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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Nov 23. 2020

회사에서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하는 이유

CEO나 중간 관리자, 팀장이 된다면 ‘사람’이 아니라 ‘현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문제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현상에서 찾아야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 사람에게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관리자’라면 자신이 현상을 보지 않고 개개인에게서만 문제 원인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사람 때문에 제일 힘들어요”  



 직장에서 겪는 다양한 스트레스 중에 끝판왕은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회사가 엉망인 것까지는 그럭저럭 참아냅니다. 회사에 야근이 많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걸 이해하기도 하구요, 회사가 엉망진창으로 운영되어도 경영진에게 개선을 요구하며 꾹 참고 오래 다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나 상사가 또라이(?) 같다면 하루하루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괴로워집니다.


 이는 창업자, 대표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사업이니 만큼 회사 일이 너무 많다거나, 사업이 안 풀리는 건 담담하게 견뎌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관리에 있어서 CEO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대부분 ‘사람’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직원들의 부족함이나 삐딱선, 책임감 없는 모습 등등을 탓하며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쌓이면 경영 방침은 갈수록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회사(경영진)는 직원을 ‘골칫거리’나 ‘문제 대상’으로 바라보고, 서로 대립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최악의 상황인 것이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 또라이(?)같은 사람이 나가거나, 내가 퇴사하지 않고는 도저히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저 사람이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수십 년 간 그렇게 살아온 성격이 변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럼 우리에겐 부서 이동이나 퇴사밖에 답이 없는 걸까요?  



제왕의 경영학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의 CEO들은 마치 제왕처럼 보입니다.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심지어 빌 게이츠도 경영에 관해서는 인성 문제가 불거지곤 했었습니다. 마치 제국을 이끄는 제왕들이 대의를 위해서라면 소수의 의견이나, 인간성도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한 것처럼요.


 만약 CEO가 제왕이 된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말단 사원에게 서류를 집어던지며 다시 해오라고 소리 지를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직원한테는 당장 그 자리에서 빈 박스를 던져주며 짐을 싸라고 할 수도 있겠죠.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방해가 되거나, 조직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당사자의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도 위대한 CEO가 되기 위해서는 ‘제왕’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답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일반적인 사람은 그들처럼 행동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을 무시하고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기 주변에 남게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단순히 무례할 뿐인 CEO의 주변에선 아무도 일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때문에 우리는 제왕이 아니라 현명한 왕, ‘현왕’이 되어야 합니다. 



현왕의 경영학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사람들은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사람이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나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권력관계를 가져오려는 데에만 골몰합니다. 혹은 제왕처럼 힘으로 찍어 누르거나요.


 만약 조직의 리더마저도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골몰하고 있으면, 그 조직은 어떻게 될까요? 권력관계에만 고개를 처박고 있는 왕은, 정작 조직 전체의 번영을 위한 중요한 사안들을 놓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CEO가 회사에서 정치의 달인이 되어, 직원들과 힘 겨루기를 이기는 건 상책이 아니라 하책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현상을 현상으로만 바라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준비물을 빠트린 팀원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볼 때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팀원의 성격이나 성향’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성격이 칠칠맞다거나 책임감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문제라고 정의 내립니다. 이렇게 문제의 원인을 사람에게서만 찾는 것을 ‘내적 귀인의 오류’라고 합니다.


 문제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으면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수십 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성격을 대체 무슨 수로 바꾸겠습니까? 사람을 바꾸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껏해야 “다음엔 꼼꼼하게 좀 신경 써라”, “책임감 있게 좀 챙겨라”라고 여러 차례 말해봤자 그때뿐입니다. 문제 정의가 잘못되었으니 잘못된 해결책이 나옵니다.


 현명한 사람은 현상을 현상으로만 바라본다고 했습니다. 앞선 예시에서 중요한 준비물이 누락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리더로서 이러한 문제 현상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부터는 업무 과정에서 중요한 준비물이 누락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Action Item을 찾을 것입니다. 준비물품 체크리스트를 만든다든지, 다른 팀원과 더블체크하도록 규칙을 정하는 등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실수를 저지른 해당 직원이 칠칠맞은 사람이든, 다른 누가 그 일을 맡든,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십시오. 


 사람은 바꾸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문제 현상을 야기하는 ‘상황’은 바꿀 수 있습니다. 손에 칼을 쥐고 돌아다니는 제왕이라면 사람의 목숨을 쥐고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합니다. 이는 당연히 우리가 쉽게 따라 할 수도 없고, 좋은 방법도 아닙니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상황을 보십시오.



 실제 기업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수도 없이 봅니다. 대부분의 갈등 상황은 ‘진짜 또라이’ 한두 명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 자체는 괜찮은데 직장 동료/상사로서는 별로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성격이 모난 건 아닌데 업무 피드백을 기분 나쁘게 한다든지, 마감일이 닥쳐오면 주변에 짜증을 낸다든지, 그런 식입니다.


 이때 돌이켜보십시오. 이러한 문제 현상을 바라볼 때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지는 않았습니까? ‘아, 저 사람은 싸가지가 없다’, ‘저 사람은 성격이 원래 괴팍하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평가해버리지는 않았습니까?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직장인들이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실제로 그 사람 성격이 괴팍한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그렇게 정의하면 대안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집니다. 그 사람 성격 탓을 해버리면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아침에 성격이 바뀌지 않는 이상,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에 주의를 줘봤자 같은 문제는 반복될 것이구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또 부서 이동이나 직급 변경, 퇴사 같은 극단적인 방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더 신경 써서 잘해주거나, 아니면 반대로 강하게 경고를 주더라도 문제는 반복될 것입니다. 이는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에 대한 해결책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와 체계, 상황을 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 사례 : 업무 결과물에 대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업무 퀄리티를 문책하는 상사

 상사의 피드백 방식을 온화하게 해달라고 부탁/경고하는 건 좋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애초에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분석해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경우엔 실무자가 업무 진행 상황을 중간중간에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감기한이 다 되고 나서야 상사에게 업무 결과물을 처음 보여주니까, 상사 입장에선 ‘시간을 이렇게 줬는데도 결과물이 이모양이야!’하고 화내는 것이죠. 이럴 땐 팀 내에서 중간 납기를 정하고 중간보고를 의무화해보세요. 사람의 말하는 성향을 바꾸려고 하지 말구요.

  


나에 대한 에고(Ego)도 버리십시오.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나?”, “나를 속으로 무시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문제의 원인을 나라는 사람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자의식이 강해지면 다른 동료/상사와의 관계도 정치적인 것처럼 인식하게 됩니다.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것 같고, 자기 팀의 업무를 떠넘기기 위해서 힘싸움하는 것 같고, 다양한 오해들이 시작됩니다.


 자의식, 에고(Ego)가 강한 사람은 끊임없이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회사가 정치판이 되어버립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표의 Ego가 너무 강한 경우입니다.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이면서, 가장 강력한 존재가 직원들이랑 힘싸움이나 하고 있으면 조직 전체가 곪아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CEO는 체스판의 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회사에서의 CEO라는 ‘킹’을 움직이고, 한 걸음 떨어져서 전체 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영자는 자신이 CEO라는 페르소나(Persona, 가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일반 직장인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회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뿐이고, 대부분의 문제는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십시오. 그렇게 생각하면 갈등 상황이 닥쳤을 때에도 ‘내가 멍청한가?’, ‘날 무시하나?’같은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Action Item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에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저는 이 말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물론 많이 공감하는 말이지만, 너무 많은 경우에 이 표현은 오남용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결국 사람에 달렸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상의 원인과 결론을 ‘사람’에서 찾기 전에, 우리는 조금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상황을 변화시키고 구조와 체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론을 ‘사람’으로 지어버리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에 사람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다시 한번 현상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를 정치판으로 만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내 정치를 만드는 건 특정 사람이 아닙니다. 매번 회사 ‘사람’의 성격이나 개인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내 정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직장 생활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십시오.

체스판에 직접 뛰어들지 말고 상황을 관망해 보십시오.

체스 말의 색깔이나 성격이 문제입니까?

아니면 체스판의 상황이 문제입니까?  




※ 이 글은 SBA(서울산업진흥원) 블로그에 유료 기고한 글입니다.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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