들을 만났던 과거의 데이터를 볼 때 이사람은 어떤 타입의 사람이다..”
“이 사람은 스탄게츠를 선호한다. 체격은 어떻고, 옷차림은 어떻다.. 내가 본 이럼 사람들의 규칙을 볼 때 어떤 유형임에 틀림 없다.”
뭐 이런 식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글의 말미에 하루키가 장난삼아 내뱉은 표현이었다.
“내가 과학자라면 좋아하는 아티스트만 듣고도 어떤 타입의 사람인지 분류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
그래, 하루키도 시대를 앞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뮤직 추천 알고리즘의 탄생을 예언했구나.. 는… 쫌..
아, 이게 아니었지..
어쨌든..
이런 엉뚱한 생각의 나를 합격까지 이끌어준 강의에 고마움을 느낀다. 다른 어떤 책과 강의로 이해하거나 풀 수 없던 부분을 이 강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어떤 자격증 시험이든 단기 간에 시험의 특징과 함께 해당 분야의 이론과 원리를 온전히 가르쳐주기가 쉽지 않은데, 두 가지 부분을 동시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Min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